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 시리즈

[모브 시점] 미오리네 렘블랑이랑 슬레타 머큐리 진짜로 사귄다

아스티카시아 고등 전문 학원에 재학 중인 모브의 관찰자 시점

  • 2023년 4월 9일에 포스타입에 업로드 했던 글을 펜슬에도 가져와 업로드 합니다.

  • 모브의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모브의 간략한 설정에 대한 묘사 O /  성별 지정 X  / 모브의 어시언 혐오 표현 O)

  • 시즌1 본편 9화 이후~10화 사이의 시간대를 생각하며 썼습니다.

  • 왼른을 상정하지 않고 글을 썼기에 미오슬레, 슬레미오 어느 쪽이든 편하신 방향으로 봐주세요.

  • 관찰자 시점의 글이기에 둘의 스킨십 묘사는 간접적으로 등장합니다.



최근 아스티카시아 고등 전문 학원엔 이런저런 소문들이 돌고 있어.

베네리트 그룹 산하의 내로라 하는 기업의 자제들이 많이 다니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선 늘 크고 작은 사건 사고와 갖가지 소문들이 끊이지 않았지만, 현재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입학한 후에 생겨난 ‘홀더 제도’의 도입 직후만큼이나 많은 소문들이 편입생인 ‘슬레타 머큐리’를 향하고 있지.

그도 그럴 것이 편입과 동시에 ‘홀더 구엘 제타크’의 ‘구엘의 딜란자’를 박살 내버리고 ‘새 홀더’에 등극하자마자 사용한 모빌슈트가 금지되었다고 일컬어지는 ‘건담 타입’이라는 것과 관련이 있어 결투 결과가 무효 처리되어 바로 프론트 관리인들에게 연행되어 조사도 받았다는데, ‘어른들의 사정’으로 어쩐 일인지 폐기 처분할 거란 소문이 돌던 그 모빌슈트로 다시금 기존의 홀더였던 제타크사 CEO의 장남, 구엘 제타크와의 재결투 끝에 또 한 번 승리하여 정식적인 새 ‘홀더’가 되었으니...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더 시선을 끄는 건 따로 있었어. 그동안 ‘홀더 제도’에 깊은 불만을 품고 ‘홀더’에게 쌀쌀맞게 굴며 몇 번인지도 모를 지구로의 탈출 시도를 번번이 실패해 늘 신경이 곤두서있어서 학원 내의 유일무이한 입지와 아름다운 외모에도 불구하고 다가가는 이가 별로 없던 미오리네 렘블랑. 이 학원의 이사장이자 베네리트 그룹 총재인 델링 렘블랑의 영애인 그가 ‘새로운 홀더’ 슬레타 머큐리를 은근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처음 치러진 구엘 선배와의 결투 승리 직후, 슬레타 머큐리가 프론트 관리인들에게 연행되어 갖가지 조사를 받고 베네리트 그룹에선 문제가 되는 모빌슈트 ‘에어리얼’을 개발한 ‘신세 개발 공사’의 CEO가 심문회에 불려 갔을 때 입회 권리가 없는 미오리네 렘블랑이 개입해 베네리트 그룹의 주요 CEO(제타크사 라는 얘기가 있어. 더불어 총재에게도 그랬다고도 하고)에게 토마토를 던졌고 이후 일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모르겠지만 구엘 제타크와 슬레타 머큐리의 재결투권을 따낸 거라는 이야기가 학생들 사이에서 뒷소문처럼 파다하게 퍼졌었지.

정식으로 홀더에 등극한 후에 이어진 슬레타 머큐리의 결투들이나 각 과가 함께 진행하는 합동 수업 및 과제,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지구 탈출 소동, 최근의 베네리트 그룹 인큐베이션 행사에서 홀더를 위해 미오리네 렘블랑이 회사를 설립했다는 사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는 모습들만으로도 꾀나 이전의 홀더였던 구엘 제타크에게와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 같고, ‘새 홀더’가 옆에 있을 땐 가끔 미소를 짓기도 하더라는 소문 또한 돌면서 학생들 사이에선 점점 ‘영애님이 새 홀더를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그저 풍문이 아닌 그럴듯한 얘기로 굳어져 가고 있는 상황이야.

