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실 峎㗭
네오플사 온라인 게임 사이퍼즈 기반 드림주
~수정중~
본명: 은실
코드명: TAEBAEK
나이: 미상
국적: 조선
신장: 168cm
체중: 56kg
소속: 무소속
직업: 무당
Vol. ??? 식물 능력자
⼭神祭物 산신제물
이클립스 편집부
‘신’이라는 것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삶에 깊게 관여해왔습니다.
누구는 신에 빗대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자, 라고도 생각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것들을 인간들의 쓸데없는 상상력과 결과물,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염원은 어떤 곳에서는 종교의 우두머리 형태로 나타나고, 어떤 곳에서는 기적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니까요.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사람들은 세상 곳곳에서 신이라는 존재를 아주 오랫동안 받들어 모셔왔습니다. 어째서냐고요? 물론, 그런 존재들은 보통의 사람들이 ‘해낼 수 없는 것’을 바랄 때 가장 좋은 핑곗거리가 되어주기 때문이지요. 자신의 편을 들면 숭배의 대상이 되며, 자신의 편을 들지 않으면 악이라 지칭하고 저주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목격되고는 합니다.
저희는 그런 오컬트적 이야기 속에서, 조선에서 유명한 ‘태백산맥의 여인’에 대한 전설을 찾아냈습니다. 저희는 그 전설이 이전에 조선에서 당도해 전장에 출전한 능력자 ‘숙희’의 이야기임을 의심했으나, 여러 가지 검증과 더불어 에릭 샤르코의 증언에 따라 두 존재는 아예 다른 사람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클립스 편집부는 그 길로 소문의 근원지를 캐내기 시작했고, 조선 팔도에 깔려있던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을 타고 트와일라잇까지 널리 퍼지고 있었습니다.
저희 이클립스 편집부는 결국 이야기의 주인공을 마주하지는 못하였으나, 사람들의 입과 기억을 타고 알음알음 퍼져있는 전설들을 긁어 모아 한자리에 집중시키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이젠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저희 이클립스 편집부가 지금 이 자리에서 공개합니다.
산음
무한한 존재들이 그러하듯, 그 여자 역시 태초의 기억 따위는 없었다고 전해져 왔습니다.
그저 눈을 떴을 때의 여자는 태백산맥을 가장 오래 지킨 고목 안에 누워 있었고, 그 고목의 오래된 생을 빨아 먹고 태어난 것이 바로 그녀였습니다. 들짐승 하나조차도 어미가 있는 것이 세상의 순리였지만, 그녀는 그런 것 하나 없이 눈을 떴기에 생명이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덕목들을 혼자 깨우쳐야만 했습니다. 숨 쉬는 것도, 무언가를 먹거나 입는 것도, 심지어 생활 습관까지도요.
누구는 생명이라는 것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깨닫고 감사했겠지만, 여자는 그런 것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해가 뜨는 것도, 그것이 지고 밤이 오는 것도 지겨워했으며, 들짐승의 울음소리와 산 아래 마을에서 인간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는 그녀의 귓가를 찢어놓는 소음 그 이상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이 세상이 지겨웠어요. 더 머물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요.
어떤 생명이든 태어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지만, 죽는 것만큼은 선택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 그녀는 몇 번이고 죽음을 선택했어요. 언제는 정말 우연인 것처럼, 아니면 정말 일부러인 것처럼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녀는 죽을 수 없었습니다. 숨이 끊어짐을 느끼고 눈을 감으면, 그녀는 언제나 다음 날 다시 눈을 떴거든요. 그녀는 몇 번을 죽어도 고목 속에서 다시 눈을 떠야만 했고, 반복되는 죽음에 지친 그녀는 점차 죽을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옆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똑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면, 주위라도 조용하게 만들고 살고 싶었으니까요.
태백산맥은 이제 그녀의 요람이었고, 산신의 자리에 앉은 그녀는 말없이 그녀의 요람을 지켜왔답니다. 산에 발을 들이는 삿된 것들을 치워내고, 되먹지 않은 것들이 산을 차지하려고 들면 모든 것을 흔들어 내쫓아버렸죠. 그러니 산에 먹을 것을 찾으러 가던 이들의 발걸음이 끊기고, 짐승들 역시 낮게 숨죽이며 사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전의 활기찬 모습이 사라지고 음산함만 남았으니, 사람들은 그곳을 이전의 이름 대신 ‘신의 저주를 받은 산’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요람에 아명(亞名)이 붙은 것이 퍽 만족스러웠던 모양입니다. 이후로 산은 더욱, 끊임없이 날뛰기 시작했으니까요.
