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 핑퐁-슈뢰딩거의 「」

연못은 소금기가 없어야 잉어가 사는 법

너는 그 안에 죽지않는 잉어인가 연못의 바윗돌인가


연못이 바닷물을 바라는 것은 제 주제를 넘는 짓. 호수에 유람선을 띄우는 짓 만큼이나 아둔한 짓이 아닌가. 그런데 너는 그것에 왜 초조해하고 분개하다 이내 속박을 택했는가. 루시온은 어리다. 정확히는 어린애보다도 기억하는 삶의 기억분량이 적다. 라이의 목소리를 듣고 그 안에 뜻을 이해하는 시간동안 루시온은 내내 그 특유의 기운없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루시온이 라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저 기억의 분량 경험의 수치 때문만은 확실히 아니였다;굳이 본인이 아니였더라도 라이의 사고방식이나 그로 이루어진 과정 행동 결심 결과는 이해하기 어려웠으리라. 적어도 루시온은 그렇게 생각했다.

숨을 고르진 않았다. 기운이 빠졌다지 체력을 완전히 소모했다던가 지쳤다는 것은 아니였기에. 이정도만에 지쳤다면 루시온은 진즉 저 너머 어딘가의 땅아래에 묻혀있었을 사람이였다. 행동에 의미가 없고 결과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루시온은 그런 쪽이였다. 마침 포기도 빠른 사람이였고. 단단히 감긴 소재를 알 수 없는 줄 너머로 타인의 손이 느껴진다. 잠깐 눈을 감으면 느껴지는 것은 팔의 미묘한 압박감과 한 자세의 오래된 유지에서 이어지는 뻐근함 그리고 살짝 낮은 체온의 주인이 그것을 누르는 감각 저릿함…

“그것은 아니야. 소중함은 아니야. … … 눈 앞에서 놓치기 싫은건 아니고?”

사랑을 속삭이는 것이 나한테뿐만이 아닌 것 정도야 안다. 몇 번이고 봐온 남자니까. 그런데 그것이 언제는 문제가 됐던가 하고 눈을 돌리니 이제는 그것과는 별개의 문제가 루시온을 덮쳤다. 루시온은 그것의 감정을 상실감과 그것에 대한 공허함 본인의 일부까지 사라져버린 듯한 빈 자리의 고통 덩도로 해석할 능력은 있었다 다만 그것을 자신의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번역하여 라이에게 전달할 자신은 없었다.

“내가 죽는걸 보기 싫다면. 내가 위험한 일을 하지 않았다면 너는 나를 가두지 않았겠지. 내가 위험하지 않다면 너는 나를 이렇게 묶어두지도 않았을테고. 라이. 너는 죽음이 얼추 명확할 사람에게 사랑한다 말해왔으면서 이제와서 내 죽음에 대해 보는게 무서워?”

모순적이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한참 하던 루시온은 등을 의자 등받이에 미끄러지듯 기대고 고개를 살짝 올려 라이를 바라본다. 너는 지금 무슨 표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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