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어바등-재희무현

[재희무현] 안내자

중세배경.

-별거없음. 논컾글이라 해도 무방할듯ㅎㅎ

그 소문 들어봤어?

무슨 소문?

한밤중에 등불을 손에 들고 길을 돌아다니는 유령이 있대.

그래서 유령을 만나면 어떻게 되는데?

그거야….

재희는 밤이 깊어 한적해진 식당 바닥을 걸레질하며 손님들의 이야기를 심드렁하게 들었다. 딱히 듣고싶어서 들은 게 아니다. 주방도 조용하고 바깥도 조용한데 홀에서 저들끼리 목소리를 낮춘 주정뱅이들 이야기야, 귀가 있으면 듣기 마련이다.

걸레질까지 끝낸 재희는 빈 맥주잔을 앞에 두고 수다떠느라 여념이 없는 아저씨들 사이에 끼더니 테이블을 탕! 내리쳤다.

“아이쒸, 깜짝이야!”

“다 마셨으면 집 가시죠? 내일은 일 안할거예요?”

“어어, 손님 대접이 왜 이래? 어이, 주인장! 여기 서버가 손님 쫓아낸다!”

“아, 갈 때 됐으면 가는 게 맞지!!”

주인장을 부르는 소리에 주방 안쪽에서 성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재희에게 성을 내는 척 하던 손님은 주인장의 호통에 킬킬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유, 그래 간다, 가.”

“잘 먹었슈.”

“들어가세요, 손님들~”

재희는 빨리 꺼져서 감사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배웅,내쫓았다. 그들이 나가자마자 문을 걸어잠근 재희는 빈 잔을 치우고 식탁을 닦았다.

“재희야, 문단속 잘 하고 들어가라.”

“네.”

재희가 바깥을 치우는 사이 설거지를 마친 사장이 먼저 가게를 나섰다. 재희도 얼른 마무리를 짓고 뒷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왔다. 달도 뜨지 않은 밤이라 골목은 시커먼 어둠에 가라앉아있었다.

손등불이 있으면 좀 괜찮을텐데. 어두운게 무섭지는 않았지만 잘못 튀어나온 돌부리를 밟고 넘어질까 무서웠다. 어릴 때 발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 다리가 유난히 약했다. 재희는 조심스레 발로 앞을 더듬으며 천천히 걸었다.

“야.”

걸걸한 목소리와 함께 모퉁이에서 뭔가 휙 튀어나왔다. 돌부리는 경계했지만 야심한 시각에 사람이 튀어나올 것은 대비하지 못한 재희가 윽, 소리와 함께 부딪쳐 뒤로 넘어졌다.

“가진 거 다 내놔.”

“….”

대체 이 시간에 누가 시비를 트나 했더니 강도였나보다. 재희는 앞의 남자가 일부러 벽에 쇠를 부딪치는 소리를 들었다. 캄캄해서 칼이 안 보일까봐 소리를 내 주나보다. 친절하게도.

하지만 재희는 가진 게 없었다. 이 야심한 시각에 돈을 들고 퇴근하는 멍청이가 어딨냐. 그래서 재희는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강도는 재희가 뻗대고 있다고 생각했나보다.

“가진 게 왜 없어. 주머니 뒤져보게 이리 와.”

“?!”

칼을 들고 덤비는 강도를 피해 재희가 바닥을 굴렀다. 빨리 일어나 도망가야했는데 빌어먹을 다리는 재희가 원하는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 사이 바닥을 찍었던 강도가 몸을 틀어 다시 재희에게 달려들었다.

젠장. 팔 하나를 희생할 각오로 손을 드는 순간이었다. 눈 앞이 확 밝아지는가 싶더니 괴한이 쿵, 소리를 내며 재희의 발치에 쓰러졌다.

“….”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재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낡은 가죽신이었고, 그 위를 쭉 따라 올라가자 손에 든 기름등이 보였다. 어째선지 그를 든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누, 누구….”

기름등이 흔들렸다. 어쩐지 그것이 자신을 따라오라는 것 같아서, 재희는 주춤거리며 바닥을 짚고 겨우 일어섰다. 재희가 일어서자 등불을 든 사람은 등을 돌려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딱, 재희의 걸음속도에 맞춰서.

재희는 경계하면서도 그를 따라 걸었다. 아까 식당 손님들이 떠들던 소문이 문득 생각났다.

그 소문 들어봤어? 한밤중에 등불을 손에 들고 길을 돌아다니는 유령이 있대. 그래서 유령을 만나면 어떻게 되는데? 그거야….

재희는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집 앞이었다. 퍼뜩 정신이 들어 주변을 살폈으나 빛 하나 없이 어두컴컴한 길만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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