태주
여자는 산의 이름을 다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모양이었습니다.
산에만 올라갔다 하면 사람이 고꾸라지고, 범에게 물려가고, 사지가 바위 아래 깔려있으니 마을 아래 사는 인간들은 점점 미지의 존재에게 두려움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사는 사람들은 마을을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고, 이제 마을 아래 남은 것은 그곳에 오래 터를 잡았던 가문들과 산의 기운을 받겠답시고 덤비는것들 뿐이었습니다. 종종 시끄러운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조용해진 것으로도 여자는 만족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여자가 산신으로 불리며 산을 지키고 살아가는 나날이 늘어났습니다.
마을 아래는 이제 무당 천지가 된 지 오래였고, 여자는 종종 들리는 굿 소리를 제외하고는 마을 아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이 원하거나 모시는 신과 자신은 전혀 다른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라면 더 이상 소리들이 거슬리지 않았던 것일까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겠지만, 현재의 저희로서는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여자의 시선을 돌린 것은, 단 한 번의 굿이었습니다.
마을 구석에서 치러지는 내림굿의 주인공은 한 단가의 여식이었죠. 조상 대대로 무업을 치러왔으니 자신도 그리해야겠다고 생각한 여식은 고운 갈색 빛의 머리칼과 갈색 눈을 갖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무복을 입고, 손에 부채와 방울을 든 뒤 춤을 추는 모양새는 여자의 흥미를 끌어내기 충분했습니다. 산에서 잠이 들었던 여자가, 생전 드나든 적 없던 굿판에 다다랐으니까요.
여식을 보던 여자는 문득 새로운 흥미가 생겼습니다.
자신은 육신이라 부를 만한 것이 없는 존재이니, 육신이란 것이 생기면 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새로운 가설이 머릿속에 차올랐죠. 가설을 확인하려면 저 앞에서 예쁘게 춤추는 몸을 차지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한 여자는 굿판 한가운데로 걸어 나갔습니다.
굿판에 다다른 여자는 본디 여식이 모셨어야 할 신을 내쫓았습니다. 춤을 추는 여식의 머리 위로 올라가 함께 춤을 추던 거대한 여자는, 이제 작디작은 몸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시 몸을 떨던 여식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의 눈은 이전처럼 깊은 갈색이 아닌 금색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금색 눈을 가진 채 굿판 한가운데 앉아 점을 보고, 방기떡을 팔고, 숨겨놓은 무구까지 당연하게 찾아냈습니다. 굿판 내내 한 번도 웃은 적 없던 여식이 해사하게 웃어냈다는 것은 덤이었죠. 예쁘게 웃는 여식의 영혼이 삼도천에도 닿지 못하고 영영 흩어졌다는 사실은, 이제 그녀의 몸을 차지한 여자 외에 아무도 몰랐습니다.
맞이
그러나 여자의 유흥은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본디 필멸자의 것이었던 여식의 작은 몸은 여자에게 맞춰서 점차 불멸자의 것으로 변해갔고, 여자는 여식의 이름이었던 ‘은실’이라는 이름을 새로 가졌죠.
‘은실’은 ‘멀쩡한’ 척을 하기 위해 온종일 신당에 앉아 점을 보는 삶을 살았고, 그런 삶은 그녀에게 굉장히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셀 수도 없는 날들이 흘러갔죠.
“ 아, 지겨워. ”
그러니 여자의 흥미가 금방 식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굿을 하고 남의 행복을 빌어야 하는 것은 여자와 전혀 맞지 않는 일이었거든요. 신당에 들어선 여자는 잘 차려진 것들을 바라보다 발로 그것을 엎었습니다. 부수고, 찢고, 파괴하고…. 집이 폭삭 무너질 때가 되고 나서야 만족한 여자는 무구들도 깨버리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그녀의 신당 앞으로 몰려왔으나, 여자의 웃음 뒤에는…….
반나절도 되지 않아, 산 아래 마을은 괴멸당했습니다. 온갖 무당들이 터를 짓고 살던 그곳은 어느 집도 빠질 것 없이 무너져 있었고, 피와 살점이 난무한 살육 현장 속에서 맨발로 유유히 빠져나온 여자는 오랫동안 비워뒀던 자신의 요람 속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습니다.
