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는 무엇으로 증명되는가


흐트러진 자세에, 궁상맞은 울음 소리. 옷에는 보풀이 일어나 있고 신발에는 흙이 묻어 있는… 덜떨어진 촌구석 출신의 감정 조절 하나 못하는 애송이. 예세하를 향한 심 청의 평가는 그러했다. 지금도 봐, A반에 올라선 주제에 C반으로 떨어진 본인 앞에서 고개를 숙이기나 하고서는……. 안쓰러울 지경으로 떨고 있는 꼴이 애달파서 되려 자존심이 상했다. 꼿꼿이 편 허리, 단정한 옷매무새, 확신 있는 어조. 샅샅이 비교를 해도 어느 한 구석 눈 앞에 있는 이보다 부족한 게 없을 터인데. 그것을 본인도 알고 당신도 알고 만인이 알아야 할 터인데…. 눈 앞에 펼쳐진 이 상황은 명백한 오류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전혀 엘리트답지 않다고….’
그 한마디에, 심 청은 궤뚫린다.
―우리는 무엇을 그리도 열망하고 있나. ‘엘리트’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어쩌면 그것은 전부 우리의 허상이자 국가적 세뇌의 잔해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제 와서 그런 것은 중요치 않았다. 당신이 옷깃을 틀어쥔 순간 시야가 일순 흔들린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저도 엘리트 실격일지도 모르겠네요.”
초연하게 읊는다. 그 정도는 C반으로 내려온 순간부터 진즉 알고 있었다는 듯이. 누군가의 입으로 한 번 더 듣는다고 감회가 새로울 것도 없다.
“보세요. 예세하 군은 증명해내셨습니다. 해낼 수 있잖아요. 저를 처참하게 끌어내리고, 엘리트가 되셨다고요.”
공생이라는 단어는 사전에서 지워버린지 오래다. 남을 짓밟고 올라온 역사가, 내딛는 걸음걸이마다 깊게 스며들어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을 남겼다. 고작 말 몇 마디로 교화될 수 있는 수준은 진즉에 벗어났다. 뼛속 깊이 새겨진 계급주의를 탈피하지 못하고, 끝끝내 자신이 덜 비참하기 위해 당신을 틀 안에 가두고 있었다. 당신이, 자신이 인정할 수 있을 만한 ‘이상적인 엘리트’가 된다면. 이 지긋지긋한 비교와 자기혐오를 끊어낼 수 있을 텐데, 하고선.
“울지 마세요, 예세하 군. 저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예세하 군이 모르는 일면을 발견하게 되었을 뿐이에요. 그런데도 여전히 제가 커보이나요. 그렇다면 당신도 참 미련한 면이 있네요. 저는 하나도 멋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부디 입만 아픈 소리는 그만 두세요. 저는 부품입니다. 쓸모 없으면 교체될 뿐일 부품이라고요. 고치려고 들지 마세요. 전 알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부품이 아닌 제가 쓸모가 있다고 말하면 주제 넘게도, 살고 싶어 진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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