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레이 Alphalay

[알파레이] 의미불명

ⓒ유엘쓰(@Scarlet_Express)

의미불명

ⓒ유엘쓰(@Scarlet_Express)

알파드 블랙과 알고 지낸 지 십 년이 되었지만 레이시 스칼렛은 종종 알파드를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 있었다. 가령 허공을 보며 멍때리거나 발부르가 블랙에게 투정을 부리거나 하는 순간들. 사실 아주 이해 못할 것들은 아닌 지라 알파드에게 저런 면도 있구나, 넘어가곤 했다.

그래.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그녀의 마음을 다 알면서, 본인이 선을 그었으면서 본인이 그 선을 불쑥불쑥 넘어온다는 것이었다. 레이시가 과제에 집중하고 있을 때면 뒤에서 어깨에 턱을 기대며 끼어든다던가. 덥썩 손을 잡는다거나. 졸리다면서 어깨에 머리를 기대거나 하는 등의.

얘가 날 놀리고 싶은 건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정도였다. 놀릴 거라면 차라리 대놓고 놀리던가. 사실 마음을 들켜서 반강제로 인정해야 했던 순간, 레이시는 알파드가 비웃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랑하지 말자고 말한 건 자신이었으니까. 얼마나 우스워보일 지, 레이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레이시의 예상과 다르게 알파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정말 자신을 좋아하냐고 다시 확인했을 뿐. 일말의 비웃음도 무엇도 없었다. 그게 레이시를 혼란스럽게 했다. 차인 것은 분명한데 그 반응이 알파드답지 않았다. 그러고서는 그 이후로 선을 불쑥불쑥 넘는 것이다.

  정말 이해할 수 가……

  “레이시!”

  어라…? 레이시는 뒤늦게 자신의 몸이 뒤로 기울고 있음을 깨달았다. 생각하느라 앞을 미처 신경쓰지 못했는데 계단이 있었던 모양이다. 충격을 예상하고 눈을 질끈 감으려던 순간, 등 뒤로 저를 붙잡는 손길이 느껴져 도로 눈을 떴다. 시야에 담긴 것은 복도 천장이 아니라 알파드였다.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레이시가 화들짝 놀라 몸을 똑바로 세우고 급히 알파드에게서 멀어졌다. 물론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는 잊지 않았다. 다만 당황스러웠을 뿐. 널을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쓰느라 레이시는 알파드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사라지는 것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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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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