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시까지 반성문 제출하고 가세요

🐣x♦️?

난향녹차 by 참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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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나온 계기가 위 링크에 그대로 있음)

도피오가 경찰이며 히어로 본부에 들락거리기 시작한 지는 몇 개월쯤 되었는데, 더 어리고 혈기왕성하던 시절처럼 무언가를 박살내고 동네 경찰서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는 점이 퍽 고무적이라 베르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우려의 목소리를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가 생각하기로는 ‘지금은 뭐 혈기왕성하지 않나’ 정도를 제외하면 틀린 감상도 아닌 까닭이었다.

일단 서도 아니고 경찰 본부다. 무슨 특수부대……어쩌고라고 했는데 학업과 학생회 업무에 샌드위치 속 햄처럼 짓눌리느라 큰 관심을 기울이지는 못했다. 히어로? 히어로 어쩌고 하는 건 더 먼 세상 이야기다. 박복하다면 박복한 팔자라도 베르는 타고나길 특별한 능력을 가져 거시기 부위가 유난히 강조되는 쫄쫄이 입은 히어로가 먼 하늘에서 날아오길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어본 적은 없기 때문에.

그건 도피오도 마찬가지일 텐데, 그래서인가 손짓발짓 다 동원해 떠들던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떠올려 보면, 어……뭐라더라. 임무 중에 쾅! 하고 어쩌고저쩌고 도피오식 말장난. 그리고 꽝! 하고 히어로즈가 착륙. 어쩌고저쩌고 도피오식 말장난. 그러고나서는 babababababa! VSF가 나타나서 기물파손죄로 모두를 두들겨 팼다! 어쩌고저쩌고 또 말장난. 그렇잖아도 가물가물한 기억은 딱 거기서 끊겼다. 공사다망하신 학생회장께서는 두 가지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며 현란한 수수께끼식 말장난까지 실시간 해독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롭지가 않았던 까닭이다.

알았으니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얘길 끊어버렸던 그날을 베르는 이제 와서 후회하게 되었다. 거대한 경찰 본부에 대해 그가 아는 거라곤 VSF가 경찰 특수기동부대라는 사실뿐이었다. 도피오가 진로를 이쪽으로 잡는다면 추천서를 받아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만 했지 실제로는 알아볼 시간도 없었다. 사고뭉치 이능력자 소년이 번듯하게 자라 경찰공무원이 되는 감동적인 스토리 정도면 자소서로 당락을 비벼볼 수 있는 수준 아닌가? 히어로 쪽은 고려도 해보지 않았다. 미스터 버밀리온의 머리로는 ‘직업: 히어로’ 따위 발상을 해낼 수조차 없었기에……아니, 그래. 뭐가 됐든 도피오가 무럭무럭 잘 커서(물론 몸은 그만 커도 된다) 번듯한 직업 가지고(물론 요즘 같은 불경기엔 자영업도 불안하단 소릴 했다가 할아버지들이랑 그만 놀아 카이쵸! 따위 핀잔을 듣긴 했다) 평온하고 행복하게 잘 살기만 하면(물론 진짜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거냐고 한 소리 더 들었다) 됐다고 생각은 하지만!

들어가자마자 방탄조끼 입고 총 든 특수부대 경찰들 한 무리가 우르르 옆을 스쳐지나가는 그 살벌함에는 어깨를 찔끔 움츠릴 수밖에 없지 뭔가. 좀 더……평범한……대중적인 이미지의 경찰관을 롤모델로 삼았으면 좋겠는데. 이건 좀 무서운데. 이건 거의 군대 같은데. 쭈뼛쭈뼛 복도를 쭉 가로지르며 베르는 자영업도 괜찮지 않을까, 불경기가 있으면 언젠가는 호전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냥 아케이드 잘 굴려서 어떻게 사업 좀 키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여, 도피오…….

“사람을 찾는다고? 범죄잔가? 왜 여기서 찾아.”

생각의 지평 넓히기 작업은 두리번거리던 중 불쑥 뒤에서 나타난 사람 덕분에 극에 달했다. 말소리에 반사적으로 돌아선 베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칠갑을 한 남자를 보고 까무라칠 뻔했다.

“아이고, 밑에서 다 말씀드렸잖아요. 도피오 군 찾아왔다고 했다니까요?”

“그놈 목청이 좀 컸어야지. 그렇게 시끄러운데 뭐가 들려.”

“그러게 어금니 뽑는 건 좀 나중에 생각해보시라고 했죠!”

