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드림
콕핏 내부는 춥지 않다. 생명 유지 장치가 파일럿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내부 온도를 유지하며, 또한 ACS 과부하가 올 때 마다 충격과 함께 기체 전신으로 퍼지는 열기와 제너레이터, 부스터의 열기까지 한꺼번에 받는다. 그래, 생명 유지 장치는 히터가 아닌 에어컨으로서의 역할만 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구아수는 오늘도 헤드 브링어를 엉망진창으로 몰고 오는 차였다. 콕핏이 열린다. 헤드 브링어의 코어 위로 열기가 훅 끼친다. 그 주위에만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설원 위로, 이구아수는 소매를 걷은 채 AC에서 내렸다. 그의 앞으로 뛰어들듯 달려오는 사람이 한 명.
“떴다, 내 난로!”
아무르가 활짝 웃으며 그를 껴안는다. 뺨에 닿는 코 끝이 차갑다. 이구아수는 그녀를 반사적으로 밀어냈다.
“아, 더워. 꺼져!”
그녀는 아랑곳 않고 붙어있을 뿐이었다. 그가 민다고 해서 밀릴 사람도 아니다. 아무르 또한, 강화 인간이니까. 어쩌면 코랄을 통한 감각의 확장이 아닌 의체를 필두로 한 개조 공정을 거친 그녀의 완력이 그보다 더 강할지도 몰랐다. 아무르가 웃는다.
“자기야, 지랄 그만하고.”
이구아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한 번 더 밀어낸다. 그래, 사실 덥다는 건 핑곗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벨리우스의 설원에서 근무한 그녀의 몸은 차갑다. 조금의 온기는 커녕 얼어죽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다. 이런 짓이 가능한 이유는 8세대에 달하는 비교적 신형의 강화 인간 수술 덕분일 터였다.
“야…”
이구아수는 슬쩍 시선을 돌리다가 다시 아무르를 내려다본다. 싸한 느낌이 든다. 그녀는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다. 좆됐다.
“야——!!! 씨발 난 춥다고! 얼어 뒤지겠다고! 여기 씨발 눈밭인 거 안 보여?! 개 같은 벨리우스에 생명 유지 장치도 없이 씨발—”
이구아수는 황급히 손을 들어 아무르의 입을 막는다. 들어봤자 좋을 내용도 아니고, 어차피 예상도 가는 레퍼토리다.
“G5, G9…”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하……”
미시간이 나타나서 모조리 훈련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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