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JO (죠르미스)

Bad Case Of Loving You

죠르노x미스타/죠죠의 기묘한 모험 5부

Red camel by 스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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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작성.

5부 엔딩 이후 배경.

트위터에서 리퀘를 받을때 '죠르노가 아파서 걱정하는 미스타'의 소재로 쓴 글입니다.


저, 죠르노 죠바나에겐 최근에 새로운 버릇이 생겼습니다.

버릇이라고 해도 무척 사소한 버릇입니다. 요 며칠간 저는 제가 있는 방의 창문을 모두 열어두기 시작했습니다. 제 자신이 혼자서 사용하는 집무실은 물론이고. 여럿이서 있는 회의실에서도 창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이라면 특이할 것 없는 흔한 일이지만, 문제라면 겨울이 되어오는 시기라는 점입니다.

늦가을의 날씨는 꽤 강합니다. 쌀쌀한 찬바람에 커튼이 흩날리고 가끔은 책상위의 서류가 나풀거리며 날아가곤 합니다. 들어온 사람마다 추워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저는 그런 것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언제나 창문을 활짝 열어두었습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저는 제 집무실의 방 창문을 모조리 열어둔 채 책상에 앉아 카지노 수입금을 비교하고 있었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죠죠. 익숙한 노크 소리와 함께 푸고가 들어왔습니다. 문이 열리자 공기가 통해서인지 바람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푸고는 자신의 날리는 머리를 손으로 정리하며 말했습니다.

“우와. 바람 한번 장난 아니네요.”

“네.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좋다고 보기엔 좀 지나치게 서늘한 날씨지만 그렇게 말했습니다. 푸고는 서류를 제 책상에 두면서 날아갈까 걱정을 했습니다.

“죠죠. 춥지 않으십니까?”

“전혀요.”

푸고는 저를 한번 보았습니다. 아마 제가 입은 옷차림을 관찰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추운 날씨인데도 여름에나 입을법한 얇은 긴팔을 걸치고 있습니다. 재킷도. 조끼도. 그 무엇도 입고 있지 않았지요. 저를 보며 푸고는 말했습니다. 원래 추위를 잘 타지 않으시나봅니다. 푸고의 말에 저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이스크림도 있는데. 먹을래요?”

푸고는 괜찮다며 사양했습니다. 저는 책상 의자에 앉은 채 손을 뻗었습니다. 책상 옆에 있는 작은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이 꽉 차 있습니다. 그중 하나를 집어 들어 숟가락을 꺼내 입에 넣었습니다.

“그러다가 감기 걸리십니다.”

푸고는 저를 걱정해주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로 괜찮습니다. 아니, 오히려 감기에 걸리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습니다.

사실은 제가 이런 버릇이 생긴 이유는 전부 미스타 때문입니다.

며칠 전.

그러니까 저에게 이런 이상한 버릇이 생기기 전의 일입니다.

갑자기 파시오네의 영향권에 있던 공장에서 큰 화재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재산피해도 엄청났지요. 아무리 봐도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누군가의 계획이라고 밖에 보일 수 없는 정황이었습니다.

그 사건 때문에 파시오네와 파시오네의 보스인 죠르노, 즉 저는 무척 바빴습니다. 우선 누가 이 화재를 일으켰는지를 조사해야했고. 당장에 공장이 불타면서 빈틈이 생긴 생산 라인을 어떻게든 수습해야했죠. 엄청난 액수의 피해 때문에 다른 사업을 더 빠듯하게 굴려야하는건 당연한 일입니다. 이 모든 일을 자신의 책임하에 두고 지휘하느라 저는 몸이 세 개, 아니 서른개여도 부족할 만큼 일을 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집중력이 좋아서 일 처리가 빠른 편이라고 해도 쉬지 않고 일할 수는 없겠죠. 거기에 부끄럽게도 저는 성장기의 청소년입니다.

저는 바쁜 업무탓에 며칠간 끼니도 제때 하지 못하고. 수면도 일주일을 다 합쳐서 서너 시간 잤을 정도로 자신을 혹사하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저도 모르는 사이 책상에 앉은 채로 기절하듯이 쓰러졌습니다. 의식이 잠시 끊어질 정도로요. 제 쓰러진 모습을 발견한 사람이 또 미스타였지 뭡니까.

