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JO (죠르미스)

무지개의 끝에서

죠르노x미스타/죠죠의 기묘한 모험 5부

Red camel by 스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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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작성

어느날. 

죠죠 5부가 끝나고 6부의.

2012년. 그리고 3월쯤의 죠르노와 미스타입니다.

시기상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원작이나 공식 설정과 다른 부분이 꽤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하루하루가 흐르고.

그런 시간이 모여서 계절이.

그리고 시대가 바뀌었다.

시간은 흘러가면서 모든 것을 바꾸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별로 없다.

이탈리아의 풍경도 매일 보다보면 조금씩 달라진다. 베네치아를 예로 들어보면 관광지로 유명한 큰 건물의 모습은 변화가 없어보이지만 알고보면 크고 작게 보수 공사를 한 덕분이다. 물론 강 위에 흘러가는 배와 오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매일 크게 달라지고 있다.

마침 나는 미스타와 시대의 변화에 대한 주제로 얘기를 하고 있었다.

마피아의 사업이라는 것도 시대가 달라지면서 변화했다는 대화였다. 요새 중국계 마피아는 스마트 폰에 유심칩을 해킹한대요. 내 말에 미스타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답했다. 그게 보기보다 돈이 엄청 되나보네. 개인정보를 빼돌리는 쪽이려나? 미스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파시오네도 질 수 없잖아. 호기롭게 말하는 미스타에게 나는 웃어주었다. 

걱정 마세요. 우리가 소유한 아보카도나 크랜베리 농장이 이미 카지노의 수익을 월등히 이기는 우수 사업이 되었으니까요. 내 설명에 미스타는 고개를 끄덕인다. 좋네. 크랜베리 농장 한번 나중에 가보자고. 미스타의 말에 나는 답했다. 둘이서 말이죠? 미스타는 과장되게 말했다. 내가 너 아니면 누구랑 가겠어? 그거야 그러네요. 나의 오른팔은 당신이니까. 내 말에 미스타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오른팔이기만 하려나? 그렇게 말하고는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죠르노, 미국은 왜 이렇게 더워? 대뜸 나온 말은 주제가 전혀 다르지만 그래도 나는 그의 목소리가 좋고 대화가 좋아 즐겁기만했다. 그러니까 미스타가 너무 덥게 입고 왔다니까. 내 지적에 미스타는 눈을 찌푸렸다. 나는 미국 간다기에 휴양지라도 가는 줄 알았지. 머리에 꽃 달고. 알로하~ 알로하~ 팔을 흐느적거리는 미스타에게 나는 쿡쿡 웃으며 답했다. 미스타. 그건 하와이겠지.

시간이 갈수록 달라진건 우리 둘의 사이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제 미스타에게 말을 편안하게 하는 빈도가 늘었다. 처음 미스타와 만났을때의 15세의 나도 이따금 미스타를 지칭하는 말을 낮추었지만 그때와 지금은 느낌이 전혀 다르다.

바뀐건 나의 말투뿐만이 아니다. 당연히 우리도 그동안 나이를 먹었다.

나에게는 성장했다는 표현이 맞을 변화가 일어났다. 15세의 죠르노 죠바나가 가졌던 늘씬한 체구는 이제 자라서 탄탄한 남성의 체격이 되었고, 씩씩함과 귀여움을 갖춘 얼굴은 아름다움과 용맹함이 공존하는 외모가 되었다. …라고 스스로도 생각한다. 자만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객관적 사실로 말이다.

나는 예전보다 커진 손으로 미스타의 손목을 잡았다. 벌써부터 택시를 잡으려는 일은 그만둬. 이제 곧 목적지니까. 내 말에 미스타는 입을 삐죽거리며 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네네~ 알겠다고. 죠죠. 그 말에 나는 미스타의 옆구리를 찔렀다. 미스타. 당신은 죠르노라고 부르라고 했잖아요. 내 말에 미스타의 섹스 피스톨즈도 내 편을 들어주었다. 맞아. 맞아! 미스타가 잘못했다! 잘못했네! 잘못했어! 사과해라! 사과! 어서 미안하다고 해! 미스타는 두 귀를 막았다. 아아~! 다 시끄러워! 너희 누구 스탠드인거야? 알겠으니 그만해! 미스타는 그렇게 외쳤지만 지나가는 사람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잔소리였다. 단지 우리 둘만이 들을 수 있는 사랑스러운 잔소리다.

