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차가운 포켓몬들과 흔들린 알 세번째
나이트,폰,킹,비숍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사락사락 책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 소소한 소리들이 조용한 방안을 채우고 평소에 시끄럽게 하는 주범인 퀸은 메이트와 룩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버렸기에 방안은 고요했다. 원래라면 퀸과 함께 사고치는것을 즐기는 킹은 드디어 부화기가 도착하여 안전하게 보관된 알을 구경하고 싶어 자신의 입을 막은 채 몇시간째 구경하고 있었다.
[알이란건... 엄청 조그맣군.]
[저랑 비슷한 크기인 것 같아요.]
[비숍 너도 엄청나게 조그맣지! 언제 크냐?]
[글쎄요, 시간이 흐르거나 진화를 하면 커지겠죠.]
킹을 제외하면 원래부터 크게 소리내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여전히 킹의 소리가 가장 컸다. 하지만 평소보다는 작은 소리에 그 누구도 뭐라하지 않았지만 킹은 화들짝 놀라며 다시한번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데... 아까부터 너 혼자 왜 입을 틀어막고 있는거야? 막아봤자 여전히 말은 잘 하잖아.]
[내 목소리가 너무 커서 우리 막내가 겁먹을 수 도 있지 않나...! 룩 그 놈은 아직도 가끔씩 놀란다만...!]
[그건 걔가 겁쟁이라서 그런거잖아. 같이 지낸지도 꽤 됐는데 왜 아직도 놀란데?]
어제 아멜리아와 함께 나갔을때 제 전용으로 산 공책에 아멜리아와 함께 배웠던 공부를 힘겹게 다시 정리하고 있던 폰이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그 모습에 폰보다 룩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킹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신중한답시고 늘 멀리서 지켜보는 녀석 만약 야생에서 만났다면 자신이 바로 쓰러트렸을텐데 아쉬울 따름이었다.
[...싸우는건 아니겠지.]
'포켓몬 알 주의점' , '육아란 무엇인가?' , '포켓몬과 인간의 차이' 등등 새로 들어올 막내를 위해 함께 읽고 있던 아멜리아 뒤에 꿋꿋히 서 있던 나이트는 뒤 쪽이 점점 시끄러워지는 느낌에 서슬 퍼런 눈으로 고개를 돌려 훑었다.
[서로 불만이 있으면 운동장으로 나가서 알아서들 풀도록. 지금 아멜리아님께서 책에 집중하고 있는게 안보이나?]
[맞아요. 막내를 앞에 두고 부끄럽지도 않나요?]
나이트의 말에 계속 부화기 옆에 있던 비숍도 한마디 보태자 폰은 흥 하고 다시 시선은 공책으로 향했고 킹은 푸시식 식었다는 표정으로 다시 알을 쳐다봤다. 알은 조금씩 흔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언제 부화할지 알 수 없었다.
[난 퀸이 아니야.]
[배틀 연습을 하는것도 좋지! 하지만 지금은 후배가 먼저니 참아보겠다! 흐업!]
끼이익-!
[으아아앗 추워!! 메이트 젠장 이 자식 선배를 가차없이 눈밭에 꽂는게 말이 되냐고!]
[제가 꽂은게 아니라 도발에 넘어가셔서 스스로 꽂히셨습니다.]
[두번째는 네가 몸을 털어서 그렇잖아!!]
그렇게 킹이 입을 아예 다물어버리면서 조용해지려는 방은 밖에 나갔던 퀸이 문을 스스로 열어젖히고 돌아오자마자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고 말았다.
"퀸, 돌아왔... 어라? 룩도 같이 나갔는데 왜 둘만 오는거죠?"
[그러게? 룩은 또 어디갔냐?]
[룩이야 앱솔 위에 얌전히.. 뭐야? 얘 어디갔어?]
인간 한명과 포켓몬 셋은 서로를 마주본채 고개를 갸웃거리다 퀸은 깨달았다는 듯 꼬리를 삐쭉 세우며 폴짝 뛰었다.
[야! 큰일났다! 그 때 튕겨나갔을 때 꽂혀서 아직 못빠져나왔나봐! 킹! 가자!!]
[정말이지 네놈 둘은 내가 없으면 안되겠군!]
순식간에 몰아치는 태풍과도 같은 퀸이 킹까지 데리고 떠나자 폰은 메이트의 다리를 톡톡 두드려주며 말했다.
[...고생이 많다.]
[네, 고생했습니다. 제가 먹을 간식 있습니까 선배.]
[너는 왜 나한테 네 간식 찾냐? 네가 좋아하는 맛은 내가 싫어하는거라 있긴 한데.]
각기 나눠져서 알보다는 자기 할일에 집중하기 시작한 동료들을 보며 비숍은 둥둥 날아 부화기에 기대 눈을 감았다.
[저렇게 보여도 다들 친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얼른 우리 곁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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