미스타는 책상에 엎어져 있는 저를 보고 처음엔 단순히 졸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미스타는 저를 놀래켜 줄 생각에 살금살금 다가온 후에 어깨를 치더군요. 그렇지만 그때의 저는 옷이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며 고열에 시달리던 중이었죠. 다행히 의식이 아득하게 남아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미스타가 어찌나 소리를 질렀는지. 저는 멀어진 의식에서도 그 목소리는 들었습니다. 미스타는 몇 번이나 저를 불렀습니다. 나중에 듣기로 푸고는 적이 저격이라도 해서 제가 머리에 총을 맞고 죽은 줄로 착각할 정도의 비명이었다고 회상했죠.

죠르노. 괜찮아? 어디 아파?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제 의식 멀리에서 저를 몇 번이고 흔들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가까스로 의식을 잡았으나, 이상하게도 눈이 잘 떠지지 않았습니다. 안구가 뜨겁게 달아오른 듯 눈두덩이도 열이 올라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간신히 눈을 뜨면 몸이 흔들거리며 시야가 바뀌었습니다. 나는 내 몸을 미스타가 팔로 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미스타는 나의 등과 다리에 자신의 팔을 껴서 저를 앞쪽으로 안아 올렸습니다.

“죠르노. 정신이 들어?”

대답으로 미스타의 이름을 부르려 했는데 입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바싹 마른 목이 퍽퍽하게 느껴집니다. 타는 갈증 탓에 침도 잘 넘기지 못했습니다.

그때 제 시야에 들어온 미스타의 얼굴은 처음 보는 표정이었습니다. 이상하게 그 표정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미스타는 저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앞을 바라봤습니다.

문을 열고 나가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죠죠. 무슨 일입니까. 부하들의 목소리에 미스타가 답해주었지요. 몸이 아픈 모양이야. 쉬게 해야 하는데. 의사를 불러줘. 조직원 몇몇이 미스타의 주변을 엄호하며 저를 바라봅니다.

“미스타.”

간신히 나온 목소리는 제 자신에게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미스타는 굳이 고개를 숙여주며 저를 바라봐주었어요. 죠르노. 아픈 곳이 있으면 말해. 미스타의 말에 저는 축 늘어진 팔을 올렸습니다. 미스타를 제 손으로 잡고 싶은데. 그렇지만 그럴 힘도 없었습니다. 저는 흔들리는 제 다리의 진동을 느끼며 잠시 또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의식을 차렸을 때의 기분은 왠지 모르게 주변이 축축하다는 감상이었습니다. 조금 더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제가 누워있는 베개며 이불이 젖어 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전부 제 땀 때문에 젖어 축축했을 정도이니, 얼마나 고열에 시달렸는지 그제야 실감이 났습니다.

그래도 좀 전보단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머리는 여전히 빙빙 돌고 난 듯이 어지럽고. 귀에서는 묘한 이명이 들려오고 목은 따끔거립니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 제 정신은 차릴 수 있으니 말이죠.

저는 조금 몸을 일으키려다가 제 뒤에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고 놀랐습니다. 미스타가 제 옆에 누워있지 뭡니까. 제가 뒤척거리자 미스타는 눈을 뜨고 몸을 옆으로 돌려 저를 바라봤습니다.

“죠르노. 일어났어? 몸은 좀 어때?”

저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답했습니다. 그래도 아까와는 달리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여전히 어지러워요.”

평소보다 낮고 거칠어진 목소리에 목도 아팠기에 저는 기침을 한번 했습니다.

“그럼 누워있어.”

무리하지 말고. 미스타는 제 어깨를 잡아 저를 정방향으로 눕게 했습니다. 천장이 보입니다. 이 자세는 미스타가 잘 안보이는데. 아쉬운 마음에 고개를 돌리면 미스타가 제 표정을 뭐라 잘못 해석했는지 묻지도 않은 말을 하더군요.

“아프면 아프다고 하지. 왜 그렇게 미련하게 일만했어?”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말이야. 너 부하도 많잖아. 적당히 다른 놈들에게 일도 좀 시키지. 뭐, 나는 별로 잘 도와주질 못하니까 내가 이런 말 하는 상황도 웃기지만……. 미스타는 잔소리를 길게 했습니다. 아마도 나를 무척 걱정했나봅니다.

“아픈 줄도 몰랐어요. 정신없이 일만 하느라.”

제 변명 같은 답에 미스타는 한숨을 쉬더니 몸을 일으켰습니다.

“좀 쉬어. 내가 옆에 있어줄테니까.”

