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N
"당신은…왜 여기서 일하는 편입니까?"
까득, 까득. 물고 있던 츄파츕스를 깨뜨리며 민예화가 대꾸했다.
"미친년한테 잘못 걸려서."
그 언젠가 톨스토이가 남긴 말과는 정 반대로, 연합에 오지 않는 사람은 제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나 연합에 오는 사람들의 이유는 죄 비슷한 모양새를 하는 편이다. 엄마, 아빠, 딸이나 아들, 형제자매, 배우자나 애인, 친구…잃은 것은 다양했으나 목표는 같았다. 당장 민예화의 앞에서 낯설다는 얼굴을 하고, 바짝 긴장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는 저 신입도 누군가를 되찾겠다는 목표로 여기 뛰어들지 않았나. 하기야 그런 이유라도 없으면 정말로 미친 짓을 벌이는 셈이긴 하지. 시니컬하게 민예화가 생각하며 부서진 사탕 조각을 입 안으로 굴렸다.
"네?"
"왜,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라도 있을 것 같았어?"
쌩하니 웃는 낯이 묘했다. 잠깐 침묵하며, 대답할 말을 고르는 차세오를 보곤 심드렁하게 뒷말을 흘린다.
"대답 안 해도 돼. 다 알아."
지금까지 잃어버린 사람들이 괴이에 빨려들어간 것이 길 가다가 벼락 맞을 확률로 운 나쁘게 걸려든 거였다면 민예화에게는 그게 일상이었다. 한 발짝 딛으면 괴이들의 세상이었고 두 발짝 더 딛으면 사방에 시야 안으로 피 튀고 모가지 잘린 시체들이 널려 있었고 세 발짝 더 딛으면 사람 고기 물어뜯는 괴물이랑 눈이 마주치곤 했다. 그 탓에 다소 밖을 나다니지 않고 두문불출 했던 것도 잠시, 오랜만에 외출했다가 병원 문턱에 발을 딛자마자 십 년 전 폐쇄된 정신병동 한복판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 순간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쌍욕을 가라앉히려 애를 써야 했다. 그 안의 미친년 하나가 저를 마음에 들어 해서 그 온갖 지랄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연합에 들어가고도 일 년 반쯤 지난 후의 일이다….
"세오야."
"네?"
"넌 찾는 사람 꼭 찾아서 돌아가. 이런 일 때려치우고."
거짓말이다.
"…감사합니다."
그냥 같이 이 바닥에서 오 년쯤 너덜너덜하게 갈려 가며 구르다가 그대로 죽자고 할 걸 그랬나. 착해 보이는데 그러는 것도 좀 미안하긴 하지. 근데 나는 죽을 때까지 뭔 미친년 하나 때문에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좀 억울하잖아. 희미하게 웃으며 시선을 돌리는 신입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민예화가 츄파츕스 막대기를 질겅 씹었다. 누굴 찾느냐고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고만고만한 빤한 신파겠지. 그가 파악한 차세오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갈까?"
"…네."
"너무 긴장하지 말고. 나랑 너무 친한 티 내지 말고?"
"네."
"웬만해선 돌아오니까 쫄지 마."
민예화는 툭툭, 신입의 어깨를 몇 차례 털어 주고 손아귀에 쥔 괴이용 권총을 빙그르 돌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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