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어떤 축제
대규모의 축제에는 언제나 사건과 사고가 손을 잡고 참석했다. 어찌나 사이가 좋은지, 보통의 조용한 상황이었다면 아무런 할 일이 없는 비상 인력으로 빠졌어야 하던 이들이 본부를 제대로 지키고 있지도 못 했다. 자신의 할 일을 마치고 돌아온 이와 바톤 터치를 하듯 호출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던 이가 그나마 시원한 곳에 속했던 자리를 양보한다. 농담 같은 장난이 몇 마디 흐르고, 녹아내리던 마시멜로와 꼭 닮은 꼴의 인간이 의자에 눕듯이 앉는다.
누가 세팅을 해 뒀는지, 꽤나 큰 움직임을 선보이던 무대 위에서도 본인이 있어야 할 머리카락에서 떨어지지 않던 색색의 꽃장식들이 잘그락거리는 청량한 소리를 낸다. 서로와 공명하며 맑은 소리를 내는 것엔 별 상관 없어 보이던 이가 흰 색의 가운을 입는다. 그가 앉은 부스의 안쪽에는 다양한 의료 용품이 넉넉하게 놓여 있었지만, 방금 막 호출을 받은 이는 스프레이 형 파스와 같은 간단한 것들만 챙긴 뒤 인파 사이로 훌쩍 사라졌다. 의자에 녹은 이와 같은 흰 가운을 둘렀으나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이가 시야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얼음이 녹아 가는 물을 들이 킨 이가 띵한 머리를 문지른다.
두 사람이 좋아하는 감초 사탕을 오독 거리며 까먹던 흰 색의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무섭게 검은 사람이 들어온다. 어쩜 이렇게 타이밍을 잘 맞추는지, 긴급 호출은 두 사람을 번갈아 부르며 절대 천막 안에 두 사람이 있을 시간을 주지 않았다. 보통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 목에서 제일 먼저 티가 난다고 하는데, 사탕의 효과인지 두 사람이 내뱉는 목소리는 평소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당연히, 그들 특유의 가벼운 사회성 미소 또한 한 점 흔들릴 일 없었을 것이리라.
블-루베-리 타-르트-
핫초코랑, 아아메 샷 다섯 번 추가해서 하나랑, 블루베리랑 청포도 타르트…….
물론, 잠깐의 휴식 시간을 받은 두 사람이 적당히 한적한 카페에 들어와 메뉴를 고를 때가 되면 시원한 에어컨의 바람에 마구잡이로 흐늘거리게 되는 것이다. 가운에 달린 무지갯빛 브로치가 잘그락거리는 것에는 별로 상관하지 않던 이들이 상당한 화려함을 뽐내는 머리 장식에는 흥미가 있는 모양인지, 가벼운 소란이 일어난 카페의 1층을 피해 위로 올라간 이들이 아무도 없는 곳에 자리를 잡은 뒤에야 제대로 된 안식을 얻는다.
한 사람은 다시는 자신에게 투 잡을 시키지 말라며 일을 벌린 붉은 머리의 매니저와 한참 실랑이를 하고, 한 사람은 창문 바깥에 시선을 고정한다. 정확히는, 창문의 유리창에 반사되며 찬란한 빛을 내는 일곱 빛의 꽃 장식을 바라본다. 이어 시선을 알아챈 이가 고개를 돌려 창문을 응시하면, 두 사람의 대화는 창문을 사이에 두고 발화된다.
역시 가리는 게 좋았을 것 같아요. 왜? 다른 이들이, 문장은 끝맺음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덜컥거리듯 멈춘다. 매끄럽게 타자를 치듯 움직이던 생각이 단번에 백지가 된다. 아니, 정확하게 는 너무 빠르게 움직여 백지처럼 보일 뿐이다. 검은 머리를 가진 사람은 본인의 머리 위에 올라앉은 것의 무게를 감히 가늠하지 않는다. 잘못 만지면 깨지기라도 할 까, 혹은 이 것의 주인이 자신이 아님을 알기 때문일지. 그들의 몫이 준비가 되었다며 알리는 전광판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백색의 머리칼을 가진 사람, 혹은 원흉이 굳은 이를 바라보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눈 앞에서는 푸른 색을 띄는 라이너가 사진을 찍어 주겠다며 검은 색의 라이너와 함께 떠오르고, 한적한 카페의 2층에는 검은 사람과 흰 사람이 남긴 가벼운 문장만이 떠돈다.
신경 쓰지 마. 너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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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연주하는 뱁새
저는 이 글이 몹시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캐릭터들의 하루에서 한 몇시간 남짓 안 되는 단편적인 장면들인데도 어떻게 서로를 아끼고 교류를 하는지 보여서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내년 퀴퍼에도 적어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글이 퀴어이자 창작자인 저의 마음에 불(만) 짚이고 가게 됩니다... 네로 루스 오늘도 행복하게 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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