미스타가 제 옆에 앉은 채 이불을 끌어당겨줍니다. 그 말에 저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뜨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미스타가 제가 누운 바로 옆에 앉아 나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심장이 두근거려 가슴이 아픕니다. 이렇게 가슴이 아픈것도 감기의 증상일까요. 왠지 모르게 손바닥이 간질간질 하며 무언가를 잡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감기라면 심각한 감기일겁니다.

“필요한건 없어?”

그 질문에 저는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이 빈 손을 잡아주면 좋을텐데. 저는 그런 말을 하진 못했습니다.

“목이 좀 말라요. 미스타.”

“물? 그래. 알았어. 기다려봐.”

미스타는 제 말에 침대에서 내려가 버렸습니다. 아. 목이 아프더라도 참고 있을걸. 스스로가 한 말에 잠시 후회했습니다. 미스타는 방 구석에 있는 주전자를 들고 왔습니다.

“네가 의식을 잃은 동안 의사가 왔다갔어. 미지근한 물을 많이 먹여두라고 하더라고.”

감기에 과로가 겹쳤다고 해. 너. 엄청 체온도 높았어. 미스타는 이런저런 말을 하며 저에게 컵을 내밀었습니다. 저는 누워있는 탓에 그 컵을 바로 받지 못했습니다. 미스타는 침대 옆 테이블에 쟁반을 올려두고는, 누워있는 제 허리 밑에 자신의 팔을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쪽 팔로 제 고개를 받치며 두 팔로 천천히 저를 일으켜주었습니다.

저는 그의 태도가 무척이나 조심스러워서 조금 놀랐습니다. 평소의 그라면 제 팔이 빠질 정도로 손목을 잡아끌던 사람인데. 그렇게나 제 몸 상태가 심각해보였을까요? 평소처럼 대해도 제 몸이 어디 부서지거나 금이 가진 않을텐데 말입니다.

“고마워요. 미스타.”

저는 미스타가 내민 컵을 이제 받아들었습니다. 미지근한 물이라고 했지만 물의 온도는 전혀 알 수 없었어요. 제 몸이 너무 뜨거운 탓이었죠. 제가 물을 다 마시면 미스타는 한손으로 제 이마에 있는 땀을 쓸며 닦아주었습니다.

“아직도 열이 있네. 아까보다는 좀 괜찮지만.”

그랬나요. 저는 가볍게 답했습니다. 말보다 뜨거운 한숨이 터져나오는 기분입니다.

“땀을 엄청 많이 흘려서. 계속 닦아줬거든.”

미스타가요? 제 질문에 미스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고보니 시야 안에 물수건이 몇 개 보입니다. 아. 아아. 아아아…. 저는 앓듯이 신음을 뱉었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미스타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분명히 꼴사나웠겠죠. 저는 부끄러워졌습니다. 수치심이 아니라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져서입니다.

“왜 그래. 죠르노. 어디 또 아파?”

미스타는 제 쪽으로 몸을 굽히며 물었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진지하고 걱정과 근심이 담겨 있어 저는 차마 답하지 못했습니다. 아뇨. 미스타. 마음이 아파서 그래요. 그런 농담 같은 답은 할 수 없었죠.

“여전히 어지러워? 좀 누울까? 내가 눕혀줄게.”

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미스타는 저를 자리에 앉힐 때처럼 다시 제 허리와 목을 두 팔로 받친 채 무척 느리게 눕혀주었습니다. 고마워요. 미스타. 제 답에 미스타는 제 손을 두 손으로 잡아주었습니다. 미스타가 평소에 체온이 낮은 편은 아닐텐데, 그의 손이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얼마나 제 몸이 뜨거운지 저는 다시 실감했습니다.

저는 미스타의 손가락을 꽉 잡았습니다. 평소에 이유 없이 우리가 손을 이렇게 길고 오래 잡고 있던 적은 드뭅니다. 미스타의 손가락에서 고동이 느껴집니다. 나의 고동도 그에게 느껴지고 있을까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미스타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검은 그의 눈동자가 저를 바라봅니다. 조금 찌푸려진 눈썹에 고민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그도 역시 피곤한 걸까요. 제가 미스타를 바라본 채 그의 손을 계속 잡고 있자, 미스타가 제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 넘겨주었습니다. 어서 푹 쉬고 나아. 죠르노. 미스타의 말에 저는 속으로 답했습니다. 네. 그래야겠죠. 저는 책임져야할 일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렇지만 제 속마음에 이어진 미스타의 말은 좀 달랐습니다.

