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간절함은 염원이 되고 염원은 현실이 되어
出茶
가장 흔한 머리카락 색이 검은색 다음으로 갈색이라던데. 그럼 이건 흔한 감정인가?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없으면서, 그렇게 막 말하면 안 되는 건데. 하지만 이 흐릿하고 넓게 퍼져가는 느낌을 뭐라고 써야 좋단 말인가.
위에서는 흐릿하다고 했지만 그저 두루뭉술할 뿐 이것이 결코 의미 없는 뜻은 아니다. 단순히 느낌 하나를 설명하는 것에도 대체어 하나 찾는 것에 버겁다니(느낌 하나라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흐릿한 것이 아니라 강렬하다고 정정하겠다. 버겁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 받아낸 힘은 연습하고 생각하고 갈고닦으면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지만 이건 대체 뭐란 말인가(물론 이 힘도 혼자서 할 수 없어 모두의 도움을 받고 있어 모순되는 이야기지만).
이 감정은 누군가와 나누고 공유하고 상담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인가?(고백…?) 하지만 그런 게 의미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이건 나의 문제다. 순수하게는 나만의 것이 아니지만 그 근원지가 다른 곳이 아닌 이곳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까 고민한다. 생각한다.
길거리에 핀 민들레가 아름다우면 어쩌고 싶을까. 파내서 화분에 장식해 주고 싶을까. 꺾어서 자랑하고 다니고 싶을까.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나는 분명 그 꽃을 불어 퍼트리게 할 것이라는 것을. 그 행동이 내 감정 해소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누군가 그 꽃을 꺾어갈까 두려워 노심초사하다가도 결코 그 꽃이 질 일이 없다고 굳게 믿는 것도.
해바라기는 해를 바라본다는데 너는 그런 게 필요없다. 빛이 나는 존재가 빛을 찾아서 어쩔까.
그런데 우리는 왜 눈을 마주치는가. 자꾸만.
내가 너를 이렇게 자연이라고 생각하듯이 너도 나를 생각할까? 자연이 흔한 것인지 특별한 것인지조차 구분할 줄 모르는 나는 이것만큼은 확신하며 글을 써내려 간다.
자연이 아름다운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자연이라면 그토록 아름답고 소중하고 특별한 건 없을 거라고. 네 눈동자에 담긴 무언가를 보며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고 말해도 되는 언젠간 날이 올 것만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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