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레이 Alphalay

[알파레이] Alphard Black

ⓒ카렌(@K__Charactor) 씨 커미션

* 알파레이 현대au

Alphard Black

현대 AU

ⓒ카렌(@K__Charactor) 씨 CM

레이시는 의문이 가득했다. 도대체 축구나 하고 있는 저 놈팽이가, 뭐가 좋다고 밤새 머릿속을 채워 나를 자게 두지 않는 건지에 대한 의문. 저기서 골 넣었다고 뛰어오는 저 개자식, 아니 강아지 자식을 말이다. 잠깐, 쟤 지금 나한테 뛰어오는 건가?

 

“나 골 넣는 거 봤어, 레이시?”

“... 너 골 넣었어?”

“설마 못 본 거야? 이러면 나 서운한데.”

 

하며 자연스럽게 그에게 잡힌 손은 그의 얼굴로, 그의 머리로 점점 자리를 옮겨갔다. 칭찬해 달라는 신호였다. 나 쓰다듬어 줘~ 하는 일종의 사인. 얘는 뭐가 이리도 자연스럽냐. 나는 하나도 자연스러운 게 없는데.  그렇지만 알파드 블랙은 레이시 스칼렛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기 전까지는 절대 다시 축구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건 마찬가지였고.

 

“알파드, 뭐 해. 안 들어와?”

“어, 곧 갈게.”

 

 곧 간다면서, 왜 계속 내 앞을 지키고 있는 건데? 레이시는 알파드 블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최소한 다른 학생에게 가겠다고 얘기를 했으면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라고. 그렇게 내 눈만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뭐가 바뀌어?

 

“나 왜 칭찬 안 해 줘.”

 

 돌아오는 대답이 마치 유치원생 같았다. 매우 순진하지만 얘가 하는 말 중에 순진함이란 없었다.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눈꼬리도 축 내려가는 것이 꽤 볼만 했다. 어째, 진짜 서운한가 싶기도 하고. 그래, 잘했어. 머리를 서너 번 정도 만져 주자 그제야 기분이 좋아진 건지 입꼬리를 올리며 쳐다봤다. 칭찬을 받은 강아지처럼. 얘 설마 진짜 강아지 아니야?

 

*

 

 지루한 수학 시간이 끝나자, 점심 시간이 되었다. 어떻게 다들 그렇게 빠른지 벌써 교실에는 그녀와 몇몇 뿐만이 남아있었다. 늦지 않게 다녀와야지. 레이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옆분단에서 자고 있던 알파드가 다 뜨지도 못한 눈으로 어슬렁거리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지나가는 레이시의 손목이나 붙잡으면서.

 

“같이 가아.”

“눈이나 제대로 뜨고 말하지 그래.”

“아, 좀 기다려라. 응?”

 

 이건 뭐 부탁도 아니고 협박도 아니고. 손목만 덜렁 붙잡여서는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알파드, 넌 자고 있어서 몰랐겠지만, 앞에 있던 애들이 나가면서 우리 보고 속닥거리고 있거든. 사실이었다. 방금 전까지도 나가지 않던 학생들이 차츰 하나 둘 점심 먹으러 가면서 두 사람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의식 과잉일지도 모르지만.

 

 레이시 스칼렛은 소문이라면 이미 치를 떨고 있었다. 누가 누구를 꼬셨고, 잤네, 어쩌네 하는 말들은 전부 뒤에서 생성되는 천박한 말들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되려 마녀 사냥이라고 불리우는 행위를 하고 싶어하지, 그 소문의 진위성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 레이시는 그런 마녀 사냥에 자신이 앞서 미끼를 제공해 주고 싶지도 않았다. 그게 알파드 블랙과 함께 엮이는 일이라면 더욱.

 

 알파드는 남의 손목을 –아마 알파드가 잡는 건 오직 레이시와 누군가에 해당할 뿐이겠지만- 잡는 일에 너무 능숙했다. 너무 능숙한 나머지, 이젠 어디를 잡으면 레이시의 손목이 붉어지는지도 알았다. 잡힌 손목이 아픈 건 아니었지만, 반에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잡아버리면 나중에 엮이기 딱 좋았다. 180 의 훤칠한 남학생은 여학생들의 마음을 잡기에 좋았고. 그럼 언제나 욕먹는 건 레이시 쪽이 아니겠는가. 레이시는 욕먹는 것이라면 이미 진절머리가 났다. 그러니, 그가 잡고 있는 손목을 조심스레 빼낼 수밖에.