아무리 봐도 제 것은 아닌 듯한 피로 회색 셔츠를 온통 적셔놓은 남자의 손에는 심지어 큼지막한 펜치가 들려 있었다. 그 뒤에서 잔소리를 퍼붓는 사람은 베르가 입구를 지나며 만난 안경 쓴 중년 여성이었는데, 괜찮다고 만류하는데도 ‘내가 잠깐 볼일이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하더니만 그 볼일이란 게……전등을 등지니 핏자국 위에 그림자가 져 한층 더 소름끼치는 모습이 된 남자를 부르러 가는 것이었나 보다. 베르는 별 감흥이랄 게 없이 그를 빤히 쳐다보기만 하는 새파란 눈동자를 마주하다가 딸꾹질을 겨우 삼켰다. 그 뒤에서 안경잡이 여자가 작위적인 미소를 지으며 입모양으로만……

“우, 리, 대, 장, 민, 간, 인, 은, 안, 물, 어.”

분명 그렇게 말했는데 대장이란 남자는 펜치를 뒤로 내밀더니,

“옷 갈아입을 겸 내가 데리고 갈 테니까, 브로닐 당신은 가서 나 대신 그놈 이 좀 마저 뽑아.”

이러고 있으니 안 물 거란 신뢰가 생길 리가 있냐고요!

“전 사무직이라고 삼억오천 번쯤 말씀드렸습니다만?”

“VSF에 사무직 현장직이 어딨어. 까라면 까는 거지.”

“아니 이거 사람 생니 뽑는 게 현장직 일입니까? 고문관이죠, 고문관!”

따지다 말고 브로닐은 화들짝 놀라 다시 베르를 보며 방긋 웃었다. 그 베르로 말할 것 같으면 조그만 머리통이 그냥 못 들은 척할 테니까 저도 못 본 척해주시면 안 될까요? 정도의 생각으로만 가득했다.

“하하, 버밀리온 군. 오해예요. 우린 그러니까, 에헴. VSF가 사실 치과업도 겸하고 있거든. 그 뭐냐, 흉악범들이 거리로 나가게 둘 순 없으니까 여기서 다 처리하는 거지. 충치라든가 사랑니라든가…….”

“멀쩡한 어금니도?”

“조용히 하시라고요, 진짜!”

그리하여 베르는 도피오 얼굴도 보기 전부터 바짝 얼어 같은 방향 팔다리가 함께 나가는 꼬락서니로 본부 더 깊은 곳까지 걸어가게 되었다. 차라리 팍팍 걸어 이 고문 같은 동행을 빠르게 끝내주었으면 좋으련만, 대장이라 불린 남자는 엉망으로 걷는 베르를 곁눈질하더니 별로 고맙지도 않은 배려로 걸음을 늦춰주었다. 정말 눈물겨운 친절이 아닌가?

“도피오 녀석은 반성문 쓰고 있을 거야. 오늘 합동작전 중에 끼어들어서 화물차를 몇 대 박살냈거든.”

“예, 전해들었습니다. 면목 없습니다, 학생회에서도 도피오에게 꼭 징계와 주의를…….”

“글쎄, 그게 학교에서 징계놀이 좀 한다고 해결될 수준의 사고인가?”

그는 ‘사고’를 특히 힘주어 발음했다. 어쩐지 놀림받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으나 베르는 대답할 길이 궁색하여 사람 좋게 웃어보일 뿐이다.

“화물차가 의류며 잡화류 실어 나르는 중이었으니 망정이지, 위험한 약품류였거나 정유차량이었어 봐라. 공무집행방해죄로도 안 끝나, 그건.”

“도피오도 그 정도는 확인하고 한 일 아니었을까요?”

“진심이야?”

“……그, 아마도?”

“게다가 녀석이 구하겠답시고 설친 상대는 A.S.H 소속이었거든. 민간인이었으면 표창장이라도 줬을 텐데, 어디 바다에 처박아놔도 살아 돌아와야 하는 히어론지 뭔지 때문에 그 사달을 냈으니.”

“곤경에 처한 사람이라면 가리지 않고 도와야 한다는 주의라 그랬을 겁니다. 그런 사람인 걸 아시기 때문에 반성문 정도로 끝내주신 게 아닌가요? 정말 감사합니다.”

슬쩍 ‘당신도 어차피 한 번 봐줄 생각 아니냐’ 정도의 항의인지 타협인지 하는 것을 돌려 전달해 봤는데, 이 경찰 대장이란 남자는 뻔뻔하게도 고개를 아주아주 크게 끄덕이는 것이다.

“그렇지. 많이 감사해야지. 반성문이나 좀 쓰고 집에 가서 부모님한테 혼나면 되는 학생 정도로 보이게 해주려고 내 부관이 발에 땀나게 뛰어다녔거든. 기껏 일 도와주려고 온 슈도 그 녀석 감시 겸 교육 역할로 붙어있으라 아무것도 못하고 있고.”

아니 결국 당신은 아무것도 안 했단 뜻이잖아.

“슈?”

