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1

240216

빈 노트 by 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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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검은 로브를 깊게 눌러쓴 채 골목으로 뛰어 들어왔다. 거세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바빠 너는 깊은숨을 몇 번이고 크게 들이쉬고 내쉰다. 너를 쫓던 발걸음들이 골목 앞에서 멈춘다. 어디로 간 거야? 저쪽에서 찾아봐! 코앞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그치고 발걸음들이 멀어진다. 그제야 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눌러썼던 로브를 잠시 내려 차가운 바람을 잠시 쐬고는 다시 깊게 눌러쓴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부 흑색인 너는 빛이 들지 않는 건물의 그림자를 찾아 골목을 걷는다. 시간 안에 돌아가야 했다. 손님이 기다릴 터였다. 순간이동 수업을 수강하지 않은 것을 찰나 후회하며 가까운 건물로 들어간다. 주인은 들여보내는 대신 너를 막아선다. 이제 알잖아요. 너는 한숨 내쉬듯 말하며 로브를 내린다. 틀어 올린 붉은 머리카락, 빛이 없는 녹색 눈동자. 한 송이 장미를 연상시키는 외양. 안경을 가볍게 치켜올린 주인은 너를 보며 고개를 가벼이 까딱인다.

미스 피아레체, 확인 감사합니다.

너는 마찬가지로 고개를 까딱이고 안으로 들어간다. 낡은 건물 외관과 달리 안쪽은 꽤 세련된 곳. 그러나 너는 어느 곳에도 시선을 두지 않는다. 명확한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로브를 단단히 눌러쓰며 망설임 없이 걸었다. 한 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곳에는 벽난로와 소파 하나가 전부다. 너는 로브 안쪽에서 보랏빛 주머니를 꺼낸다. 그 안에 든 잿빛 가루를 손에 한 줌 쥔다. 아무렇지도 않게 벽난로로 들어간 네가 손에 쥔 잿빛 가루를 바닥으로 던지자, 에메랄드빛 불꽃이 피어오른다.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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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벽난로 속에서 자취를 감춘다. 방에는 누군가 들렸다는 흔적 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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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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