“네가 아프니까 내가 너무 슬퍼.”

상당히 본인 위주의 말이었습니다. 미스타 자신이 슬프니 저보고 어서 나으라고 재촉할 뿐 아닙니까. 저는 그 말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조금은 응석을 부려도 좋을까요. 아니.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스타. 제 옆에 계속 있어줄래요?”

질문의 형태를 가졌지만 딱히 질문을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제 말에 미스타는 제 옆에 누워주었습니다.

“응. 그렇게 해줄게.”

미스타는 저를 무척 걱정하는 모양입니다. 재밌게 되었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옆에 누운 미스타를 마주본 채 안아보았습니다. 미스타는 놀라지도 않고 제 뒤통수를 자신의 손으로 토닥여주었습니다.

조금 곤란합니다. 이렇게 미스타가 다정하게 굴어주면 저는 계속 응석을 부릴지도 모르는데. 미스타. 당신이 모두에게 베푸는 친근한 호의도 저에게는 무척 각별하고 소중해서 말입니다. 저는 미스타의 품안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자고 일어났더니 그날의 감기는 나았습니다. 역시 과로가 원인이었는지. 푹 쉬고 일어났더니 상태가 호전되었죠.

그 뒤로는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굳이 꼽자면 미스타가 저에게 몸보신을 해야 한다며 뜨거운 치킨 수프를 먹으라 했기에 거절하기가 좀 힘든 정도였습니다. 닭을 싫어한다고 말해도 이게 몸에 좋다면 어찌나 성화였던지. 한참 옥신각신 했습니다.

그렇지만 병은 나았다고 해도 더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 자신에게 이상한 버릇이 생긴 것이 바로 그 문제입니다.

저는 제가 아플 때 미스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옆에 있어준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 사실은 무척이나 소소하면서 매우 중요한 정보입니다.

저는 그 뒤로 또 미스타에게 응석을 부리고 싶어졌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미스타가 내 옆에만 있어주었으면 했습니다. 미스타가 저를 계속 바라봐주면서, 제 작은 숨소리 하나하나 신경써주기를 바랬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을 입 밖에 꺼낼 순 없습니다. 어찌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제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래. 맞아요. 찬바람이 부는 날. 창문을 여는 버릇 말이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저는 얇은 옷을 입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일부러 끼니는 거르지를 않나. 잠은 최대한 자지 않고 버티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머리가 조금 아파지면 혹시 성공했을까 싶어 두근거릴 정도였습니다.

오늘도 저는 창문을 열고 집무실에서 서류를 보고 있습니다. 방금 전 나간 푸고의 말이 귀를 빙빙 돌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감기 걸리십니다.’라니. 거의 축복에 가까운 말이 아닐까요. 감기라도 걸리면 또 미스타가 어떠한 일도 하지 않고 제 옆에 있어줄까요. 제 침대 옆에 누워서 저를 바라봐주고 있다니. 일주일에 한번정도 걸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사념에 잠겨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노크도 없이 들어온 사람은 미스타였습니다. 문이 열리자 다시 방안의 공기가 확 하고 빠져나갑니다. 갑자기 거세게 들어온 찬바람에 저는 제 자신도 모르게 크게 기침을 했습니다. 콜록거리며 입을 막고 미스타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습니다. 미스타는 저를 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오늘 날씨도 추운데 왜 이리 창문을 열어놨어?”

“아, 환기를 좀 시키려고 했는데 깜빡 했어요.”

저는 말끝에 다시 기침을 크게 했습니다. 일부러 미스타 앞에서 하려던 건 아닌데. 이놈의 기침은 왜 이리 눈치도 없이 계속 튀어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이지. 너는 안 그럴 것 같으면서 은근히 덤벙거린다니까.”

“덤벙거려서 미안하게 되었네요.”

저는 조금 토라져 말했습니다. 제가 딸꾹질을 하는 사람처럼 기침을 참으려고 노력하는 동안, 미스타는 제 등 뒤를 지나쳐서 창문을 닫았습니다. 미스타는 보스인 제 등 뒤로 이렇게까지 아무렇지 않게 다가오는 사람은 미스타 뿐이라는 사실을 알까요. 반대로 제가 경계를 하지 않는 사람도 미스타 뿐이란 점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잘 챙겨줘야 한다는 뜻이지.”

