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3

240218

빈 노트 by 이테
2
0
0

하하, 괜찮아요.

문밖에서 이아의 구구절절 설명이 뒤따른다. 너는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 하고 대답한다. 이아가 방을 나가고, 손님─이하 의뢰인으로 칭한다─에게 설명하고 데려오기 전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누가 방문하기로 했었는지 기억을 되짚어본다. 그러나 소용없다. 애초에 정체를 밝힌 적 없나? 너는 불현듯 찾아드는 불안감에 잘 묶인 머리를 괜히 만지작거린다. 그리고 의뢰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이아가 긴장된 표정으로 너와 눈을 마주쳤을 때, 네 긴장감은 한계치에 달했다. 왜? 네가 알고 있는 얼굴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나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지만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기자 일을 하고 있는 올리비아입니다.

예의를 갖춘 말투, 끌어올린 입꼬리와 상반된 웃지 않는 눈. 잔머리 하나 없이 정갈한 검은 머리칼, 소름 끼칠 정도로 상대를 꿰뚫어 보는 초록 눈동자. 너는 온몸에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는 셈인데도 불구하고 상대가 너를 알아볼까, 하는 걱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너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 죽음의 위기도 여러 번 넘긴 데다 네가 아닌 신분의 사람으로 살아오기도 했다. 너는 자신에게 되뇐다. 괜찮아, 나는 재를 알지만 쟤는 날 몰라. 너는 업무용 미소를 얼굴에 띄운다. 의뢰인에게 손을 내민다.

안녕하세요, 첫 방문인가요? 앉으시죠.

감사합니다. 정보를 얻고 싶어서 오게 되었습니다.

차 한 찬 하실래요?

준비해 주신다면 기꺼이. 아무거나 주셔도 괜찮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차를 우리는 동안 어떤 정보를 원하시는지 이야기 해주시겠어요?

올리비아는 소파에 걸터앉아 장갑을 만지작거린다. 너는 차를 우린다는 명목하에 올리비아를 뒤에 두고 서 있으나 모든 신경은 뒤에 쏠려 있다. 티포트에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티포트를 먼저 테이블에 가져다 두고, 너와 올리비아 몫의 찻잔을 옮긴다. 올리비아의 앞에 마주 앉아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너와 올리비아, 둘 모두 가면을 덮어쓴 채 서로를 대하는 중이다. 누구도 입을 먼저 열지 않아 긴장감 서린 침묵이 내려앉아 있다. 몇 분의 시간이 흐르고 네가 올리비아 몫의 차를 따를 때야 목소리가 들린다.

피아니스트 엘로이즈 칼리오페 샤덴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알고 싶은데요.

티포트를 쥐고 있는 네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