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중앙 벨리우스의 도심지. 외행성으로부터의 밀항자와 밀수품은 물론 도저와 독립 용병까지 모여드는, 이른바 ‘사람 사는 곳’다운 암시장. 너 나 할 것 없이 행성 봉쇄 기구의 감시를 피해 살지만, 결국 사람은 거래를 원한다. 그 결과가 이 암시장이었다.
“하, 술 다운 술은 이런 곳에서밖에 못 마신다니까.”
“이구아수, 자기야. 그 술은 메탄올 많이 들었다?”
“씨발, 술 맛 떨어지게…”
이구아수는 욕지거리를 내뱉곤 곧장 그 잔을 바닥에 쏟아 버린다. 하나 남은 눈알 마저 바꿔 끼우고 싶지는 않았다. 나름 좋아하던 물건이었는데. 그는 중얼거리며 아무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르는 턱을 괸 채 칵테일 잔에 놓인 막대를 휘저으며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8세대의 강화 인간 즈음 되면 식품의 내용물도 판별할 수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농담에 그가 예민하게 반응한 것일까. 그 진의는 아무르가 직접 말하기 전까진 알 수 없지 싶다.
“뭘 봐?”
“너.”
아무르가 씨익 웃는다. 무시하자. 이 녀석에게 반응 해 봤자 좋은 꼴을 못 본다. 참자. 참자…
“…감사합니다.”
바텐더가 다가와 잔들을 내민다. 레드는 감사를 표하며 쟁반 째로 그것들을 받아든다. 이전부터도 간간이 들려왔지만, 이명이 가까워진다. 뇌가 당겨지는 기분이다. 허, 도저 새끼들도 다니던 곳인가 보군. 레드가 잔을 입에 가져다 댄다.
“야, 거기 코랄 들었다.”
“…”
레드는 말 없이 코랄이 든 술잔을 내려놓는다. 다시 주문해야 할 잔이 늘었다.
“부대에 둘 있는 강화 인간이 쌍으로 주류 검사가 가능하군…”
볼타가 큭큭대며 낮은 소리로 웃는다. 아무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녀가, 이구아수에게로 다가온다. 아무르는 활짝 웃는다.
“야, 오지 마. 오지—”
“어때,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아무르의 입술이 뺨에 닿았다. 그는 반사적으로 소리를 지른다.
“아 씨발!!”
“레드 건을 여기서 다 보는군, G5…”
그리고 미시간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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