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레이] 할로윈(Hallo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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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레이의 서사 중 1942년을 기반, 레이시가 아직 알파드의 첫사랑이 멜리사 칼렌인 것을 모르는 것을 전제합니다.
할로윈(Halloween)
ⓒ현(@Hyeon_Sev) 님 CM
호그와트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곧 있을 할로윈 파티 때문이었다.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파트너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었다. 학교를 지나다보면 심심치않게 붉은 얼굴로 여학생에게 말을 거는 남학생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물론 레이시에 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누가 감히 블랙의, 알파드 블랙의 약혼자에게 파티 파트너 신청을 할 수 있겠냔 말이다. 물론 레이시는 그게 싫지 않았다. 이럴 때는 알파드 블랙의 약혼자라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하네, 하는 심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이시는 파티 같이 시끄럽고 유난스러운 건 딱 질색이었다. 모두가 파티에 참석하게 되면 빈 기숙사에서 혼자 조용한 시간을 가져야지. 이게 레이시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얼마 못 가 산산히 부서졌다.
“나랑 파티에 가.”
갈래? 도 아니고, 가줘, 도 아니고, 가자, 도 아니고, 가. 참 알파드 블랙다운 대사였다. 레이시의 기분이나 의사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도도한 태도. 레이시가 고개를 들어 알파드의 거만한 표정을 한 번 쳐다보았다.
“왜?”
알파드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제가 기껏 파티 파트너 신청을 했더니 돌아오는 답이 왜 라니. 지금도 자신과 함께 파티에 가고 싶은 여학생들이 줄을 서 있는 판국이었다. 그런데 감사하진 못 할 망정 왜라니. 자존심에 금이 가는 기 분이었다.
“약혼한 사이인데 파티 같이 가는데 이유도 필요해?”
필요했다. 서로 좋아서 한 약혼도 아니었으니까. 알파드 블랙은 게다가, 따로 좋아하는 여자애까지 있지 않은가. 그게 약혼했으면서도 혼자 기숙사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을 세운 가장 큰 이유였다. 알파드 블랙은 제게 파티 파트너 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고, 알파드 블랙의 약혼녀인 제게 알파드 블랙을 제외한 그 누구도 감히 그런 말을 꺼내지 못 할 테니까. 그런데 그런 레이시의 생각을 비웃기 라도 하듯 알파드 블랙이 제게 파티 신청을 한 것이었다.
“알았어. 뭔가 집안에서 시키기라도 했나보지?”
“나는 누가 시키는대로 하는 편은 아닌데.”
“그러기엔 나랑 약혼도 시켜서 한 거잖아.”
어째 한 마디도 지지를 않는 레이시를 한 번 노려본 알파드가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났다. 이제 할 말은 다 했으니 제 볼 일을 보러 가겠다는 태도였다. 작게 한숨을 쉰 레이시가 호그스미드에 갈 계획을 세웠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옷 중에 할로윈 파티에 어울리는 옷은 없으니 대충 아무거나 하나 사서 입을 생각이었다. 본가에 부탁하거나 다이애건 앨리로 특별 외출을 나가는 방법도 있었으나 내키지 않았다. 어차피 알파드도 그닥 신경 쓰지 않을 테니, 대충 구색만 갖추면 되겠지 싶은 마음이 컸다. 무엇보다도 귀찮았다. 할로윈 파티 따위에 참석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으니 당연했다. 알파드 블랙의 약혼녀 자리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으니 더욱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역시 알파드 블랙의 약혼녀 자리는 엄청나게 별로였다. 매번 시끄러운 구설수에나 오르기 딱 좋은 자리. 그래도 그나마 한 가지 좋았던 건 알파드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다는 거였다. 그러고보니 이번 파티 파트너 신청도 이상했다. 