LGBTQIA+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사라진 지 오랜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비단 여성인 미오리네 렘블랑이 여성인 홀더 슬레타 머큐리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 때문에 이슈가 되는 건 아니야. 학원 내에도 공개적으로 교제를 하는 성소수자 커플이나 커밍아웃을 한 학생들은 꽤 있고, 교직원 중에도, 또한 베네리트 그룹 계열사의 CEO들 중에도 알려진 성소수자가 여럿 있거든. 오히려 성소수자에게 혐오감을 드러내는 것이 교양 없게 여겨지기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은 다른 것들에 방점을 두고 있어.

그 둘에게 존재하는 계급적인 차이... 이를테면 그룹 총재의 외동딸과 그룹 내 실적 랭크 최하위를 겨우 면하는 정도의 기업 CEO의 외동딸이라는 점이나 경영전략과의 수석과 파일럿과의 낙제를 겨우 면하는 성적 차이, 둘의 분위기나 성격 차이, 슬레타 머큐리에게 어떤 매력이 있길래 그 미오리네 렘블랑이 저러는지, 같이 있으면 은근히 어울리는 모양새라는 등등의 주제로 자질구레한 뒷얘기가 현재진행형으로 돌아다니는 중...

확실히 지난번에 강의실을 이동하다 마주쳤을 때, 홀더는 무언가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으로 미오리네를 바라보고 있었고 미오리네는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태블릿을 바라보며 무어라 이야기하고 있었지. 언뜻 보기엔 분위기가 나빠 보였는데 짧은 순간, 홀더의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댔다가 곧 자세를 바로잡는 미오리네를 목격한 뒤엔 왜들 그렇게 둘의 이야기를 하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어. 표면적으로 잘 드러내진 않지만 베네리트 그룹 총재의 영애는 새 홀더를 확실히 마음에 들어 해.

사실 둘의 실제 관계가 어떠한지 같은 사생활 부분엔 큰 관심이 없고, 홀더 슬레타 머큐리의 모빌슈트인 에어리얼과 관련된 얘기에 더욱 관심이 많았어. 그도 그럴 게 나는 브리온사의 개발부서에서 중간관리직을 맡고 계신 부모님을 따라 장래에 브리온사의 개발 부서에 보다 높은 직급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메카닉과에 입학했고 부모님도 이를 적극 지지해주시고 있지만 2학년인 지금도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고 있진 못하기 때문이야. 자연히 여태껏 보지 못한 기동성과 진보한 성능을 보여주며 연전연승을 기록하는 모빌슈트인 에어리얼의 기술적 메커니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아? 꼭 메카닉과가 아니어도 학원 내의 모두가 현 홀더의 모빌슈트가 우수하다는 것에 동의할 거야.

그렇지만 모빌슈트의 기동성뿐만 아니라 슬레타 머큐리의 파일럿으로서 보여주는 자질도 상당해 보였단 말이지. 그런 우수한 모빌슈트 조종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어째서 처음부터 학원에 입학하지 않았는지가 조금 궁금해졌어. 그의 결투를 화면 너머로 지켜보고 있으면 모빌슈트를 조종한다는 느낌보다는 모빌슈트와 마치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거든. 그것이 ‘건담 타입’이라 불리는 모빌슈트들의 특징인 건지 에어리얼과 홀더, 슬레타 머큐리가 뛰어난 것인지는 알아내기 힘들었어. ‘건담’에 대한 정보는 워낙 알려진 게 적고 기껏해야 베네리트 그룹의 실적 랭크 극상위에 속한 계열사 간부급 이상의 사람들이나 메커니즘을 조금 알 정도라고 하니... 마침 슬레타 머큐리는 지구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었기에 같은 메카닉과의 어시언인 니카에게 슬쩍 물어봤지만, 자신도 잘 모른다는 얘기만 하고. 만약에 말이야, 우리 브리온사도 저런 기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3대가처럼...

어쩌면 그보다도 더...!

조금 불순해 보일진 모르지만, 에어리얼의 비밀을 조금이라도 알아내기 위해 현 홀더, 슬레타 머큐리와 가까워지고 싶어. 아마도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그에게 접근하고 싶어 하는 메카닉과 학생들이 더러 있을 거야. 모르긴 몰라도 파일럿과 학생들은 은근히 그의 모빌슈트 운용력을 질투했고, 경영전략과 학생들은 그의 시장가치와 미오리네가 최근에 설립한 주식회사 건담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더라고.