비어있던 고목은 여자가 작은 몸이 되었어도 그녀를 충분히 품을 수 있었고, 이제야 주위가 전부 조용해진 여자는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갈색 머리 여자는 태백산맥 그 자체가 되어 오랜 시간 산신으로 군림했습니다. 누구는 그 산신이 갈색 머리칼에 금색 눈을 가졌다고 말하고, 누구는 그 산신이 흰 백발에 연두색 눈을 가졌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누구는 그녀가 아주 작은 여자라고 말하고, 누구는 산을 한 손에 들고도 남을 만큼 거대한 존재라고도 말합니다.
그러나 여자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잠을 깨우는 것들 외에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으므로, 진정한 그녀의 존재는 아무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없었다고 하죠. 죽음 끝에서 겨우 살아온 이들 역시 각자 다르게 말해버리는 통에 외관에 대해서는 그 어떤 증언도 자료로 추가할 수 없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저희가 수집할 수 있는 자료는 이것이 다였습니다. 이것이 실제로 있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그냥 단순한 설화인지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겠으나… 저희가 이 이야기를 수집하며 보고 들은 이들만 열댓 명이 넘어가니 본격적으로 조선으로 넘어가 그 존재를 찾아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공개할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무리하지만, 관련하여 제보하실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이클립스 편집부로 연락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관련사건파일
NO. 98447561, 북쪽 바다의 경고
본디 북쪽의 바다에는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보통의 어미들은 ‘아이가 죽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면, 북쪽의 어미들이 갖고 있는 두려움의 근원은 오랜 소문 속의 주인인 ‘죽지 않는 여인’이었다.
어느 날부터 바다를 통해 침략의 기회를 엿보던 왜구들은 바다와 가장 근접한 마을부터 침략해오기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비명과 울분이 하늘을 찌르기 시작하자, ‘그것’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날도 어김없이 왜구가 배를 타고 바다에 들어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맞서 싸우던 남자들은 죽었으며 여인들은 옷이 찢어져 가며 저항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부터 저벅저벅 걸어오던 갈색 머리 여자는 왜구 열댓명을 향해 뛰어갔다. 맨손으로 멀쩡히 서 있는 왜구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아챈 여인은 이미 죽은 머리를 빙글빙글 잡아 돌렸다.
피가 불꽃처럼 솟구치는 광경과, 깔깔 웃는 웃음소리가 북쪽 바다의 파도 소리 위에 오래오래 얹혀졌다. 이후에도 왜구들의 침략은 몇 번 있었으나 그때마다 죽지 않는 여자는 왜구의 머리를 잡아 돌렸고, 몇 번이고 패배한 것들은 더는 북쪽 앞바다에 나타나지 않았다.
갈색 머리 여인도 다시는 바다에 나타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북쪽의 어미들은 자식에게 경고한다. 곱게 죽고 싶다면, 북쪽의 바다에는 걸음조차 하지 말라고.
NO. 98447562, 구설
“이건 뭐이네?”
“허이고? 저 가시나 저거 간만에 와 가 하는 말뽄새 봐라. 지랄이 풍년이네, 풍년이야.”
“그라모, 니 꼬라지를 보고 내가 지금 다른 말을 할 것처럼 보이네?”
숙희는 주위를 훑어본다.
“니, 그래 인간이 좋드나. 쓰잘데기 없이 정을 그래 주가 어따 써물라꼬.”
“내 그거에 대해서는 니랑 할 말 없지비.”
아무것도 없다. 확인을 마친 숙희는 등을 돌렸다.
“내가 니 구라파로 간다 염병 떠는 걸 모를 것 같나.”
눈치도 빠르다. 숙희의 걸음이 멈췄다. 은실의 목소리가 귓가에 꽂히는 것이 참으로 우스웠다.
“한나라 카던 고 기집애가?”
“…할 말 없다.”
은실을 등진 숙희는 다시 앞으로 걸어나갔다. 돌아오지 않을 심산이다. 그런 숙희를 보던 은실 역시 제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멍청한 것들이 무어가 좋다고….”
하늘이 새파랗다. 새파람에 눈이 부신 은실은 기분이 나빴다.
“무어가 좋다고, 무엇이….”
오랜 한탄같은 목소리가 태백산맥을 떠돌다 땅으로 굴러떨어졌다.
(서온님 커미션)
은실 전신 일러스트
(차야님 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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