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비-오타쿠에게 루프물을 설명하는 법

20240112 *이 작품은 악곡 <카게로우 데이즈>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링클의 안 by 링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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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물 좋아해?”

“엥?”

저녁 열 시 이십오 분. 겨울의 거리는 이미 밤에 물든 지 오래다. 벤치에 앉아 있자면 차디찬 바람이 뺨을 쓸고 지나가서 따가울 지경이었다.

“좋아하냐니까.”

“루프물이 뭔데?”

“아.”

별일 없는 날이다. 퇴근 후 만나 잠시 데이트를 하고, 붕어빵 봉투를 안은 채 버스정류장에 앉아 십오 분이 남은 버스를 기다린다. 바삭. 머리가 뜯어진 붕어빵의 안에서 붉은 팥이 새어 나온다.

“그러니까, 일정 시간을 계속 반복해서, 계속해서 처음으로 돌아가는 건데.”

“엣지 오브 투모로우 같은?”

“어, 그래 그거. 완전 그거야.”

“아니 뭐 좋아하냐고 말해도, 그 영화 하나밖에 본 적 없는데.”

“그렇구나.”

후, 하고 바람을 불면 하얀 김이 공중으로 흩어진다. 퇴근 시간이 지나 도로는 한산하다. 가끔 지나가는 차들은 하나같이 속도를 올리고 부웅 소리를 내며 어디론가 달리고 있다. 제각기 가야 할 곳이 있을 것이다. 아마 집이겠지. 돌아가서 잠을 청하고, 내일 아침이 되면 다시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루프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금 있으면.”

전광판에서는 어느새 ‘잠시후’가 깜빡이고 있다.

“네가 죽어.”

“엥?”

“언제나, 항상. 막으려고 해 봐도 반드시 죽었어.”

“잠깐,”

“오늘도 내가 몇 번이나 구해 준 거야. 하지만 앞으로 두 시간 넘게 남았으니까. 그 안에 반드시 죽어.”

“아니 잠깐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 루프하고 있어.”

잠시 정차했던 버스가 떠난다. 타야 했던 버스다.

“오늘을 몇 번이고 반복했어. 이제 헷갈려서 횟수를 셀 수도 없을 만큼. 네가 죽을 때마다 시간이 오늘 아침으로 돌아가.”

정류장의 아크릴 벽 사이로 바람이 불어와 긴 머리를 흐트러뜨린다. 빼곡하게 그려진 버스 노선도. 무슨 원리인지 뜨겁게 달아오른 의자. 어둠에 묻힌 채 빈 가지를 바르르 떠는 도로 저편의 가로수. 시간이 길게 늘어지는 감각. 침묵.

“너는 반드시 죽게 될 거야. 몇 번이고 지켜봤어. 있잖아, 나는 그런데도 너를 조금 더 보고 싶었어…”

이상한 방향에서 닥쳐오는 헤드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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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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