미스타 역시 외모는 바뀌었다. 그래도 처음 만났을 땐 청년과 소년이 공존하던 18세의 나이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어른스러워졌다. 턱선도 굵어졌고. 어깨도 더 넓다. 뿐만 아니라 미스타 역시 키가 자랐다. 내가 나름 열심히 자랐음에도 결국 미스타의 키를 추월을 해내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

그래도 외모를 제외하면. 여전히 미스타는 환하게 웃을 때 어금니까지 다 보일정도로 웃고. 슬픈 영화를 보며 울 때는 콧물과 눈물이 너덜거릴 정도로 울고. 화를 낼 때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며 발을 굴린다.

그리고 나 역시. 그 모든 모습을 변함없이, 여전히 무척 좋아한다.

찾았다. 저기 저 건물이네. 다 온 것 같아. 미스타는 스마트폰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 사진 맞지? 미스타가 보여준 사진은 눈 앞의 건물과 일치했다. 전체적으로 푸른색의 카페. 오래되었는지 벽면이 낡아 있다. 네 맞네요. 내 말에 미스타는 인상을 찌푸렸다. 문이란 문은 죄다 열어둔걸 보니 에어컨하곤 거리가 멀 것 같아. 지친 미스타의 등을 살짝 때리며 나는 먼저 걸어갔다.

도착한 카페는 정말 오래된 카페였다. 우리가 이 카페에 온 이유는 무언가 자료를 넘겨받을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직접 보스가 와야할 이유는 뭔지 모르겠지만. 상대방도 그에 상응하는 정보를 주기 때문에 참기로 했다.

털털 거리는 선풍기가 사력을 다해서 움직였지만 빈말이라도 전혀 시원하지 않았다. 그나마 건물 안이나 밖이나 불어오는 바람은 비슷했기에 우리는 건물 밖의 자리에 앉아있기로 했다. 차양이 있는 응달이라 햇빛 아래 서있는 쪽 보단 나았다.

진짜 이러다 쪄죽겠다. 미스타는 투덜거렸다. 그는 어느새 시킨 오렌지 쥬스를 빨대로 전부 마셔버렸다. 가장 시원하면서 빨리 나오는 음료가 오렌지 주스라기에 그걸로 시켰더니 나오자마자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마신 것이다. 폐활량도 좋아라. 내가 혼잣말을 하는 동안 미스타는 생 얼음을 어금니로 씹고 있었다.

“있잖아. 죠르노. 갈수록 점점 더 더워 지는거 같지 않아?”

“여름의 중반이니까.”

“아니. 그 뜻이 아니라. 분명히 작년 이맘때쯤에는 대충 살만 했다고. 근데 올해는 정말 더워. 자다가 땀을 흘리면서 깨잖아.”

“그런가? 작년이나 올해나 비슷한 것 같은데.”

“아냐. 완전히 달라. 전혀 다르다고. 작년엔 에어컨을 이리 자주 틀지 않았잖아. 분명히 그거 아냐? 그 뭐냐. 지구 난방화.”

“지구 온난화요. 미스타.”

“비슷하네 뭐. 여튼 그런거 아니냐? 이러다가 갈수록 지구엔 사막만 남는거 아니겠어? 안 그래도 북극이랑 남극에 얼음이 녹고 있다며. 북극곰이 바다에 빠져 죽는다고. 상상이나 돼? 헤엄을 그렇게 잘 치는 북극곰이 바다에 빠져서 익사를 한다니까? 이게 말이 되냐고.”

미스타는 그런 긴 말을 하면서 어금니를 우둑우둑 씹었다. 글쎄요. 미스타는 겨울에도 매년 갈수록 추워진다고 한 것 같은데. 나는 중얼거렸다.

