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과제
루리리 아이스크림과 사진
"분명 여기 근처 일 것 같은데 말이죠~"
한번 왔던길은 잊지 않는 뛰어난 머리 덕에 길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고 아멜리아는 생각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라면 빠르게 튀어나간 야생 포켓몬에 룩이 화들짝 놀라 한번 기절할 뻔 했다는 것일까? 다행이게도 퀸이 솜방망이 같은 손으로 얼굴을 꾹 누르니 정신 차리긴 했지만. 그래도 후배라고 듬직해진 퀸이 장하다고 생각하며 가볍게 안아든채로 아멜리아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명물이라 했던 말 답게 짧게 훑어봤음에도 대놓고 '리틀 핀 타운 명물! 루리리 아이스크림!' 하고 홍보문구를 단 가게에 사람,포켓몬 가리지 않고 많은 인원이 줄을 서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저곳이 틀림없겠지?
"우와 길어..."
기다림은 미학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먹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누군가와 함께 먹는게 아니라면 맛있는 음식이라 해도 '음 맛있네.' 이상의 감각은 느끼지 못했으니까. 자신보다는 함께하는 이의 웃는 얼굴을 보기 좋아하는 편이었다. 애초에 자신은 샌드위치를 좋아하는것도 금방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고, 부드러운 음식도 딱딱한 음식이 싫었을 뿐 이었다.
귀엽다고 해도 어처피 똑같은 맛의 아이스크림 혼자였다면 포기하고 다른 곳을 찾았겠으나, 오늘은 저 루리리 아이스크림을 먹는것이 과제이기도 했고 지금 자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길었던 줄 탓에 잠깐 질린 표정을 지었던 아멜리아는 제 기사님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줄을 서고 있으니 다른 음식도 아닌 아이스크림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금방금방 빠지고 아멜리아의 차례까지 왔다.
"어머 귀여운 아가씨! 아카데미 학생인 것 같은데 루리리 아이스크림이죠?"
"네! 사람 한명 포켓몬 한명 당 하나씩 전부 다 컵으로 부탁드리죠! 오~호호호!"
사람을 볼 줄 아는 가게 주인은 넉살까지 좋아서 예상치 못하게 자신의 몫의 아이스크림까지 손에 든 채로 아멜리아는 가게 밖으로 나와선 포장된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 함께 사진을 한장 찰칵! 찍었다. 단 것을 좋아하는 퀸은 빨리 먹자는 듯 종이 박스를 긁고 있었지만 자신은 언제나와 같이 아름답게 잘 찍혔고 과제로써는 훌륭한 사진이었다.
***
"자~ 다들 하나씩이니까 조심해야한답니다?"
"..."
"미야앙~!"
"꼬몽!"
"구!"
빨리 먹고 싶어하는 퀸을 위해 근처의 공원 벤치에 앉아 각각 한명 씩 아이스크림을 나눠주자 다들(특히 퀸은) 정신없이 먹기 시작하는게 아주 잠깐 혹시 제가 준비하는 음식이 부족한가? 하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아멜리아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고는 귀 부분을 조심해서 작게 떠서 먹었다. 모양은 귀엽고 달콤하고 살짝 상큼한 맛도 나는게 어째서 명물인지는 알 것 같은 맛이었다.
자신의 열기 때문에 털어넣듯 빠르게 먹는 나이트나 행복하게 얼굴 주변에 묻히고 먹는 퀸, 퀸을 따라 쪼아먹다가 차가운걸 너무 빨리 먹었는지 뻣뻣하게 굳어버린 룩, 그 모습을 보고 먹는 속도를 줄인 폰 까지 아카데미에 있을 때와는 달리 평화롭고 조용한 시간이었다.
"언니도 아이스크림 좋아했을 것 같네요."
그렇기에 아멜리아가 언니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멜리아에게 추억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은 대부분 언니와 관련되어 있었으니까. 그나마,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넓어졌다 해도 여전히 자신에게 가장 큰 세상은 언니었기에 최소 몇년간 보기엔 글렀다는걸 알고 있어도 떠올라버리곤 했다.
언니랑도 이렇게 아이스크림을 먹은 적이 있었다. 하나씩 사줬음에도 언니의 포켓몬 중 아이스크림을 차지하기 위해 투닥거리는 포켓몬도 있어서 언니가 이마를 짚으며 늘 인원보다 더 많이 사왔음에도 따로 추가로 더 사오곤 했었는데. 시끌벅적한 추억이었다.
겨울바람 답게 얼굴을 베일 것 같이 차가워 날이 무척이나 추웠다. 아멜리아는 전설의 포켓몬을 찾는 바다가 많이 춥지 않기를 빌며 제 기사들이 다 먹어치우고 남은 컵과 나이트의 열기 탓일까 지나간 추억을 회상하다 이미 먹기엔 형체도 잃고 아이스크림이라고 부르기 힘든 찐득한 액체가 되어버린 아이스크림을 함께 버렸다.
"언니가 돌아온 뒤에도 계속 명물이라면 그 때 다시 먹으러 올까요."
"꼬몽?"
"그 때는 이로치 루리리 맛도 생기면 좋겠네요."
과제는 끝냈고, 이제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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