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NERO CURTIS 사용 설명서
해당 사용 설명서는 본 상품에 대하여 적은 고생으로 많은 효율을 뽑을 수 있게 설계된 설명서입니다.
경고의 말도 적어 두는 것이 좋을까요, 절대로 수칙을 위반하지 마세요!
위반하면 어떤 일이 생기냐고요? 물론 엄청나게 심각한 일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잘못 해체한 폭탄의 말미보다는 말입니다.
자, 그럼 제일 먼저 해당 상품을 들여다 봅니다. 새까만 눈이 마주치지 않나요? 아, 눈을 원래 감고 있으시다고요. 그럼 대충 마주쳤다고 합시다. 아무튼, 그 상품의 입을 들여다 봅니다. 그의 발성 기관이 내뱉는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 주세요. 해당 상품은 주로 자신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발화합니다. 추후에 배정 받게 될 임무의 브리핑, 집으로 돌아가며 먹을 음식들에 걸맞은 재료, 본인의 기억에 남기에 가장 좋았던 순간들…….
그것들을 듣고 나면 해당 상품의 옷차림을 확인합니다.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에 따라 당신의 할 일이 정해집니다. 그래요, 지금 입고 있는 옷은 잠옷이군요. 막 잠에 들기 전인 모양입니다. 이런! 이 상품은 잠을 잔답니다, 알고 있나요? 여타 다른 상품과 다름 없이 숨을 쉬고, 말을 하고, 식사를 하고, 잠을 자는 행위를 반복하지요. 그것도 완벽하게 정해 진 시간에 말입니다!
그러니 루스, 저희 국제 테러 대책 본부 - 관리 부서 팀은 해당 제품이 당신에게 딱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리라 생각되는 이를 지정하여 파견한다는 사실을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그를 기억하세요, 그리고 그의 변화에 맞추어 움직이세요.
사람을 제품으로 지칭하지 말라고요?
그건 퍽 아쉬운 일입니다만.
해당 사용 설명서에는 본인의 의사가-
더 이상 읽을 가치가 없는 종이 하나를 기억 쓰레기통 속에 집어넣는다. 가벼운 옷차림의 그를 확인하고, 얇은 이불 사이에 파고들어 그의 온기를 느낀다. 만일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달이 되어 인간의 신체와 전혀 다를 바 없는 기계가 나온다 하여도, 그것이 정말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가? 그렇다면, 기계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 본인을 부품 중 하나라 지칭한다고 하여 그것이 정말 기계처럼 받아들여 질 수 있다고 믿는가?
아루스 데카루스는 적어도 그것이 자신의 파트너에게 붙을 만한 수식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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