카페는 소음이 가득했다. 길가에 앉아서인지 돌아다니는 행인의 목소리가 다 들린다. 쉼 없이 지나가는 자동차의 소리는 이제 이명처럼 남았다. 절대로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

빨리 만날 사람이 왔으면 좋겠네요. 내 말에 미스타는 얼음이 사라진 유리컵을 빙빙 돌리며 말했다. 나는 너랑 여기 더 앉아있어도 좋은데. 그 말에 나는 미스타를 바라봤다. 같이 지낸 시간이 길어져도 여전히 저런 말에 뭐라고 답하는게 좋을진 모르겠다. 부끄럽다고 해야할지. 좋다고 해야할지. 내가 생각하고 있을 동안 미스타는 카페에서 나오는 오래된 팝송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잘 모르는 노래다.

품위라고는 전혀 없고. 시끄럽고 소란스러우며 누구라도 가질수 있는 뻔하고 흔한 추억의 한 장면이다. 그래도 나는 이 일상의 번잡스러움에도 잘 녹아드는 미스타가 좋았다. 그러다가 그가 나를 바라봤을 때, 순간 무언가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방금전까지 행인의 소리가 무척 시끄러웠다. 오래된 선풍기의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자동차의 경적 소리가 울린다. 그런 소리가 일순. 단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 시간은 무척 짧았다. 몇 초라는 단위로 쪼갤 수도 없을 정도로 짧은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분명히 위화감을 느꼈다. 조금 놀란 표정으로 내가 미스타를 불렀다.

“미스타. 방금 뭐였어요?”

그렇지만 미스타는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뭐? 뭐가 있었는데? 미스타의 반응은 진심이었다. 정말로 그 무엇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왜 그래. 죠르노?”

“…아뇨. 아닙니다.”

잠시 기분이 이상해서요. 나는 중얼거리며 넘어갔다. 그렇지만 확실히 이상하다. 말로는 대수롭지 않은 척 했지만 내 귀 뒤에 흘러 내리는건 더워서 흘리는 땀은 아녔다. 이 공간에서 나만이 느낀 위화감. 분명히 예사 일이 아니다.

차라리 미스타도 함께 느꼈다면 흔한 스탠드 술사의 공격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스타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의 스탠드인 섹스 피스톨즈도 옆을 휙휙 돌아다니며 미스타에게 졸리다고 칭얼거릴 뿐이다.

그렇다면. 나만이 느낀 이유는 역시 나의 스탠드의 특징 때문이다.

레퀴엠만이 감지할 수 있는 위험.

그런 결론이 내려지자 나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무언가가 다가온다. 무엇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을 알지도 못한 채 막지도 못할 것이다. 무엇인지 파악 하는건 레퀴엠의 영역이 된다.

미지의 상황. 불가시의 적. 무엇으로 막아야 할까.

……….

어찌 대처해야할지. 이성으로는 전혀 판단이 되지 않았다.

나는 눈치 좋은 미스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노력해야했다. 괜히 눈에 들어온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 왜 그래 죠르노? 미스타의 질문에 메뉴판으로 얼굴을 가리고 답했다. 너무 더워서요. 음료수라도 하나 시킬까 하고요. 내 답에 미스타가 메뉴판을 손가락으로 집었다. 그럼 나도 하나 더 시킬까. 이놈 늦네. 미스타가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자 시야가 바뀐다.

눈앞이 빙빙 돈다. 메뉴판의 글씨가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몸의 균형 감각이 깨진다. 나는 반사적으로 테이블에 손바닥을 올려 몸을 지탱했다. 몸이 부유하는 감각과도 비슷한 어지러움이 올라온다. 뭐지. 평형감각을 공격하는 스탠드인가? 나는 입술을 깨물며 정신을 유지하려 애썼다. 혹시 미스타는 괜찮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미스타를 보면, 미스타도 인상을 찌푸렸다.

“………죠르노. 이상하게 나 속이 좀 안좋나 봐. 갑자기 머리가 너무 어지러운데…….”

적의 스탠드 공격이 틀림없다고 말을 해야할까. 내가 고민하는 순간. 나에게 다가온 어지러움은 사라졌다. 주변을 둘러봐도 행인은 모두 멀쩡해보였다. 숨을 가다듬고 미스타의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잡아주었다.

“괜찮아요? 미스타?”

“모르겠어. 기분이 이상해. 왜지. 너무 더워서 그런가?”

미스타가 물어보던 그 때. 나는 미스타를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뒤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시계가……방금 전에도 저런 속도로 움직였나…?