“정보 캐는 거 도와주려고 부른 사람 있어. 엉뚱하게도 반성문 쓰는 거나 도와주는 보조 교사 노릇을 하게 됐지만……슈가 손대면 간단했을 걸 지금 생니만 몇 개를 뽑은 건지.”

“예! VSF 산하 치과 진료……말이죠! 이해했습니다! 그럼 이제 보상안이나 그런 거 이야기할까요?!”

이 자식 눈치는 빠르네, 하고 듣는 사람 무서운 말이나 주워섬기던 남자가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뭐하러. 현장 수습은 A.S.H에서 파견된 사람들이 끝냈고, 화물과 기사 쪽도 책임지고 보험 처리하라고 회사에 통보했으니 됐어. 그 뒷일도 히어로 녀석들이 감시하기로 했고.”

“하지만 도피오는 엑솔레이 학생회 소속이고…….”

“그러니까 장단을 잘 맞춰야지. 학생은 반성문이나 쓰고 집에 가라고 할 거면 책임도 어른들이 져야 하는 거고……너희 성인인 건 아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라. 그 녀석은 어디까지나 갑자기 끼어든 불청객이고, 시민은 원래 경찰이 구하는 거야.”

왜 이렇게……맞는 말만 하는데 맞는 말로 들리지 않는 걸까? 친절하기가 눈물겨운 수준인데도 어쩐지 베르는 다른 의미로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내가 시민이면(시민 맞음) VSF는 안 만나고 싶을 것 같다고요. 경찰이 구해주는 게 맞긴 한데 아무튼 그 경찰이 당신은 아니길 바랄 거라고요! 차라리 막대한 배상금을 청구해! 돈 없지만! 먹고 죽을래도 없긴 하지만!

입이 찢어져도 남의 생니 뽑다가 피칠갑한 남자 앞에서는 못 할 말을 속으로만 곱씹다 보니 어느새 막다른 길 앞이었다. 왼쪽에는 그리 넓지 않은 창이 있었는데, 안쪽도 큰 공간은 아니고 책상 하나 의자 두 개 정도 들어가면 가득 차 보이는 쪽방이었다. 푸르스름한 창에 손바닥을 대 보는 것만으로도 공간의 용도가 느껴져 베르는 표정을 굳힐 뻔했으나,

“어허, 이거 봐라. 전혀 반성하는 분위기가 아닌데?”

그 안에 마주 앉은 도피오와 처음 보는 이상한 차림의 남자가 너무……즐거워 보여서 곧 무슨 생각도 들지 않게 되어버렸다.

연필을 꼬옥 쥔 도피오의 손은 허공에서 붕붕 날아다니며 무언가 열과 성을 다해 설명하느라 쉴 새 없이 조잘거리는 입을 거드는 중이었고, 맞은편에 앉은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의 미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줄 때마다 주변에 하늘하늘 떠 있던 종이 인형이 방치된 반성문(미완성)을 낑낑대며 들어 올렸다. 주의를 끌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도피오의 머릿속에는 이미 뭔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만 가득해서 눈에 뵈지도 않는 듯했다. 아이고, 두야…….

“너희는 뭐냐, 그. 초능력자? 비슷한 거라고 했던가. 특별 관리 대상이거든. 윗선에서 지랄할 게 뻔해서 구속복이라도 입혀놔야 하나 했는데, 다행히 슈가 감시역에 자원해줬어. 뭐, 지금 하는 거 보면 알겠지만 실상은 그냥 홈스쿨링 같은 거고.”

과연 그랬다. 도피오가 또 자기만의 기가 막힌 말장난으로 이리저리 꼬아놓은 게 분명한 문장에 슈라는 남자는 가차없이 줄을 그어버렸다. 반성문 첨삭 지도라니, 중학교 졸업한 이후로는 구경도 해본 적 없는데 베르 버밀리온이 이 나이 먹고 그런 풍경을 목도합니다. 심지어 그 주인공이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도피오입니다. 참을 수 없이 화끈거리는 뺨을 문지르자 열만 더 올랐다.

“정말 죄송합니다……정말로……도피오가 머리가 나쁘거나 한 건 절대 아닌데 그, 진지한 공문서 작성이나 그런 거는 아직 익숙하지가 않아서…….”

“진지하긴 무슨. 그냥 반성문 쓰라고 시켰다니까. 적당히 아무거나 써서 채우고 가라고 했어, 나는.”

“네……들어가도 될까요? 제가 빨리 하라고 하고 데려갈게요…….”

“아, 그거 말인데.”

피냄새를 훅 풍기며 이게 경찰인지 깡패인지 구분도 잘 되지 않는 남자가 한 발짝 성큼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 참 기도 차지 않을 만큼 잘생긴 얼굴이긴 했지마는 베르는 화들짝 놀라 상체를 뒤로 쭉 뺄 수밖에 없었다. 아무렴 저 뻘건 자국들을 보고 이 짙은 피냄새를 맡고도 낯짝 따위가 머리에 입력이 되겠는가.

