알파레이 Alphalay

[알파레이] I Envy You.

ⓒ유엘쓰(@Scarlet_Express)

* 본 글은 알파레이의 서사 중 파혼했을 때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드관인 멜리사 칼렌 양이 언급됩니다.

I Envy You.

ⓒ유엘쓰(@Scarlet_Express)

레이시 스칼렛은 자신이 이렇게나 질투가 많은 사람일 것이라곤 생각치 못했다. 욕심은 다 내려놓은 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지금 이렇게나 질투가 나고 부러워서 토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을 보니 말이다.

 

막상 그녀가 가지고자 한 건, 딱 하나 밖에 없었는데도. 그 하나가 너무 큰 걸 바란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나 많은 방해물이 있을 순 없는 것이다. 그저 누군가의 사랑을 바랬을 뿐이었는데. 그게 너무 큰 욕심이던가?

 

작게 휘청이며 벽에 등을 기댄 레이시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난간 아래로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한 때는 제가 가장 좋아했던 친구와, 지금도 욕심나는 소꿉친구가.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괴로웠으나 레이시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으니까. 이것은 한없이 사랑스러운 친구의 잘못이 아니었고 그런 그녀를 사랑한 소꿉친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굳이 잘못을 따지자면. 그런 소꿉친구를 사랑한 자신에게 있으리라. 왜 하필이면 널 사랑해버렸을까. 의미없는 후회가 늘 레이시를 괴롭혔다.

 

그도 그럴 것이, 멜리사 칼렌은 레이시 자신이 보기에도 참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햇살을 받는 백금발이나, 호수만큼이나 깊이 있는 눈동자는 누구라도 사랑하지 않고 베길 순 없을 테니까. 그러니 알파드 블랙이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다 알고 있다. 머리로는 알고는 있는데, 마음이 납득을 못했다. 두 사람이 사귀는 것도 아닌데 왜 레이시가 포기해야 한단 말인가. 왜냐니. 제가 사랑한 알파드가 사랑하는 사람이, 멜리사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평생을 걸어도 이길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 차마 미워하지도 못한 사람.

 

그래서 레이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작게 헛구역질이 나올 만큼, 턱 끝까지 차오른 감정을 견딜 수가 없었다. 아니, 견디는 법을 몰랐다. 그 누구도 레이시에게 버티거나 견디는 법을 가르쳐준 적이 없었으니까. 아는 것이라곤 이럴 때, 토해내는 것 밖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일어나서 곧장 화장실로 뛰어온 레이시는 제일 구석진 칸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변기 앞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토는 커녕, 나오는 것 하나없이 헛구역질 하는 것이, 텅 비어버린 자신을 보여주는 것 같아 눈물이 났다. 이렇게 괴로운데도 알파드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사랑마저 포기하고 놓아버리면. 이젠 정말, 레이시에게 남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때 레이시는 깨달았다. 아. 난 이미 텅 비었구나. 이건 사랑이 아니었구나. 혼자가 되기 싫어 발버둥치는 게 어찌 사랑일 수 있는가. 이건 사랑보다 집착에 가까웠다.

 

다만 이미 텅 비어서 그게 사랑인지 집착인지 조차 몰랐던 것이다. 애초에 자기 자신조차 잃어버린 사람이 어떻게 남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레이시는 헛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하하…. 레이시는 미친 사람처럼 변기를 부여잡고 웃다가 울었다.

 

사람이 잘 오지 않는 화장실이라는 게 다행이었을까. 레이시는 난생 처음으로 목놓아 울었다. 사랑조차 아니었던 마음이 너무나 추해서. 그런 주제에 별을 욕심부린 자신이 한심해서, 자기 자신이 너무도 증오스러워 울었다. 이러니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괴로웠던 건은, 이 순간에도 다정히 웃고 있을 두 사람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자신과 다르게 자기 자신들을 잃지도 않았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게, 끔찍할 만큼 부러웠다. 너무 부러워서 괴롭다. 그 괴로움에 울음을 삼키며 레이시가 생각했다.

 

아. 이젠 정말 놓아주어야 겠지.

 

이렇게 추한 자신을 들키기 전에. 알파드에게 이런 자신을 들켰다간, 레이시는 정말로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알파드에게만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알파드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미지수였지만. 적어도 더 나빠지지는 않겠지.

 

그래서 레이시는 알파드를 향한 마음을 접기로 결심했다. 그러자 지금껏 왜 단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편해졌다. 진즉에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바보같이 그걸 모르고 알파드의 사랑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나 부렸다.

 

어차피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일이었는데. 그걸 레이시 자신만 몰랐던 것이다. 그러자 또 한 번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대체 자신은 어디까지 한심해지고 싶은 걸까. 겨우 울음이 멈추자 돌아오는 건 뒤늦은 부끄러움이었다. 남들 눈에 어떻게 보였을지 생각하면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뒤늦게 화장실 벽에 이마를 박으며 머리를 식힌 레이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법으로 간단히 옷을 정돈하고 화장실을 나왔다. 인적 없는 화장실 덕에 그녀가 나오는 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 날 이후로 멜리사도, 알파드도. 레이시를 보지 못했다.

 

정확히는 레이시가 두 사람을 피해다닌 것이었지만. 그것을 두 사람이 알게 되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이 될 것이다. 레이시에겐 그보다 당장 급한 일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편지를 쓰는 레이시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갑자기 바빠졌는데도 이상하게 기운이 넘쳤다. 마치 살아있는 것 같다.

 

정말 아이러니하지. 널 놓기로 결심하니까, 이제야 내가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며칠 뒤. 블랙 가문에 부엉이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스칼렛 가문의 문장이 찍힌 편지를 물고서. 그 편지의 내용은 빠른 속도로 호그와트에 퍼졌고 그 소식을 알파드가 듣기도 전에, 블랙 가문이 그에 답장을 보냈다. 그 소식 또한 빠르게 퍼져 모두에게 전해졌다.

 

블랙과 스칼렛이 파혼했대!

 

바야흐로 레이시가 졸업을 앞둔, 1945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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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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