물론 단순히 미오리네와 슬레타의 약혼 관계나 그 둘이 실질적으로 어떤 사이인지를 궁금해하는 학생들도 많았으므로 그런 방면의 얘기가 암암리에 돌았고 추측성 이야기들을 제외하더라도 둘의 사이가 나름 좋다는 쪽의 의견이 대다수 학생 사이에서 우세했어.

지구기숙사생이 아닌 학생이 슬레타 머큐리와 가까워지려면 적어도 같은 파일럿과 인 것이 유리했지만 메카닉과니까... 그렇다고 파일럿과 인 친구에게 부탁하기에도 이상하고. 주식회사 건담의 설립 이후로 미오리네와 슬레타, 지구기숙사 학생들은 바빠 보여서 다른 과 학생이 접근할 틈 같은 건 보이지 않았고 그저 짬짬이 시간을 내어 주위에서 관찰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더라. 조금 스토커 같아 보일 순 있지만 들키지 않으면 별문제는 안 되지 않을까? 어시언들이 몰려있는 지구기숙사생에 대한 학원의 취급은 좋지 못했고 슬레타 머큐리도 변두리인 수성 출신, 이런 행동을 문제 삼을 정도로 할 일 없는 사람은 있을 리 없지. 미오리네를 지켜보던 감시인 아저씨들도 이젠 없고 말이야. 혹여나 들킨다 한들 한낱 어시언이 스페시언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시피 하니까. 당연하지만 지구기숙사 내부로의 잠입은 하지 않을 거야. 

시설이 낡아 언젠가 무너질지 모르고 지구에서 데려온 가축이 있다는 얘길 들었는데 병원체라도 옮으면...

윽! 상상만 해도 끔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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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첫날.

홀더는 지구기숙사생들과 친밀해 보여. 아스티카시아의 어시언중 유일한 파일럿과 학생인 추아츄리 판런치가 무슨 이유에선지 그를 구박하는 것을 보았는데 한 학년 아래의 어시언에게 맥을 못 추는 것을 보니 파일럿과 친구가 들려준 얘기가 정말이었나 봐. 조금 멍청한 듯?

관찰 둘째 날.

건담사에서 무언가 만들려는 것 같네. 신세 개발 공사와 페일사의 모빌슈트 제작 부서를 인수했다더니 페일사 소속의 여성 엔지니어가 지구기숙사를 방문해서는 아무렇지 않게 기숙사 내부를 들락날락하고... 페일사측의 사람이니 역시 스페시언이려나? 사람에게 옮을 만한 병원체는 없을지도. 그래도 직접 들어가긴 싫어.

관찰 셋째 날.

홀더가 미오리네의 온실에 한참을 머물렀어. 온실의 화초와 토마토를 둘이 가꾸는 것 같은데, 슬레타 머큐리는 미오리네를 제외하고 그의 온실에 마음껏 들어갈 수 있는 학원 내 유일무이한 존재야.

전 홀더였던 구엘 선배는 식물에 흥미가 없어서 근처에 접근도 안 했다고 들었는데 현 홀더, 슬레타 머큐리는 지구 놀이를 꽤 재밌어 하는 것처럼 보여서 이런 면만 보면 미오리네에게 어울리는 짝이라는 생각이 들어. 애초에 스페시언 중에 식물 가꾸기 같은 것을 취미로 두는 사람은 소수니까, 미오리네의 취향이 독특한 편이지. 분갈이?에 열중하고 있던 미오리네가 어쩐 일인지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구 쪽으로 다가오길래 근처의 나무 뒤로 재빨리 몸을 숨겼는데 온실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려와서 혹시 거리를 두고 슬쩍 엿보고 있는 걸 들켰나 싶은 와중에 슬레타 머큐리의 외마디 비명(‘힉’ 하는)이 들렸고 뭔가 잘못해서 구박받는가 보다 했어. 그런데 잠시 뒤, 온실을 나서는 홀더의 볼이 살짝 불그스레 상기되어 있고 미오리네도 뭔가 미묘한 표정이라... 뭔데 너희....

관찰 넷째 날.