시계의 초침이 조금 빨라진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초침에 따라 분침도 빠르게 움직였다. 원래 고장난 시계였던가. 나는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분명히 방금전만해도 멀쩡한 시계였다.

나는 미스타는 눈치 채지 못하게 내 컵에서 얼음을 하나 빨대로 당겼다. 그리고 미스타가 이마를 짚고 한숨을 쉬는 동안 그 얼음을 땅에 떨어뜨렸다. 얼음은 바닥에 떨어진 채 조각이 났다. 결과만 보면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떨어지는 과정 중에 일부를 인식하지 못했다.

나는 침을 삼켰다. 디아볼로 때와 같다. 시간이 삭제된 듯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조금은 다르다. 그때는 완전히 시간이 건너뛰었는데 지금은 그런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은……. 시간의 삭제와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생각의 끝에 나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했다. 아니, 감지했다.

그것은 내가 아니라 레퀴엠이 한 일이다.

머리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 내가 추측과 가설을 세우고 논리적으로 판단하여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니기에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저 감으로. 그것을 알아차렸다. 동물이 큰 재해를 미리 알아차리고 도망을 가듯이. 앞으로 터지는 사건을 미리 느낀 것이다.

단순히 지진을 미리 느끼고 도망가는 쥐였다면 상황이 오히려 좋겠지만…. 다가올 재해는 지진은 절대 아녔다.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있는 구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물에 물감이 번지듯이 하늘의 색이 달라진다. 태풍이라도 오고 있다면 저런 하늘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오늘은 바람한 점 불지 않는 더운 날씨다. 나는 밑 입술을 깨물었다. 시간이 빨리 돌기 시작했다. 아주 멀리서부터 말이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미스타의 이마에 손바닥을 대었다.

“어때. 죠르노? 열이라도 있어?”

나는 미스타의 말에 태연하게 답했다.

“더위를 먹어서 감기라도 걸렸나봐요.”

그의 이마엔 땀이 맺혔다. 나는 땀을 닦아주며 말했다.

“미리 들어가서 쉴래요?”

그렇지만 거래는. 미스타의 말에 나는 평소처럼 웃으며 말했다. 부하를 시켜 일정을 바꾸자고 연락을 할게요. 늦은 그쪽 잘못이니까요.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상대방이 올 리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이 시간의 가속은 스탠드의 능력인지 뭔지 확실히는 모르지만 점점 번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가속보다 빠른 속도로 이 곳을 이탈하면 어떨까?

나는 그런 방안을 생각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해일이나 지진이라면 더 빠르게 이동해서 피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재난은 시간과 관련이 있다. 시간의 흐름을 피할 수 있을 리 없다.

아니. 레퀴엠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레퀴엠이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되든지. 어쩌면……. 

나는 그런 가설을 세웠다가 미스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을 접었다. 나 혼자서 이 시간의 흐름을 벗어날 수 있다고 해도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주변에 호텔은 잡아놨으니까요. 우선 이동해요.”

걸을 순 있어요? 택시라도 잡을까요? 나는 미스타를 부축해주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일반 사람은 평소와 같이 행동중이다. 미스타가 어지러움을 느낀 이유는 아마 그가 스탠드 술사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언가 일어났음을 미스타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렇다면 미스타에게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주어야만 할까.

…아니. 미스타는 포기하는 성격이 아니다. 반드시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엔 시간의 가속에 먹힌다. 그렇게 되면 그는 아마 절망할지도 모른다. 겁이 많은 그가 공포에 먹히며 불안해 할 것이다.

나는 이기적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미스타를 공포에 떨어뜨리기 싫었기에 말하지 않았다.

다행히 택시는 금방 잡혔다. 우리는 호텔로 바로 이동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에 미스타를 눕혔다. 미스타에게 물을 가져다준다고 하고 창문으로 다가갔다.

아직 세상에 큰 변화는 없다. 사람들은 여전히 변함없이 생활 중이다. 작은 교통사고 외에는 크게 주목할 만한 사건도 없다. 어쩌면 저 교통사고도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 여파일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크게 주목하지 못했다. 하늘을 날고 있는 새도 똑같다. 그렇지만 나는 그 새가 짊어진 하늘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바람도 불지 않는 하늘에 빛이 지나치게 빠르게 지나간다.

