飛上, 태동(胎動)하는 계절(季節)

모든 망상은 데이즈드 돤 2월호 화보로부터 시작됨

돤필른 by 머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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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라인: 신의 분노로 인해 시작된 세계대전과 각자의 위치에서 그것을 감내하는 인간들의 이야기

<인물소개>

마음가는대로 세상사에 개입하는 신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

세상은 신의 섭리에 따라 움직인다. 신의 섭리란 곧 전능한 존재의 기분을 뜻한다. 그는 곡식과 햇빛으로 환희를, 가뭄과 전쟁으로 진노를 드러낸다. 갈대와 같은 그는 자신을 닮은 피조물인 인간의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최근 그의 심기는 좋지 못하다. 시건방진 미물이 '신은 없다'는 말을 내뱉었기 때문. 모든 것을 만들어준 내게 어떻게 그럴수가. 무럭무럭 자라난 배신감은 곧 진노로 변했다. 신을 잊은 자들에게 평화란 없다. 신은 다짐한다. 저 극악한 말을 내뱉는 자들의 입에서 참회의 말이 나올 때까지 절망을 내리기로.

폐허와 혼돈 앞에 체념한 파일럿(선호)

"폭격이 끝나면 남는 건 폐허 뿐이었습니다. 내 모든 계절이 그렇게 지나가 버렸네요. "

전쟁은 그의 일상이었다. 어릴적부터 피난과 폭격, 죽음은 늘 선호를 따라다녔다. 집이 무너지고 절친한 친구들이 죽기를 수차례, 그는 파일럿이 되기로 결심했다. 땅에 있는 존재는 닿을 수 없는, 아득한 곳에서 죽음을 뿌리고 다니는 저것. 해와 함께 뜨고 달과 함께 지는 존재를 땅에 속한 자들은 영원히 이길 수 없었다. 그래서 선호는 땅을 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무기력하게 하늘만을 바라보며 운명에 삶을 맡기기보다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이 되기로.

그는 우수한 실력으로 파일럿이 되어 전장을 휩쓸었고 세간은 그에게 찬사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는 무감하기만 하다. 언제 죽을지 모를 불안에 시달리던 과거에서 멀어졌으나 삶은 여전히 잿빛이다. 이 행위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자신과 같은 파일럿들이 태어나고 죽을 동안 혹은 수백 수천만의 생이 스러져갈 동안에도 전쟁은 답보 상태다. 과연 끝이 있기는 한 걸까.

하지만 무언가를 따지기엔 너무 지쳤으니 그저 이대로 살아가련다. 끝없는 혼돈 속에서 생각은 사치다. 그리고, 신부님도 그러지 않았는가. 적을 죽이는 것은 죄가 아니라고. 신의 대리인이 내린 판결을 한낱 인간이 따지고들 순 없는 법이다. 그의 말은 언제나 두터운 안개에 싸인 생각을 보다 명료히 만들어준다. 전쟁의 부속품에 불과한 자신에게 길을 제시해주는 성록의 말이 선호에게는 유일한 희망이자 위안이다.

신의 이름으로 불안을 잠재우는 명망있는 신부(성록)

"신의 뜻은 주어진 것을 감내하는 것입니다. 그게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신은 인간을 사랑한다. 성서에 기록된 이야기 중 인간을 제외하고 신과 관계를 맺은 종이 있던가. 신의 슬픔과 기쁨이 다른 피조물에게 향하는 것을 보았는가. 만물을 창조한 이는 그 많은 것들 중 오직 인간에게만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존재들에게 시련을 내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모세가 가나안에 들어갈 수 없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약속된 땅을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신을 의심했기 때문이다. 그 대가로 인간은 삭막한 황야에서 40년을 방황해야 했다. 모세로부터 몇 천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인간은 여전히 믿음이 부족하다. 유구한 세월 동안 변하지 않는 족속이 일순 개벽하여 신앙에 열광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신을 만족시킬 만한 신앙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은 언제나 혼란스럽고 피폐할 것이다.

영원히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성직자의 역할은 인간 개개인에 집중하는 것이다. 한 생애를 온전한 정신 속에서 마칠 수 있도록, 방황을 그치고 주어진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 그 안에서 신앙은 수단일 뿐이다.

