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Mare

하니버스 by 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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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수놓은 별들의 무리 고대 사람들이 별을 이어놓은 자리. 난 그것이 싫었다. 이유는 확고했다 그것이 마땅히 싫은 이유는 다름아닌 나의 아버지였으니까. 별을 보다가 우주를 보았고 우주에서 미지를 보았다 주장하는 아버지, 미지에 빠져 미지를 사랑하고 미지에 모든것을 바치기로 작정한 정신병자. 난 아버지가 싫었다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사랑했던 별들도 싫었다.

미지 또한 나에겐 그저 혐오의 일종일 뿐이었다. 그러나 나 또한 그의 아들이였던 걸까, 내 관심사는 언제나 혐오라는 이유로 그쪽에 쏠렸고 부정에 부정을 거듭하던 나는 어느 기점부터 그것을 긍정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애써 부정하던 것을 긍정하게 된 것만으로도 삐걱이던 내 정신은 제자리를 찾았고 이내 형용 할 수 없는 자기 혐오가 나를 삼켰다.

나 또한 그의 길을 따라 밟을까봐.

부정해왔던 모든 것들을 하나씩 받아들이자 별들이 좋았고 미지를 탐구하고 싶었다. 무수한 별들에 휩싸여 그것들을 잇고 이해 할 수 없는 미지를 공부하고 싶다. 분명 환상적인 일이 되겠지.

허나 그리해서는 안된다는 이성적인 생각이 뇌리에 꽂혔다, 알고있다 이런 생각을 품는것 자체가 그의 영향이라는 것 정도는. 그렇게 하나씩 스며들어 어느새 내가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는 바보같은 생각이 마냥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내 가족은 위험하다, 가족 자체가 위험하다는 말도 맞았고 가족이 위험한 말도 맞았다. 미지에 미쳐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 딜런이 나는 제외하더라도 다른 이들에게 위험한 일을 당하게 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것 때문인지 가족을 , 가까운 이들을 만드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가지고 있는 상태라 새런의 집에 살 때에는 일정한 선을 지키려고 했다.

2년이 넘어가고 스킨십이 늘었다, 2년전의 나라면 도저히 상상 할 수도 없는 행위겠지만 지금에서야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린 접촉에 별 다른 감흥이..없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점차 마모되어간다, 이런 관계가 옳은걸까 아니 옳고 그름을 떠나서 내가 그녀에게 너무나 많은 자리를 차지해버려도 되는 걸까.

난 망가졌다, 이는 알고있던 사실이다. 기억은 드문드문 끊겨있고 떠올리려 하면 강렬한 고통이 뒤따른다. 그리고 떠오르는 것은 물,무언가 첨벙대는 소리, 끔찍한 시체, 내가 알고 있던 누군가의 죽음, 등대, 망가진 기억을 떠올리자 여전히 무엇이 그리도 두려웠던지 심장은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떠올리려 할 수록 내 몸은 그걸 원치 않는다는 듯이 떠오르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그것을 거부한다. 두려움이 밀려온다, 난 여전히 두려울뿐이다. 이 기억을 알게 된다면 내가 어떠한 선택을 할지 두려웠다, 미치지만 않기를 , 미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그처럼 되는 것이 두려웠다.

차라리 싸우고 싶다, 나를 괴롭히려는 것들로부터 싸우고 싸워서 이내 죽는다고 해도 차라리 죽기를 원했다. 그러나 이젠 그러지 못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흘릴뿐이다. 과도한 폭력성이 나를 해방시킨다 믿었던 그 시간속에서 피로 젖은 주먹과 묘한 해방감이 나를 일깨웠다 착각한 그 시간이 차라리 이러한 두려움을 잊기 위한 내 방어기제였단 사실조차 안타까웠다.

어느새 온갖 후회에 덮혀있던 나의 손에 무언가 쥐어져 있음을 깨달았다. 따뜻하기도 하고 차갑기도 하면서 뜨거우면서 시릴정도로 두려운, 그 미지의 무언가에 또 다시 호기심을 품었으나 손가락 틈 사이로 비추는 빛줄기를 더 꽉 쥠으로서 빛을 막았다. 이러해선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있으니까.

난 미지와 멀어져야 한다. 탐구해선 안된다. 그저 보는것만 허락된 방관자, 예정된 광인.

카일 플루토 코카트리스.

“….”

이젠 미지와 멀어져야 했다, 싸우는게 아닌 지켜야한다. 내 한 몸 건사할 정도로는 부족할정도로 지켜야 할 사람이 늘어났기에, 난 조용히 미지에서 눈을 떼고 꿈에서 일어났다.

내 품에 안긴 하얀 머키락을 본다, 그 머리를 덮고 있던 손은 나의 손이었다. 쥐고 있던 하얀 빛은 꿈으로 산화해 사라졌고 내 품엔 이젠 다른 빛이 , 내 다른 별이 있었다.

나의 별.

“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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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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