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 사생아 동생이 생긴 건에 관하여

 대부분의 상식인이라면 2023년에 처첩이니 사생아니 하는 문화는 사장된 지 오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유감스러운 점이 있다면 나는 그 대부분에 속하지 않는 예외라는 것이고, 더 유감스러운 점이 있다면 우리 아버지 또한 그러하다는 점이며, 가장 유감스러운 점은 우리 아버지께서 그 사장된 지 오래라고 생각되는 문화를 몸소 부활시키셔 나에게 이 문화가 관짝에 처박히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신 장본인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소소하게 유감스러운 점 하나를 덧붙이자면, 나는 애초에 절대로 그 극소수의 예외 중 하나가 되고 싶지 않았다는 것까지일까.

 "네 동생이다."

 "…제 동생이요."

 여기서 우리 어머니는 나를 낳고 바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굳이 짚을 필요가 있나 싶다.

 "오늘부터 이 애도 의심할 수 없는 명명백백한 디아만테다.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구구절절 설명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나? 아버지는 디아만테 그룹에 껄쩍지근한 오명이 붙는 것을 몸서리치게 싫어하셨다. 아버지 말씀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우리 그룹은 우리가 만들어내는 다이아몬드처럼 결점 하나 없이 깨끗해야 했고, 깎아낸 오팔처럼 반짝반짝 빛나야 했다.' 그럼 애초에 본인이 깨끗하게 사셨으면 되지 않냐는 당연히 뒤따라오는 질문의 경우는, 지금은 접어두도록 하자. 요는 그랬기 때문에 아버지께서 갑작스럽게 제 딸이랍시고 친자확인증명서 하나를 달랑 들고 우리 저택 현관에 놓아둬진 꼬마 여자애를 어떻게든 합법적인 '디아만테'의 핏줄로 편입시키려 애쓰셨다는 점이다. 

 내가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은 갓 학교가 방학을 맞이해 집으로 몇 달만에 돌아오던 날이었다. 일년에 2/3을 시골 구석의 명문 여학교에 처박혀 있어야 했던 이유는 명료했다. 아버지는 내게 그룹을 물려받을 완벽한 경영 후계자가 될 것과 영국 귀족 전통에 걸맞는 우아한 숙녀가 되기를 동시에 요구했다. 그런 주제에 집에서 고고하게 혼자 가정교사와 수업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으셨다. 마땅히 당신의 뒤를 이을 사람이라면 원활하고 폭넓은 인간관계를 함께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별달리 반발할 것이 없었기에 나는 순순히 아버지 말씀에 수긍했다. 그 요구사항이 내가 갖추고 태어난 것들에 상응하는 의무라면 못 져줄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당연하게도, 오로지 '나'에게 한정된 이야기다. 내가 이전까지 생각하기론 분명히 그러했다.

 "그러니 이번 여름방학 내로, 네가 책임지고 이 아이를 너와 비슷한 수준의 숙녀로 끌어올려 놓도록."

 아, 아버지. 이렇게까지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을 티내실 필요는 없잖아요. 지금은 2023년이라고요. 카디 비가 티 팬티를 입고 엉덩이를 흔들며 트월킹을 추고, 맨가슴 아래를 드러내는 언더붑 패션이 유행한(물론 나 역시 고상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것들을 썩 꺼림칙하게 여겼단 사실을 부정하진 않겠다.) 2023년. 나는 조그마한 꼬마 여자애를 내려다보며 '숙녀' 운운하는 아버지를 한 번 쳐다봤다가, 꼬마애를 다시 내려다봤다.

 …눈을 깜빡이며 입술을 꾹 말아문 아이는 귀여웠다. 2023년에 후처니 사생아니 하는 문물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는 걸 알려준 아버지의 충격적 사생활과, 그걸 대고 딸인 내 앞에 모든 교육을 일임하는 무책임함을 제쳐 놓더라도.

 아이만큼은, 귀여웠던 것 같다.

 나는 한숨을 쉬며 손을 내밀었다. 

 "…안녕, 이름이 뭐니?"

디아만테라는거보석이름이었지 그래서 분명 현대 AU라면 귀금속 머기업일거라고 생각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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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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