한 파일럿이 물었다. '신의 뜻에 반하는 제 행위를 신부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구원이나 죄에 대한 정당성을 찾고자 묻는 것이 아닌, 살인자에게 복음을 내리는 성록을 향한 명백한 조롱이었다. 성록은 그에게서 삶에 대한 권태와 무기력을 보았다. 무수히 살인을 저지른 그는 신이 있는 곳으로 가지는 못할 것이다. 죽음 이후에 펼쳐질 세계에서 의미를 구할 수는 없겠으나 삶을 충만히 누릴 수는 있으므로 성록은 그의 허무감을 덜어내기로 했다. 성록의 의도대로 선호는 점차 주어진 자리에서 맡은 바를 충실히 해냈으나 어째서인지 그럴수록 처음과는 다른 마음이 피어올랐다. 파일럿이라는 직책을 잘 해내기를 바라는 마음은 점점 그가 전장에서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랐고, 종국엔 전쟁에서 멀어졌으면 하는 염원으로 바뀌어 간다. 귀환을 알리는 밤이 찾아오기까지 성록은 성당의 문을 하염없이 힐긋거리고 신문에 빽빽이 적힌 전사자 명단을 훑는다. 수단에 불과했던 신에게 간절히 기도를 올리는 성록은 그런 자신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서브 커플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지원하는 사업가(한수)

차고넘치는 금과 토지는 세상이 뒤집히든 말든 안락한 삶을 보장한다. 신문에선 연일 전쟁으로 사람이 죽어나간다는데 글쎄, 모르겠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제 주변엔 깨끗한 옷을 입고 매끼 풍요로운 식사를 즐기며 행복하게 웃는 사람들 뿐이다.

유년시절엔 세상이 모두 그런줄로만 알았으나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은 이후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돈이 흘러오는 가장 밑바닥에는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이 있었다. 지금까지 누렸던 삶이 많은 사람들의 희생에서 나왔다는 것을 깨닫자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가시방석이다. 그래서 그는 결심했다. 부의 원천이 시작된 곳에서도 풍요가 깃들 수 있게 하기로.

한수는 우선 보호소를 차려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에게 기반을 만들어 주었다. 처음 몇년은 순조로웠으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그는 생각이 많아진다. 돈과 시간을 들여 만든 집과 땅이 단시간의 폭격으로 망가지는 일이 다반사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허탈감이 끝없이 밀려든다. 전쟁이 끝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살 방법은 없어 보였다.

한수는 자신의 노력이 짓밟힌 폐허에서 결심한다. 상대편을 확실히 짓눌러 전쟁을 완전히 끝내기로. 그렇게 그는 보호소를 운영하는 동시에 군수물자에도 자금을 대기 위해 이 나라에서 가장 큰 군수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찾아간다.

군수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동철)

"전쟁은 널 풍요롭게 해줄거다." 무기 사업에서 크게 한탕을 친 아버지의 조언(繰言)이자 유언이었다. 아버지는 행동으로 그것을 입증했다. 수도 변방의 낡은 집에서 수도 한가운데의 궁궐같은 집으로 가세가 옮겨가는 걸 목도한 동철은 아버지의 말이 틀리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동철은 전쟁이 지긋지긋 했다. 무기가 팔릴수록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너무 잘 알았던 탓이다. 폭격으로 집이 무너지고 총탄으로 주변의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한 동철은 매일 밤 그 날로 돌아가는 악몽에 시달린다. 그곳에서 발이 부르트도록 걷고 음식이라 할 수 없는 것들을 먹으며 어서 이 삶이 끝나기를 빈다.

동철에게는 악몽일 뿐인 일이 다수의 사람에게는 현실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그는 남의 고통을 외면한 채 죽음을 파는 일을 더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무기 개발에 협조하고 싶다며 거액을 들고 찾아온 남자가 있었다. 쉽게 거절할 수 없는 액수를 제시한 남자는 가난한 사람을 대가없이 돕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런 사람이 군수사업에 투자하려 들다니. 시현은 이 기회를 잘 잡아보기로 했다. 제가 새로이 시작하려는 자선사업에 투자할 수 있게 남자의 마음을 돌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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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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