분명 제가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같 이 가자고 했어도 거절당하지 않았을 거였다. 그 여자애의 마음이 어떻든 알파드는 블랙이었으니까. 적어도 지금 호그와트에 블랙의 파트너 신청을 거절할 여학생은 없었다. 그런데 알파드는 굳이 자신을 찾아와 파트너 신청을 했다. 진짜 블 랙 가문에서 약혼녀랑 사이 좋은 모습을 보이라고 시키기라도 한 걸까? 그렇다기에 알파드는 모든 학생이 보는 앞에서 아주 퉁명스럽게 파트너 신청을 했다. 모르긴 몰라도 사이 좋은 약혼자처럼 보이는 모습은 아니었다. 조금 더 고민을 이어 가던 레이시가 고개를 휘저었다. 어차피 그 알파드 블랙의 속내는 고민 좀 한다고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어차피 결혼도 하게 될 거, 그 때도 이렇게 알파드의 행동 하나하나에 휘둘리는 건 사절이었다. 이유가 뭐든, 어쨌든 약혼한 사이끼리 파티에 참석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레이시는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할로윈 파티 날은 금방 왔다. 호그와트 여기저기에 주홍빛 조명이 켜지고 호박 랜턴이 날아다녔다. 조명 하나만으로도 금새 할로윈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학생들은 모두 들뜬 표정으로 돌아다녔다. 물론 진짜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레이시는 만사가 다 귀찮은 표정으로 드레스를 입기 위해 기숙사로 돌아온 참이었다. 지금이라도 다 때려치우고 아무도 없는 기숙사 방을 차지하는 특혜를 누리고 싶었 으나 알파드 블랙이 제 약혼자에게 차였다는 소문이 나봤자 좋을 건 없었다. 호그스미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드레스를 산 레이시가 드레스를 입었다. 어떤 디자인인지도 모르던 드레스는 할로윈에 어울리게 주홍빛을 띄고 있었다. 물론 레이시는 옷을 입고 나서는 순간까지도 제 드레스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레이시가 기숙사 밖으로 나서자 많은 학생들의 시선이 레이시에게 고정되었다. 애초에 레이시는 알파드 블랙의 약혼자로 이미 유명인사이긴 했다. 그러나 레이시가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레이시는 파티나 무도회를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아무리 대충 골랐어도 드레스는 드레스. 드레 스를 차려입은 레이시의 모습은 모두의 시선을 끌어모으기 충분했다. 연회장 앞에서 정장을 차려 입은 채 레이시를 기다리던 알파드는 레이시보다도 레이시에 대해 수근대는 소리를 먼저 접했다. 너무 예쁘더라, 그렇게 미인인 줄 알았으면 알파드의 약혼자라고 해도 한 번 같이 가자고 말해볼 걸 그랬다, 나는 우리 학교에 그렇게 예쁜 애가 있는 줄 몰랐다. 하나같이 다 이상한 소리였다. 레이시가 그렇게 예뻤나? 종종 예쁜 여학생 얘기를 할 때 입에 오르내리는 경우는 보았으나 절대로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레이시가 알파드 앞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알파드는 헛숨을 들이켰다. 마치 레이시를 위해 만들어진 듯 한 드레스는 레이시의 균형잡힌 몸매를 한껏 드러내면서도 얼굴을 돋보이게 했다. 주위의 수근거림이 커졌다. 모두 다 레이시를 향한 남학생들의 수근거림이었다. 평소에 레이시를 좋아하던 남학생들도, 잘 모르던 남학생들도 이 순간만큼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레이시 이야기를 했다. 그 수근거림에 알파드 블랙의 표정이 굳었다. 감히 제 약혼녀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대는 모습을 보자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누가 뭐라 해도 레이시는 제 약혼녀였다. 제 소유란 말이었다. 그걸 과시하기 위해 알파드가 성큼성큼 걸어 레이시에게 다가가 에스코트 하듯 손을 내밀었다. 예상치 못한 젠틀함에 당황한 레이시가 얼결에 알파드의 손에 제 손을 겹쳤다. 손을 마주잡은 두 사람이 연회장으로 향하자 약속이라도 한 듯 학생들이 길을 비켜주었다. 두 사람에겐 함부로 다가가지 못 할 귀티가 흐르고 있었다. 연회장에 들어 서서도 두 사람은 자연스레 사람들의 집중을 받았다. 가벼운 핑거 푸드 몇 개를 집은 알파드가 삐딱하게 서서 레이시를 바라보았다.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뭐?”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겼어?”