미스타는 창문을 닫고 제가 앉은 의자 뒤로 다가왔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너무 좋아서 큰 소리로 웃고 싶어졌습니다. 재채기가 올라오듯이 간지럽습니다. 심장이 큰 소리로 뛰기 시작합니다.

미스타를 간신히 올려다보면, 미스타가 저를 보며 웃고 있습니다. 아. 찬바람에도 아무렇지 않던 몸이 그 웃음을 보며 한 번에 체온이 올라간 기분입니다.

“어라. 너 얼굴이 빨개. 죠르노.”

미스타는 제 옆에 와서 말했습니다. 제 얼굴을 들여다보는 그 눈동자의 초점이 너무나도 저에게 맞추어져 있어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눈빛을 바라긴 했지만. 대책 없이 보고 있으니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무심결에 의자를 뒤로 빼자, 미스타는 기다렸던 사람처럼 두 손으로 제 뺨을 잡았습니다.

“우와. 정말로 열이 있잖아. 너 또 감기 걸린 것 아냐?”

그게. 지금은 좀 다른데요. 제가 뭐라 변명을 하기도 전에 미스타는 제 쪽으로 몸을 숙였습니다. 제 두 뺨을 양손으로 잡은 채.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하기 시작합니다.

심장이 아플 정도로 쿵쾅거립니다.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저는 이러다가 혈관이 터져 나가지는 않을까 말도 안되는 망상을 했습니다. 미스타의 얼굴이 다가오자 왠지 이유도 모르게 눈을 살며시 감아버렸습니다. 미스타는 그의 이마가 저에게 살짝 부딪치고 나서 멈추었습니다.

“이마가 뜨끈뜨끈해. 가만 보니까 귀 뒤도 뜨겁고.”

미스타의 손가락이 제 귀 뒤쪽을 만집니다. 혈관이 지나가는 자리인건 알고 있었지만 그 맥박 소리에 고막이 진동한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안되겠다. 너 오늘 쉬어. 어서 집으로 돌아가서 따뜻한 코코아라도 마시면서 이불 속에 들어가 있어.”

일 하던 건 내가 대충 부하들 시켜 둘테니까. 제일 급한건 뭐야? 푸고에게 말해두게. 미스타는 제 말을 듣지도 않고 자신의 말만 줄줄 이었습니다.

“미스타. 저 좀 어지러워서 그런데. 집에까지 데려다 줄 수 있어요?”

저는 미스타에게 말했습니다. 평소보다 반톤 잠긴 목소리가 너무나도 설득력이 있었죠. 이거라면 잘 될지도 모르겠다는 제 기대에 걸맞게 미스타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 아, 그런데 나 해야 할 일이 좀 남아서……. 어쩐다. 내가 내 부하 시켜서 태워다줄까?”

“아뇨. 그렇게까지는….”

정확하겐 그런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미스타가 제 옆에 있어야하니까요. 저는 시무룩해져서 말꼬리를 흐렸습니다. 타이밍 좋게 다시 굵은 기침이 올라왔습니다. 저는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어깨를 들썩이며 쿨럭 거렸죠.

“그러면 여기 있는 휴게실에서 쉬자. 네 전용 수면실 있지?”

저는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집무실 바로 옆엔 제가 쓰는 방도 있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남들이 보스 전용의 방이라고 상상하는 것처럼 화려한 방은 절대 아닙니다. 정말로 제 일이 정말 바쁠 때 쪽잠을 자는 용도로 침대와 세면실외엔 있는 물건이 별로 없을 정도로 간소한 방입니다.

“거기서 쉬고 있어. 이불은 따뜻할 테니까.”

“그건 좋지만…….”

“또 일 걱정이야? 안되겠네. 일 못하게 감시하고 있어야겠어.”

제가 꾸물거리자 미스타는 좀 오해를 한 모양입니다. 제 손목을 확 잡다가 약간 고개를 갸웃하고 저를 바라봅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저를 두 팔로 들어 올리고는 몇 발 걸어 나간 뒤 벽 옆의 문을 엽니다. 미스타의 다리로 몇 걸음이면 방이 끝나다니. 제 방이 이렇게 작았던가 잠시 생각해봅니다. 혼자 있을때의 집무실은 텅 빈 큰 방이었는데, 미스타와 있으니 좁아도 너무 좁게 느껴집니다.