“일단은 VSF에 신병 확보가 된 상태라……아무나 와서 데려갈 수 없는 상태거든, 도피오가?”

목소리 깔지 마! 당신 지금 피……펜치……생니……그런 것들 때문에 웃고 있어도 무서우니까 정색하고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최소한 좀 떨어져서 말해주든가!

극도의 긴장감에 베르의 명석한 두뇌는 지나치게 빠른 스핀을 돌려버렸다. 남자가 뭐라 말을 이을 틈도 주지 않고 휘리리릭, 그러니까 무슨 관계인지 고하라 이거지! 보호자가 될 수 있는지 아닌지 보겠다 이거지! 보호자? 그러니까, 가까운 관계. 쟤랑 나랑, 학생회장과 학생회 임원. 이걸로는 안 되겠지? 성인인 줄 안다고 하면서도 학생회를 애들 장난으로나 보는 게 분명한 경찰 특수부대 대장 겸 펜치로 사람 어금니 빼다가 올라온 뭔 미친놈 앞에서 엑솔레이 학생회의 역사 따윌 읊을 배짱은 없었다. 그런 게 있었으면 내가 이런 경찰놈하고 어울려 노는 도피오 드롭사이트지 베르 버밀리온이겠냐고!

“남, 남자친구입니다!”

혹시나 못 들었을까봐 두 눈 질끈 감고 우렁차게 한 번 더 외치기까지 했다.

“도피오 드롭사이트와 사귄 지 6개월 된 애인입니다!”

텅 빈 복도에 말꼬리가 메아리로 울려퍼졌다……

라고 서술해주고 싶지만 복도는 딱히 비어있지 않았다. 바삐 갈 길 가던 본부 직원들이 모두 우뚝 서서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베르를 쳐다보았다. 그건 VSF 대장씩이나 되는 높으신 분도 마찬가지였는데, 사람 오싹하게 싸늘하기만 했던 두 눈이 크게 뜨였다가 곧,

“……아니, 나는 그, 자기소개도 못 들은 것 같아서 출입기록에 이름이나 적어놓고 가라고…….”

아주 어색한 해명인지 뭔지를 늘어놓는데 막 정신을 차린 베르의 귀에 제대로 들어올 리가 없었다. 베르의 공개고백인지 뭔지는 모두의 귀에 정확도 100%로 들어갔는데 말이다. 인생은 참 불공평하기도 하지.

“그……들어가라. 가서 반성문을 같이 쓰든 대신 써주든 뭐 알아서 하고……근데 그거 아냐?”

굉장히 어색해진 티가 팍팍 나는데 또 어쩐지 웃음을 참는 것도 같은 뻣뻣한 동작으로 그는 베르를 위해 문고리까지 대신 잡아주었다. 문득 본능적인 불안이 온몸을 스산하게 덮쳐왔다.

“무슨 생각을 한 건진 모르겠다만, 이 방 그냥 남는 창고 대충 휴게실처럼 쓰는 곳이거든. 방음 안 돼서 그렇게 크게 말하면 안에도 다 들려.”

과연 그랬다. 남자가 문을 열기도 전인데 창 너머에서 아주 기쁘고 신난 목소리가……너무나도 익숙한……그야 그렇겠지, 남.자.친.구. 목소리를 어떻게 잊겠는가……아무튼 그러한 도피오의 목소리가 쨍하게 들려왔다.

“베에에에에에에르-! 어떻게 왔어! 나 여깄어!”

차마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창 너머 도피오와 눈 마주치는 순간 오늘이 그의 제삿날이 될 것 같아서. 사인은 뭐 수치사, 그런 거겠지. 생니도 안 뽑혔고 화물차 터지는 사건사고에 휘말리지도 않았지만 사람은 평화롭고 부산한 경찰 본부 한가운데서도 갑자기 죽을 수 있다는 걸 베르가 증명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이런 건 능히 해내지 않아도 괜찮을 텐데.

기어이 문고리를 비틀어 열며, 금발의 경찰은 남의 피를 덕지덕지 묻히고 온 사람답지 않게 입꼬리를 파들파들 떨었다.

“자부심 가져도 돼, 인마. 내가 대장 취임한 이래 본부에서 공개연애선언한 건 네가 처음이거든.”

“써니! 슈우우! 인사해요! 쟤가 베르예요!”

아무튼 도피오는 귀로만 들어도 정말 행복해 보였다. 냅다 대형사고를 쳐놔서 베르가 놀란 가슴 붙들고 헐레벌떡 달려오게 만든 놈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내 남자친구!”

아 진짜 헤어져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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