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직시. 최초의 조우.


 이 집에 처음 오던 날, 아네트는 자신이 이 옷을 입게 될 줄로만 알았다.

 단정한 검은 치마, 그 위 흰 프릴 에이프런, 머리칼이 흘러내리지 않게 고정한 같은 재질의 머리띠. 어린 날의 아네트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사용인들이 입는 옷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내가 입게 될 옷이겠지, 어렴풋이 머리를 스쳐간 짐작은 그러했다. 왜냐하면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위치'에 걸맞을 테니까.

 애초에 어머니의 손을 붙들고 대저택의 문턱을 넘던 순간부터, 애초에 한 번도 아네트에게 그 거대한 성은 '나를 위한 곳'으로 마련되었다는 생각을 들게 한 적이 없었다. 이곳에 머무르게 될지언정 이곳이 자신을 위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 리 없었다. 이곳의 주인공은, 이 성의 주인은 따로 있다. 애초에 이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은, 한 번도 아네트를 위해서 주어진 적이 없었다.

 반짝이는 샹들리에, 화려하게 음각된 벽과 계단 틈새의 부조들, 금으로 칠을 한 테두리, 귀한 유리 대신 더 귀한 크리스탈을 끼운 창문, 얼굴이 비쳐보일 정도로 반들반들하게 닦인 대리석 바닥 위로 스스로의 낯을 내려다볼 때부터. 그 얼굴 밑으로 입고 있을 사용인들을 위한 메이드복과, 화려한 드레스를 뒤이어 덧칠해서 상상해볼 때부터. 

 그래서 궁금해졌던 것이다. 

 이게 내 몫이라면, 저 화려한 것들을 전부 독차지할 사람은 누구일까?

 인정하자. 울컥 치솟아오른 마음이 구정물처럼 탁하고 새까만 욕심이었다는 사실을. 애초에 그런 사실이 문제가 될 것도 없지 않나. 인간이라면 누군들 화려하고, 반짝이고,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쥐고 싶어서 탐내기 마련이고. 그것이 한 번도 삶에 있어서 주어져 본 적이 없었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고, 아네트는 천성이 체념과 포기가 먼 인물이었다. 다만 속내를 죽이고 여럿 기다리는 법을 배웠을 뿐. 

 얼굴을 본 적 없는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과 대화를 몇 분간 나눈 어머니는 가차없이 어린 아네트를 내버려두고 저택을 떠나버렸고, 사용인들의 손에 맡겨진 아네트는 잠시 수군덕거리는 사람에 둘러싸였다가 부엌 옆에 딸린 조그마한 창고방으로 옮겨졌다. 그곳은 확실히 처음 들어오면서 보았던 저택의 요모조모에 비해서 허름하고, 좀 더 하층민의 그것에 어울렸고….

 아네트에게 어울렸다.

 아닌가? 이런 곳이 나를 위한 장소인가? 

 지푸라기를 엮어 대충 마련한 침대 위에 주저앉아, 주위 어른들이 내주는대로 검은 치마와 흰 에이프런으로 갈아입은 아네트는 엉망으로 헝크러진 머리를 제대로 정돈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로 생각했다. 이게 내 몫이라면, 아까 보았던 저 화려하기 짝이 없는 것들을 자신의 몫으로 가진 사람은 누구지?

 "…들었어. 여기 내 동생이 있다며?"

 ……아마도, 눈부시겠지.

 반짝이고, 단정하고, 아름답고, 기품 있겠지.

 "이 애야? …왜 사용인들이 입는 옷을 입혔지?"

 …그리고 다정하겠지. 

 "…그렇지만 내 동생이라며. 됐어, 저런 모습으로 있는 건…."

 …그렇다면 그 사람을 가지면, 나도.

 "제대로 입혀서, 다시 올려보내."

 어쩌면 나도.

 …그것이 욕심의 시작이자 종말이었다. 갖고 싶은 것은 많았고 쥐어야 할 것은 더 많았지만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삶이, 그 순간 시작됐다. 빛나는 것, 반짝이는 것, 아름다운 것, 좋은 것은 다 쥐어야 직성에 풀릴 것 같은 성미도, 결국 하나로 종말을 내린다. 단 하나, 빛나는 것, 반짝이는 것, 아름다운 것, 좋은 것으로 인해.

 가장 갖고 싶은 것이 생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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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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