제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미스타는 수면실의 불을 켰습니다. 사람이 없어서인지 서늘한 공기가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미스타는 저를 침대에 눕혀주고는 벽에 있는 난로를 켰습니다.

“춥더라도 잠시만 참아. 조금만 있으면 따뜻해질 테니까.”

전기로 가는 난로는 이런게 안 좋다니까. 미스타는 불이 붙은 난로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그런건 솔직히 아무래도 좋습니다.

“미스타. 저 너무 추워요.”

“그러니까 누가 창문 다 열고 있으래. 추우면 옷이라도 더 입고 있지.”

미스타는 군소리를 구시렁대면서도 제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미스타의 까만 두 눈동자가 저를 바라봅니다. 그 표정이 소리는 없지만 저에게 묻고 있었습니다. 내가 뭘 해주면 좋을까. 저는 미스타가 그런 표정을 지을 때는 제가 무얼 요구해도 받아 주리란 기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찌되었건. 미스타는 몸이 아플땐 유독 저에게 약했으니까요.

“조금 단 음식이 먹고 싶은데.”

“너도 참 대단하다. 아프다면서 돌체를 찾다니….”

“그렇지만 입안이 쓴걸요.”

“알았어. 약을 먹고 나면 줄게. 식사는 했어?”

“치킨 수프는 싫어요.”

“음~ 그럼 버섯이 들어간 수프로 사올게.”

“미스타가 나가는 건 싫어요.”

나는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렸습니다. 생각해보니 아직은 어리다고 주장해도 될 나이인 것 같습니다. 평소엔 미스타보다 두세 살 어린 나이가 무척이나 싫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스타의 걱정을 끌어내주는 좋은 무기가 되니 말이죠.

“걱정마. 그러면 옆에 있을게.”

미스타는 짜증한번 내지 않고 다정하게 말했주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 다정함보다 걱정이 더 섞여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척 했습니다.

결국 미스타는 나가기를 포기하고 제 옆에 앉았습니다. 제 옆에 있지만 일이 있는지 핸드폰을 들고 무언가 입력 중입니다. 나와 같이 있을땐 나만 봐주면 좋을텐데. 까다로운 표정으로 꽂힌 시선조차 셈이 납니다. 저는 못본 척 미스타의 팔을 끌었습니다. 미스타는 조금 더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른 뒤 저를 돌아봤습니다.

“뭐 필요한거 있어? 뭐든지 말해.”

미스타는 제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쓸어 올렸습니다. 평소라면 싫다고 고갯짓을 했겠지만 지금은 눈을 감았습니다.

“미스타. 그거 혹시 알아요?”

“뭔데?”

저는 일부러 조금 작은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감기는 남에게 옮기면 빨리 낫는대요.”

“그래? 처음 들어봐.”

미스타는 작아진 제 목소리 탓에 몸을 더 낮추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와 더 거리가 좁아졌습니다. 가까워진 미스타의 얼굴을 보며 저는 웃었습니다.

“혹시 일본 속담이야?”

“글쎄요.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나진 않아요. 제가 속삭이듯이 말하자 미스타는 흥미가 생겼는지 말했습니다.

“실험해보고 싶어?”

“조금은요.”

“그럼 나에게 옮기면 되겠네.”

미스타는 제가 누워있는 옆에 누웠습니다. 이곳 침대는 그리 넓지 않습니다. 성인 남성이 누우면 꽉 차는 크기이기에, 미스타는 저를 피해서 옆으로 누웠습니다. 미스타가 불편해보이긴 했지만 저는 미스타의 얼굴이 잘 보여서 만족스러울 정도로 기뻤습니다. 이럴땐 좁은 침대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요.

“이러다가 정말 감기 옮아요.”

저는 내심 좋으면서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실은 이렇게 말해도 미스타가 떠나지 않으리란 사실을 알기에 내지른 도발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내 옆에 있어줄거죠. 제 말은 그런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괜찮아. 나한테 옮겨서 네가 나으면 그걸로 좋은걸.”