레이시는 순간 파티 중인 것도 잊고 알파드의 머리를 한 대 칠 뻔했다. 제정신이라면 한 대 맞아야 마땅한 일이었고, 제정신이아니라면 한 대 맞고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알파드는 뭐가 문제냐는 듯 태연한 얼굴이었다. 기껏 제가 파티 파트너 신청을 해오기에 같이 와줬더니 처음 건네는 말이 아주 가관이었다.
“그러는 너는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나는 원래 잘 생긴 건데. 너는 평소랑 다르게 좀 꾸민 것 같아서.”
“내가 너랑 지내면서 깨달은 게 있는데, 오래 살려면 너랑은 말을 안 섞는게 나아.”
“진짜 좋아하는 놈 생긴 거야?”
알파드가 답지 않게 집요하게 물었다. 레이시는 아예 무시하기로 작정한 듯 알파드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알파드는 그런 무시에 기분 나쁜 줄도 모르고 레이시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왠지 오늘 레이시의 입으로 직접 그런 사람은 없다고 확답을 받아야만 할 것 같았다. 그렇지 못 하면 오늘 잠도 자지 못 할 것 같은, 그런 이상한 기분이었다.
“누군데? 그리핀도르? 후플푸프? 그 래번클로 퀴디치 수색꾼?”
그게 누군지도 모르고, 아니, 내가 좋아하는 애가 있든 말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우리가 서로 사랑해서 약혼한 사이도 아니고.”
“그렇다 한들 약혼한 사이에 이런 것 정도는 물어볼 수 있지 않나?”
“하, 그래. 나 좋아하는 애 없어. 이제 만족해?”
결국 레이시가 한숨을 쉬며 알파드가 원하는 답을 들려주었다. 더 대답을 안 해 줬다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귀찮아지고 말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대답을 들은 알파드가 자신도 모르게 환한 웃음을 지었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 지도 모른 채 알파드가 레이시에게 손을 내밀었다.
“또 뭔데.”
“춤 추자고. 파티에 왔는데 한 곡 추는 게 도리 아니겠어?”
“나 춤 출 줄 몰라.”
“걱정하지마. 그냥 나 움직이는 거 따라오기만 하면 돼. 내가춤을 한두 번 춰본 게 아니거든.”
이번에는 춤을 춘다고 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알파드의 모습에 레이시 가 결국 손을 잡았다. 도대체 파티 파트너 신청부터 파티 날까지 알파드의 이상한 모습이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짜고짜 제가 좋아하는 애를 두고 저한테 파트너 신청을 하는 것부터 이상했다. 하지만 귀찮아서 더 생각하지 않기로 한 건데 이건 귀찮은 일이 더 늘어난 것밖에 되지 않았다. 대뜸 좋아하는 애가 있냐고 묻질 않나, 출 줄도 모르는 춤을 추자고 하질 않나. 원래 제멋대로인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정도가 조금 심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알파드의 손에 이끌려 중앙으로 향하는 제가 마음에 들지 않을 정도였다. 알파드는 과연 춤을 많이 춰봤다는 게 맞는지 능숙하게 레이시를 리드했다. 레이시는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편안하게 알파드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알파드는 누구보다 부드럽게 레이시를 다뤘다. 하지만 레이시가 보이지 않는 알파드의 표정은 사정없이 사나웠다. 누구든, 어떤 방식으로든 레이시를 건드리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남자로서의 경고를 가득 담은 눈빛을 레이시 뒤에서 쉴틈없이 날려댔다. 그 눈빛에 기가 질린 남학생들은 그 쪽으로 시선도 두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서로 다른 마음을 간직한 채, 이름처럼 이상한 할로윈 파티가 막을 내렸다. 알파드도, 레이시도,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르는 그 파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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