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이루는 것은 무엇이지
감정, 불완전함, 유한함. 이 셋 중 하나는 결여된 너인데.
루시온은 이 상황을 매우 우스운 꼴로 생각했고 어찌보면 맞는 말이였다. 단단히 결박된 손목 나갈 수 없는 밀실 숨막히는 한기-다만 이것은 착각일지 모른다- 그 안에서 붉은 셔츠를 입은 남자가 고해하듯 두 무릎을 꿇은 체 말하는 꼴이란 그리고 저한테 기대오는 꼴이란 나는 살아있는체로 박제됨을 간접적으로 겪어보고 있는 이 순간동안 너를 안아줄수도 어울리지도 않는 아양을 떨며 헛웃음을 유도할수도 없으며 그럴 마음도 일체 들지 않을텐데 말이다. 루시온은 라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그것에 응할 마음이 없었다. 안정에 내뱉던 사랑은 불안정에 내뱉기 마련이다. 쿵, 쿵. 루시온의 느린 심장박동소리가 라이에게로 전해져가면 루시온은 그것을 응하고 싶지 않아했음에도 동정인지 골치아픔인지 모르겠는 감정을 이유로 가만두었다. 또는 이 상황에서 꿈틀임마저도 쓸모없음을 다시 한 번 뇌에 박아넣고 인내했던간에.
“ 라이. 나도 인간이야. ”
루시온이 내놓은 대답은 스스로도 미묘한 울렁임을 느꼈다.
“ 나도 모든게 금방 두려워지고, 때로는 다가오는 미래가 무서울때도 있겠지. 아마. 근데 지금. 나 무서워. 루시. 두렵고, 싫어. 마음에 들지 않아. 라이. 네가 나한테 질리는 생각을 했어. 질려서 더이상 이곳에 오지 않고, 나는 네 속에서 잊혀가고. 그렇게 되면 나는 새장 속 새처럼 죽어가. 라이. 네가 후회하고 되돌아온 뒤에 내가 이미 백골이면 어쩌나 생각했어. 나는 이런 걱정을 하며 살기 싫어. 마음껏 사냥하다 사냥당하는 죽음보다 이게 더 싫고 두려워. ”
따지고 보면, 죽음이 무엇이 두렵겠나. 언젠가 제 손에 다리에 폐에 심장에 후두부에 갈겨질 것이 총성이고 박혀오는 것은 총알일텐데. 다만 홀로 돌아오지 않을 누군가를 기다리며 희망을 고문당하며 몇날을 눈 앞에 칙칙한 문 사이로 들어오는 빛만을 구경삼아 죽어가는 삶은 루시온의 적성이 아닌데. 허리를 끌어안으면 루시온은 한 번 더 고개를 뒤로 젖힌다. 이번엔 너에게 얼굴을 감추기 위함이다. 미묘한 실증과 미련으로 남아있는 정 그것이 드러나는 표정조차도 잘 나오지 않는 둔한 얼굴이 너에게 무슨 영향이 갈까 싶어서. 이십사초 뒤에서야 라이를 바라보며 하는 것은.
“ 나는 널 안아줄 수 없는데. 빨간 셔츠를 입은 남자가 내 두 손을 꼭꼭 숨겨둬서. 달래지 못해. 라이. ”
농조는 아니다. 다만 장난기는 얼핏 서린 루시온의 말은 그다지 모르겠다. 이 사람이 언제는 말에 진지함을 담은적이 있던가. 그정도의 언어실력은 되지 못하는 작자다. 이것은 모국어였어도 표현적인 면에서 똑같은 벽에 부딫혔을 터.
“ 라이. 인간이라하면 인간관계에 이런건 좋지 않다는걸 배우는건 어떻고? 하나하나, 가르쳐주진 못하는데. 같이 교육이나 밭아볼까. ”
질 나쁜 농담이나 던져대는 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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