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2
240217
다시 벽난로. 아까와 다른 공간에 자리 잡고 있는. 너는 흩날리는 재와 함께 벽난로 안쪽에서 나타났다. 그 앞을 초조하게 돌아다니던 이아가 네 소리를 듣고 멈춘다. 고개가 네게로 향하고, 곧이어 성큼성큼 다가와 너와 시선을 온전히 마주한다.
엘.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무슨 문제라도 생긴 줄 알고 걱정했다고요. 지금 손님이 오셔서 기다린 지 오 분 정도 됐는데 재촉을 안 해서 망정이지. 제가 얼마나 간절히 둘러댔는지 아셔야…….
그러니까 손님이 화난 건 아니라는 거지?
네.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저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겠어요.
이아가 무슨 말을 하든, 너는 로브를 벗어 이아에게 넘기기 바쁘다. 지팡이를 꺼내 무어라 주문을 외우며 흐트러진 옷차림을 멀끔하게 되돌린다. 이제 너는 뒷골목에서 쫓겼다던가, 플루 가루를 쥐고 벽난로를 오갔던 티라고는 하나도 나지 않는다. 너는 이제 방 안에서 단지 늦장을 부린 사람이 된다. 어느새 지팡이를 집어넣은 너는 이아의 모든 말들을 가볍게 흘린다. 오늘의 의뢰가 뭐였더라. 아니, 있었던가? 단순한 방문 약속이 전부였던가. 기억을 되짚어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달은 너는 직접 부딪치기로 마음먹는다. 이제는 이아가 소리친다.
엘! 듣고 있는 거 맞아요?
그제야 너는 이아를 돌아본다. 짧고도 긴 정적이 흐른다. 너는 이아의 어깨를 토닥인다.
아무 문제도 없을 거야. 내가 여기 있는데.
지금 일을 문제 삼는 게 아니잖아요.
그럼?
걱정된다고요.
너는 소리 없이 웃는다. 이곳은 네가 너로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다. 누구도 네가 엘로이즈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여기는 네가 엘, 또는 디어로 존재하는 공간. 연주는 하지 않지만 음악 활동은 이어가는 공간. 네가 아니면 누구도 선율을 들을 수 없었다. 됐어, 음악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니까. 모두가 평등해야 할 현재인데 일부를 배척하겠다고 구는, 시대를 착각한 무리가 아직까지도 잔존했다. 바야흐로 혼란의 시대. 제대로 의식하지도 못한 채 지팡이를 만지작거린다.
이아는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네가 자신의 말을 듣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아챘다. 이야기는 나중에도 추궁할 수 있다. 이아에게 이 공간을 맡겨 두고, 자세한 도착지도 알려주지 않은 채 외출하고 늦게 들어오기 일쑤인 네가 걱정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터. 엘, 데려올게요? 더 기다리게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너는 고개를 끄덕이고 테이블로 가 앉는다. 이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네 위치를 확인하고 손님을 데리러 나갔다. 그가 화내지 않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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