이제 곧 이 근처에서도 시작될지도 모른다.

나는 숨을 고르고 커튼을 닫았다. 미스타. 몸은 좀 어때요. 나는 미스타에게 생수통을 가져다주며 뚜껑을 열었다. 미스타는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거친 숨을 뱉었다.

“이상해. 뭔가가…….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하고. 기분이 너무 나빠.”

역시 감이 좋은 사람이다. 나처럼 상황을 알지 않아도 이미 그 역시 느끼고 있었다. 미스타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평소의 내 미소를 따라하며 그대로 흉내내듯이 웃었다. 오늘은 4일도 아닌데? 뭐가 문제가 있겠어. 미스타가 몸을 일으키려 하기에 나는 조금 힘을 주어 억지로 그를 눕혔다.

“걱정마.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테니까요.”

나는 그에게 거짓말을 했다. 자고 일어나면 아마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우리에게 가속의 회오리가 다가오고 있다. 미스타는 내 말을 바로 믿지 않았다.

“역시 이상해. 정말이야. 죠르노. 뭔가 잘못되고 있는게 분명해.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가 없어.”

그럴리 없다니까. 나는 조금 단호하게 힘을 주어서 말했다.

“걱정 하지마요. 제가 옆에 있잖아요.”

나는 미스타의 손을 잡고 그의 옆에 누웠다. 미스타는 여전히 불안한 눈빛이었지만 내가 그리 말하니 물을 삼키듯이 숨을 삼키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내 옆에 있을거야?”

두려움과 불안한 눈빛의 그라니. 쉽게 보지 못할 모습이다. 그렇지만 기분이 나쁘기보다 오히려 귀엽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더 좋았을텐데. 나는 미스타의 손을 두 손으로 다시 힘주어 잡았다.

“네. 계속 있을게요. 어디에도 가지 않고. 미스타. 당신의 곁에.”

미스타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 왜인지 모르게 평소보다 더 피곤하다고 미스타는 중얼거렸다. 미스타의 눈꺼풀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눈을 감은 시간이 길어진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세상 위, 인간이 만들어낸 왕국이 사라지고…. 바다가 마르고 땅이 갈라질지라도…….”

그래도 옆에 있어줄게요. 내 말에 미스타는 눈을 감은채 중얼거렸다. 뭐야 그 말은. 무슨 말이…. 미스타의 말은 끝을 확실하게 맺지 못했다. 그는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잠이 들어버렸다.

나는 흔들리는 창밖의 소리도. 돌아가는 시간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오로지 잠에 빠진 미스타를 내려다보며 그의 모습을 기억에 조각하듯이 새기려 애썼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몇 분정도 지났을지도 모르지만 며칠이 지났을지도 모른다. 바람이 불어 창이 흔들려 커튼이 펄럭인다.

창밖에 보이는 풍경은 이제 종말에 더욱 더 가깝다. 하늘이 너무 빨리 돌아가 태양과 달, 그리고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어딘가의 세상이 막을 내리고 있다.

묵시록이니 멸망의 날이니. 그런 단어가 가지던 무거운 예지와는 다르다. 그저 시간이 흘러갈 뿐이었다. 세상의 끝은 그렇게 간단하면서도 복잡한 이치로 막을 내릴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달리고 있다. 내가 포함된 세상이 끝나고 있다. 그런 사실보다 중요한 사실이 있다.

무엇도 없는 바다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인간이 문명을 밟아나가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미스타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미스타와의 첫만남을 생각했다. 그와의 만남 자체가 작은 나의 행동이 일으킨 큰 흐름이었다.

“아무리 우연이더라도, 당신과 만나서 다행이었어요.”

이 앞은 새로운 역사가 태동한다. 그 세상에선 인과만이 이미 예정된 결과대로 흘러간다. 이미 정해진 법칙대로 모든 시간이 맞춰진다.

그것을 굳이 필연적인 운명이라 지칭해도 될까.

“언제가 되든지. 얼마가 걸리더라도. 당신을 찾아줄테니.”

긴 꿈속에서 깨어나더라도. 옆에 있어줄테니까.

그때까지 잘 자요.

나는 미스타의 옆에 누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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