아스티카시아의 홀로그램 하늘에 밤하늘이 구현되도록 홀더가 지구기숙사에 돌아오지 않아서 철수. 미오리네의 온실 포함 갈 만한 곳엔 모두 없는 것을 확인하고 기숙사로 돌아왔어. 통금 시간을 어기면 미래의 브리온사 경영진이 될 예정인 기숙사장에게 찍힐지도 모르니까 엄수해야지. 슬레타 머큐리가 방과 후에 이사장실 쪽으로 가는 걸 로지가 봤다고 얘기해줬는데 거기에 계속 있는 건가? 어제 봤던 것도 그렇고 혹시... 둘이 진짜로 사귄다던가 그런 거야?

관찰 다섯째 날.

파일럿과 친구가 알려줬는데, 오늘 필기시험이 있었다더라. 홀더는 이번에 시험을 잘 봐서 중위권이라고... 잘 봤는데 중위권이라니, 뛰어난 모빌슈트 조종 능력과 대비되어서 조금 당황스럽네. 결투 승률이 높은 파일럿과 학생들은 대체로 성적도 우수한 편이니까 미처 생각을 못 하고 있었어. 그냥 좀 사회성이 모자란? 구석이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방과 후 홀더는 하굣길에 미오리네를 포함한 건담사 직원들(지구기숙사생들)과 시험 관련 대화를 하는 것 같았는데 분위기가 좋아 보여서 조금 부럽더라고. 중위권의 성적으로도 주변에서 좋은 반응이 돌아온다니.

관찰 여섯째 날

들켰어. 방과 후에 지구 기숙사 인근을 기웃거리다가 니카에게 딱 걸렸는데 눈치껏 나를 살피더니 찾는 사람이 있냐고 넌지시 묻기에 건담사에 관심이 있어서 그렇다고 둘러대니 견학하고 싶으면 사장에게 허가받아야 한다는 둥 얘길 꺼내서 됐다고 하고 얼른 돌아와 버렸어. 홀더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은 걸 보면 온실에 있는 것 같아. 거기 먼저 가볼걸 하... 뭐 그래도 한 가지 수확은 있네, 어시언들이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는 거. 은근히 영특한 인재가 몇 있는 것 같아. 미오리네가 건담사 직원을 지구기숙사생들로 채웠다는 소식에 좀 의아했었는데 역시 다 생각이 있었구나. 만약에라도 몰래 잠입해 ‘에어리얼’를 살펴볼 생각은 접어야겠다.

관찰 일곱째 날

좀처럼 슬레타 머큐리와 대면할 기회가 없었는데 드디어 단둘이 복도에서 마주쳤어!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렸던 대로 간단히 내 소개를 하고 모빌슈트 조종 능력에 대해 칭찬하자 금방 화색이 되어 에어리얼이 대단한 거라고 싱글벙글해서 지금껏 봐온 모빌슈트들과 차원이 다르다고 맞장구쳐주며 기계를 조종하는 것보단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하니 그렇다고, 에어리얼은 어릴 때부터 함께 해온 가족이기에 콕핏에 앉아 조종간을 잡으면 이어질 수 있고 목소리를 들으며 대화를 한다는 둥... 조금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해서 잠깐 벙쪄있다가 말을 끊고 기계적 메커니즘에 관해 물어보니 계기적 공간과 병용하는 군체 제어 계층 구조를 사용한다고 들었대서 그 기술을 신세 개발 공사에선 어떻게 개발해냈는지 물으니 자세한 건 모른다고..

하긴 파일럿은 개발자가 아니니까 역시 무리였던 걸까 일주일간 고생한 게 헛수고가 되나 자괴감이 드려는데 마침 복도 저편에서 미오리네가 걸어와선 슬레타 머큐리에게 찾아다녔다고, 어서 가자고 재촉하니 슬레타 머큐리가 다음에 마저 얘기하자면서 미오리네를 쪼르르 따라가더라. 뭐랄까 더 아는 것도 없으면서 다음에 뭘 얘기하자는 건지... 한숨 쉬는데 잠깐, 방금 둘이 손잡았잖아? 미오리네가 황급히 빼내긴 했는데. 아 뭐야 둘이 사귀는 거 맞잖아! 못 해 먹겠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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