 

“알겠으니까, 나와. 먹으러 가게.”

“조금만 나랑 더 자.”

 

 오해하기 딱 좋은 말. 레이시는 고개를 흔들었다. 정신차려, 레이시. 너 또 알파드랑 엮어서 그 알파드 무리 – 알파드 블랙을 짝사랑하는 여학생 무리이다. 레이시가 부르기 편하게 바꾼 명칭. - 에게 호되게 당할래? 또 당하면 그것대로 힘들 거라는 거 다 알면서.

 

 미래에 일어날 일을 다 아는 데도 그의 말 한마디면 그녀는 움직이지 못했다. 같이 가, 우리... 와 같은 표현들. 얘는 분명 아무 의도 없이 하는 말인 걸 아는데도, 좋아한다는 마음을 자각하고 나서는 평소처럼 굴기 어려웠다. 알파드와 같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좋았고, 알파드와 같이 우리로 묶이는 게 좋았다. 그게 레이시 스칼렛이 알파드의 생각만 하고 있는 이유의 전부였다.

 

 레이시의 말을 들은 알파드는 어째서인지 그녀의 말에도 꼼짝을 안 했다. 잡은 그녀의 손목을 보고는 그를 한 번 올려다봤다. 싫어, 안 놓을래. 알파드는 꼭 애처럼 구는 면이 있었다. 물론 이것마저도 좋아진 내가 이상한 거겠지만. 레이시가 한숨을 쉬었다. 이것마저도 좋으면 대체 어떻게 해야 그를 안 좋아할 수 있는지 조금 막막해졌다. 

 

 그런 레이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파드는 조금씩 더 그녀에게 붙어왔다. 처음에는 손목이더니, 손에 깍지를 꼈고, 그 이후에는 그녀의 허리에 두었다. 자연스러운 밀착에 이미 스칼렛이 눈치챘을 때는 한참이 흐른 후였다. 스칼렛이 아무 말도 않자, 그제야 실눈을 뜨는 알파드였다.

 

“알겠어, 나 이제 그만 잘게.”

“....”

 

 대답이 돌아와야 할 자리에서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알파드는 또 레이시 스칼렛을 쳐다봤다. 왜 대답이 없지이. 어리광을 부리는 알파드에도 레이시는 망부석이었다. 응? 하면서 눈 맞추는 제 소꿉친구, 아니 짝사랑 상대에게 어떻게 당해내겠어. 레이시의 목을 이미 붉다 못해 곧 터질 정도로 새빨개진 후였다. 

 

 그녀의 목이 붉어진 것을 본 알파드가 장난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레이시가 뭘 생각했는지는 몰라도 알파드 앞에서 붉히는 그녀는 알파드의 먹잇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알파드는 조금 더 자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그녀를 괴롭히기로 마음먹었다.

 

“레이시 스칼렛.”

“...?”

“다리 안 아파? 좀 앉지.”

ⓒ오프 님 CM

순식간에 당긴 알파드에 레이시가 중심을 잃고는 그대로 그의 다리에 앉았다. 이런 미...친. 레이시가 작게 욕을 읊조렸다. 응, 뭐라고? 알파드가 모르는 척을 하며 그녀에게 더 가까이 얼굴을 붙였다. 가까워진 거리에 이도저도 못하자, 레이시의 얼굴이 목처럼 붉어졌다. 

 

“너는, 무슨 장난을...!”

 

 순식간에 레이시의 뒷말은 알아들을 수 없어졌다. 정확하게, 알파드가 그녀의 뒷말을 삼켰다. 두 입술이 부딪혔다. 레이시가 서둘러 알파드를 밀어냈다. 놀랐나 봐, 레이시. 알파드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뭐, 뭐 하는 거야. 뭐긴, 키스 처음 해 봐?

 

 알파드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레이시는 실제로 그와 한 키스가 첫 키스였기 때문이다. 레이시가 애써 진정하기 위해 숨을 가다듬었다. 저 미친 놈은 나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지금 키스를 한 건가? 작은 머리통으로 수만 가지 생각을 하기에는 그 머리가 너무 작았다. 레이시의 머릿속이 온통 알파드로 가득찬 게 그의 눈에 보일 정도로. 

 

“장난 아니면.”

 

“그땐 연애 할 거야?”

 

정적이 흘렀다. 교실에는 꽃향기와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레이시의 얼굴이 한층 더 달아올랐다. 순전히 알파드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레이시는 그런 알파드 블랙이 싫지 않았다. 아, 나 얘 진짜 좋아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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