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욕심낸다면
네 부재를 채우는 대신 손에 쥐고
스러짐과 쓰러짐의 뜻은 다르나 그날만큼은 둘 다 같은 선을 이룬 채로 내 속에 들어와 나의 것을 서술하길. 내 고동 ¹은 그날 쓰러졌고 내 일부는 스러졌다. 네 세상도 내 세상도 끝은 상실이라더라. 이것은 만물의 법칙인데 왜 너는 내 안에서 멋대로 흐려지고, 껍데기체로 나타나서 다시 선명히 경계선을 그리나. 네 부재는 어느 날. 하루 나흘 또는 일주일 전 흐려졌는데 오늘 너는 다시금 네게 다가와 선명히 그었다. 너와 나를. 삶과 죽음을. 태양과 난파한 하늘을.
내 등불아. 명령이 아닌 부탁 또한 들어줄 것이라면.
그날, 나의 표정만큼은 너도 나도 기억하지 말자.
그것만큼은 우리 둘 다 기억하지 말고 흘려보내자.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네 미련이 되고, 내 흉이 될 테니까. 이것만큼은 우리 기억하지 말자. 우리 둘 다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 그저 우리 둘도 모르는 둘의 비밀로 남겨두자. 노아의 생의 흔히 즉 기억이 다시금 돌아오는 모든 순간 노아는 한 발짝 먼저 쓰라린 심장을 느꼈다. 칠정의 요소 중 다섯을 골라 차례대로 불안, 원망 어린 분노, 아픔, 길 잃어 서글픈 그리움, 그리고 바람… … 끝에 끝에서 느낄 것의 이름은 칠정의 요소에서 벗어나리다. 나열된 것들 중 직면은 없었으니.
“ 아마 그렇겠지. 그리고 그게 맞다면 언젠가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것이란 뜻이네. 언제까지가 뒤돌아만 있다 하면 안 되겠지 않은가. ”
아무리 괴롭다한들 노아는, 나는
직면하는 이일지니. 상실의 망각은 본질의 욕구가 아닌 생존본능의 요구였을 지니. 도려낸 것을 눈치챈다면 다시금 모래 속에서 내 속을 찾고 찾아 고이 묻어둘 사람. 도려내진 것은 이미 제 속을 떠났고 떠난 내 일부는 이미 영영 별리하였으니 다시 속에 자리를 다듬어 넣을 수도 들러붙으라 집어넣을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다섯 단계의 끝에 그 구멍을 그저 느끼고 살아갈 태양아.
비현실적인 기도를 한다면. 네가 언젠가 다시금 내 앞에 다시금 서길. 부유하고 있던들 방랑하던들 어떤 형태이든 언젠가. 이것이 비현실적인 기도라 하는 것은 나 또한 이것이 이루어질 리 없음을 알기에 덧붙이는 변명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이루어지지 않을 일에 대해 진심을 다해 바라고 바라는 것은 망각과는 정반대의 짓인데 사람이란 존재는 이것이 가능하다. 뇌의 왼쪽과 오른쪽은 거리가 너무 좁아 그런가. 아니면 나는 반껍데기가 아니라 그런가. 네 그 불투명한 껍데기는 과연 껍데기인 것은 맞니. 사실 알맹이였던 것은 아닌가. 네 진정 떠나고 남은 잔여물은 어딘가에서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면 이쪽이 더 속내에 가깝지 않은가. 노아는 그 끝에서 자신만의 결과를 지어내고 확정 지었다. 너는 나의 일부이고 나는 네 일부였다면 우리는 서로의 일부였으니 이미 네가 오려진 시점부터 우리는 완전체가 아니라서. 죽어서도 다 알지 못한 사람과 살아가면서도 끝없이 알아갈 감정 그 끝은 결국 둘 다 완전체가 아닌지라 결론 또한 내릴 수 없다는 결론이다. 확정 지을 수 없는 확정. 단정 내리지 못할 단정….
“ 내가 온전했다면, 이리 말했을까… 물론, 지금이라 해서 이리 말하지 않았으리란 것은 아닐세. ”
기억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욕구라 하면 너는 곧 죽어서도 인간됨을 갖고 있구나. 하늘이니 등불이니 하면서도 결국 본질은 인간인 난파한 유령선에게 소명하는 마지막 말은 결국 이별임이 확정되고야 만 각박하고 차가운 새벽. 별자리가 되기로 한 유령선을 끝없이 그리워하리라. 하늘을 올려다보아 반짝이는 별이 하나 보인 다하면 이내 하늘을 더듬고 더듬어 별자리를 찾길. 그 별자리를 다시금 제 표지판 삼아, 이제는 꺼진 등불 삼아 다시금 걸어간다면 한 번 더 저린 심장에 한 번은 주저앉겠다만 어찌 난파하겠냐. 끝에서는 다시금 나아가리다. 아릿함에 다시금 파도처럼 천천히 적셔오는 기억에 그 별 길을 잠깐 잊고 잃다가도 다시금 찾아 잇고 이어가고 나아가리다.
노아는 잠깐 손을 뻗었다. 닿는다는 감각도 없을 룬데닐의 팔을 잡는 시늉이었다. 분명 붙잡았지만 둘 사이는 그저 산소와 산소뿐. 하나 이따위 시늉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마 저주일까, 자비일까. 이제 우리가 알 길은 없다. 이것만큼은 노아가 스스로 내린 저주가 아녔으므로.
“ 유일한 충신을 그리워하지 않을 군주는 없네. 이그나츠 룬데닐. 내 충실했을 보좌관… ”
지금도, 더 미래에도 나는 너를 충분히 그리워할 터이니 다만 그러니 조금 더 뼈 시리게 그리워할 수 있도록 내 곁에 있어주길 내가 그리움에 슬픔에 원망에 파묻혀 밤샐지언정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내 손에 온전히 두고 떠나라. 그러면 그제야 내가 소명을 내릴 테니. 너는 유한히 빛날 태양을 등지고 떠나라. 나는 꺼진 등불을 잿더미를 손에 쥐고 머무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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