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4
240221
자취를 감춘 지 꽤 되어서 저도 정보가 많지는 않습니다만.
괜찮습니다, 당신이 아는 것 전부가 필요해서.
너는 의뢰인을 본다. 섬뜩한 초록빛 눈동자를, 그 안의 소용돌이치는 눈동자를,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한 눈빛을. 정반대로 완벽한 미소를 그려내고 입는 의뢰인의 입꼬리를. 너는 어떤 착각─의뢰인이 네 생각을 전부 읽어내고 있다는─에 빠진다. 아, 너무 어려운 의뢰였나. 상대의 목소리가 너를 현실로 거세게 끌어당긴다. 너는 눈을 깜빡이는 단순한 행위로 엘로이즈에서 피아레체가 된다.
제가 지금 알고 있는 정보는 많지 않습니다. 새로 들어오는 대로 다시 연락을 드려도 괜찮을까요.
그래주신다면야 저야 감사하죠?
어디로 연락드릴까요, 묻자 의뢰인이 웃는다. 너는 상대의 표정을 읽어낸다. 최근에는 거의 본 적 없었다지만 7년간 거의 매일 본 사이여서 일지도 모르고, 혹은 졸업 후 현재의 행보를 걸으며 상대의 표정을 읽어낼 수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이번의 미소에서는 진심이 묻어난다는 것.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 너는 나를 찾고 있는 건가? 의문을 품는다.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이 직업은 무엇보다도 입을 조심해야 했다.
이미 샤덴을 떠났어요, 아예 연을 끊은 것처럼. 지금은 다른 가문에 몸을 담고 있다던데?
피아레체죠, 당신과 같은. 그래서 여길 찾아온 겁니다. 가까운 곳에는 정보가 많을테니까.
너는 머쓱한 웃음을 흘린다. 조금 솔직해지자, 너는 다시금 두려워졌다. 의뢰인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너는 언제나 정보를 주기만 하는 입장이었고, 상대는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 정보를 얻어가기만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네 눈앞의 의뢰인은 분명 어느 정도의 정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를 찾아왔다. 무엇을 원하기에? 어디까지 알고 싶어서? 아니면 알고 있어서? 지금의 네 인상착의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없다. 아니, 있어도 다른 이름을 기억할 터였다. 하지만 너도 알고 있다. 지금 초조해한다고 해결되는 건 없다는 사실을.
비용을 먼저 받겠습니다. 갈레온─
의뢰인은 묵직한 주머니를 건넨다. 안에 든 것이 전부 갈레온이라면 너는 무게로도 금액을 예상할 수 있다. 잿빛 주머니를 들어 올렸다가 내려놓은 너는 헛웃음을 흘린다.
이렇게 많은 선금이라면 제가 부담되는데요. 설마 일부러?
소문에는 만족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더라고요? 미리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음악을 그만둔 것처럼 굴어요. 필요 없다고 했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했나. 밖으로 돌아다닌다고 바빠서 얼굴 제대로 본 적도 없네요.
의뢰인의 표정이 찰나 굳어졌다. 눈치 빠른 너는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물론, 눈치챘다는 사실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아, 그렇군요. 느릿하게 중얼거리며 곱씹는 의뢰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몇 초 뒤, 의뢰인은 소파에서 일어난다. 찻잔에는 손도 안 댄 채다.
급한 일이 생각나서 이만.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배웅하기 위해 일어선다. 밖으로 나서는 문을 열고, 의뢰인이 여유로운 걸음으로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기억을 떠올린다. 네─그러니까 지금이 아닌 음악가의 너─기사를 쓰는 기자. 정보도 자료도 흘리는 것 거의 없음에도 어디선가 귀신같이 정보를 물고 활자 위에 펼쳐두는 이. 모든 게 정답은 아니지만, 먼 길을 돌아서 오고 있지만 분명 너를 향해 느린 걸음으로나마 가까워지고 있는 이.
너는 고민한다. 어디까지 네 정보를 주어도 될지. 그리고 의뢰인이 알고 있는 정보가 어디까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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