그 답에 저는 왜인지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높은 열 때문에 나오는 생리적 눈물은 아닙니다. 몸이 아프니 마음의 경계도 자연스레 낮아졌을 뿐입니다. 저는 어렸을 적. 무척 아팠을 때 그 누구도 옆에 있어주지 않았습니다. 평소엔 기억도 나지 않던 어린 시절의 서운함과 두려움이 몸이 아파지니 저를 잠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제 마음속에 있는 질병 같은 암울함을 미스타는 씻은 듯이 낫게 해주었습니다. 미스타를 볼 때마다 저는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아아. 미스타는 나를 신경써주고 있구나. 나를 소중히 여기어주고 있구나. 저는 그런 사실을 알때마다 무너진 마음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응석을 부리는 이유도 아마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아플 때 약을 복용하듯이. 이 사람이 저에게 주는 관심이 너무나도 고팠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저는 미스타가 주는 애정을 받고 싶었습니다.

“차라리 내가 대신 아픈게 좋겠어.”

미스타는 저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미스타의 얼굴이 이상하게 쓸쓸해보였습니다. 슬픈지. 아니면 아쉬운지. 아니면 걱정인지. 저는 그 표정을 잘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제 병. 그렇게 쉬운 병이 아녜요.”

단순한 감기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저는 미스타에게 제 심각한 상태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졌습니다.

“미스타. 저에게는 면역력이 부족한가봐요.”

질병이나 감염에 대한 면역이 아닙니다. 저는 행복에 대한 면역력이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언제나 단단하게 항체가 몸을 지키듯이.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생각을 감추어 방어를 하는 저에게도 행복이란 감정에는 대항할 수가 없습니다.

“저를 이렇게 약하게 만드는 사람은 미스타. 당신 뿐예요.”

미스타에게는 어떠한 방비책도 무력해지고. 어떠한 이성으로도 벗어날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주는 애정에는 무력해지는게 저라는 사람입니다. 그만큼 더. 더욱 더. 당신을 갈구하고 원하고 간절해질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열병에 시달리는 쪽이 더 편하겠지요. 이 증세는 쉬이 나아지지도. 마땅한 약이 있지도 않으니말입니다.

“이런 저에게 어떠한 처방도 효과가 있을 리가 없어요.”

저는 긴 생각 끝에 망상을 뱉고 말았습니다. 말하고 나선 조금 후회했습니다. 미스타가 놀란 표정으로 저를 바라봤습니다. 역시 괜한 말이었죠. 혀를 물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습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제 스스로 생각하건대 저는 어쩌면 애정부족일지도 모릅니다. 미스타가 제 옆에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저를 걱정해주고. 염려해주는 미스타의 표정을 보고 오히려 기뻐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제 증상은 제 몸 따위도 생각하지 않는 정말로 심각한 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스타. 저는 미스타를 불렀습니다. 그러자 미스타는 제 이마에 자신의 손을 올렸습니다. 미스타의 손은 그리 차갑지 않았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 사실만으로 기뻐하느라 미스타의 얼굴이 가까워 진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미스타는 제 이마에 손을 올린채 저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어주었습니다. 어린 아이끼리 하듯이 가벼운 키스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너무 놀라서 눈을 감지도 못했습니다.

“어때. 이런 약이면 충분해?”

좀 나을 것 같아? 미스타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어서 나으라고. 죠르노. 그러고는 미스타는 제가 덮은 이불을 토닥이며 웃어보입니다. 그의 얼굴도 저처럼 온통 붉어졌습니다. 어쩌면 벌써 감기가 옮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심장이 아플정도로 떨려서 괜히 고개를 돌렸습니다.

“최고의 처방이에요.”

저는 간신히 기침보다 작은 말을 뱉었습니다. 그 말에 미스타는 크게 웃었습니다.

……죠죠가 편찮으시다고 해서 찾아왔더니 왜 네가 기침을 하고 있는거야?……뭐? 약을 타와 달라고? 감기? 간호하다가 옮았어? 아주 가지가지 하는구만. 이쪽은 일하느라 쉬지도 못했는데……

약기운에 잠이 들었다가 깨었을 때 제 귀에 들린 소리는 푸고의 목소리와 미스타의 기침소리였습니다. 미스타의 잠긴 목소리가 제 목소리와 너무 닮아져 있었습니다. 괜히 미스타까지 아프게 한건 아닐까요. 저는 조금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제 감기 따위에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병을 핑계로 미스타를 붙잡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어서 빨리 감기가 낫고 싶을 뿐입니다.

그래야 이번에는 제가 미스타의 옆에서 그를 간호할 수 있겠죠. 이번에도 감기를 핑계로 말입니다.

미스타에게도 같은 처방을 내려주면 될까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습니다.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열이 올라오는걸 보니 아직 먼 것 같습니다. 행복이란 감정에 면역력이 생기기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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