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호크]그렇게 사라진 남자
나의히어로아카데미아 다비X호크스 _ 다비는 기억 못하는 첫만남 날조
※ 소재는 휴님이 주셨습니다만 조합은 저 알아서 휘적휘적
※ 펜슬글자수 : 약 2,500자 정도
목덜미 근처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을 때, 아무도 다비를 바라보는 사람이 없었다.
밤 늦은 시간의 오사카. 다비는 검은 후드집엎을 뒤집어쓰고 한적한 번화가 거리를 걷고 있었다. 술을 머리 꼭대기까지 처마시고 비틀거리는 젊은이가 세 명, 자판기를 손바닥으로 텅텅 내리치며 오사카 사투리로 떠드는 취객이 두 명, 저쪽 골목에서 누군가와 전화 통화하며 우는 이형계의 여자, 다비 자신, 그리고 등에 길쭉한 무언가를 매달고 다비의 뒤를 따라오는 체구 작은 남자 하나. 코 깊이 들이마쉬면 폐를 찌르는 차가운 겨울 공기에는 알코올이 소량 스며든 것처럼 시큼한 냄새가 뒤섞였다. 건물과 건물 구석에는 토사물이 쌓여 있었다. 먹을 것 없고 돌봄 받지 못해 길거리에서 서식하는 동물이 그 근처에 어슬렁거렸다.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온 새벽이었다.
다비는 다시 한 번 뒤통수에 시선이 꽂힌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면, 여전히 눈 마주치는 사람이 없다. 그나마 덜 취해 보이는 남자는 핸드폰을 보며 무심하게 터벅터벅 다비가 걷는 방향으로 걸어온다. 매번 타이밍이 어긋났지만 이 남자가 분명했다. 남자는 다비를 지켜 보고 있었다. 기분 탓이 아니었다. 등 뒤에서 따라 오고, 지켜본다. 다비는 걸음을 멈춘다. 체구 작은 남자가 자신을 지나쳐 가길 기다렸다.
저 새끼 뭐지.
*
호출 받고 급하게 날아온 호크스는 캡모자를 푹 눌러쓴 사복차림이었다. 뜨뜻한 열기가 더는 남지 않은 거리로 풀썩 내려왔을 때에는 매캐한 탄내도 공중에 날아가고 거의 없었다.
호크스는 모여있는 히어로들에게 건성으로 인사를 했다. 전화 받았을 때보다 한참 분위기가 가라앉은 듯 히어로도 시민도 진정된 상태였다. 호크스는 신고자를 찾아서 물었다. 사람이 죽었어요? 물어보는 말에 여자는 훌쩍이면서 어눌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어요. 지금은 괜찮았는데 아까 너무 놀라서 정신이 없었어요. 호크스가 되물었다. 어디로 갔어요? 신고자가 손을 뻗었다. 그 사람은 저쪽으로 건물을 지나서 갔어요. 여자의 손가락 끝을 보며 호크스는 낮게 한숨 쉬었다. 히어로에게 쉬는 날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타 지역의 방화에 휘말리게 될 줄은 몰랐다. 여자가 가리킨 대로 걸음을 옮기며 호크스는 강익을 전부 허공으로 날려 남자를 살펴보게 했다. 위협적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 기다란 깃은 그대로 두었다. 어떤 모습이든 썩 미심쩍었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범인은 이미 자리를 뜬지 오래 되었다. 먼 거리를 부지런히 움직여 간신히 신고자에게 들은 인상착의의 남성을 따라잡았다. 호크스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남자의 기운 없는 걸음걸이, 반지르르한 재질의 후드 집엎, 신발의 닳은 뒷굽, 굽은 등, 체격을 살폈다. 눈만 데굴데굴 굴릴 뿐 섣부르게 남자에게 말을 걸거나 강익을 날려 남자를 붙잡지는 않았다.
아, 저 새끼 뭐지.
뭐랄까. 느낌이 좋지 않았다. 호크스는 이런 쪽으로 감이 잘 맞는 편이었고, 감으로 모든 히어로 업무를 해낼 수는 없지만 이번 일은 자신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남자를 도발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방화가 일어났지만 인명피해가 없었고, 보험처리가 될 만한 수준의 화재도 아니었다. 아마 남자를 붙잡는다면 개인재산권손해 쪽으로 문제가 되겠지. 제대로 된 인명피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호크스는 남자를 흘깃거리며 따라갈 뿐이었다. 돌아가서 아쉬운 표정을 연기하며, 남자를 놓쳤다고 말해도 큰 문제 없을 정도의…….
*
남자는 감각 예민한 동물처럼 호크스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걸음을 멈춰 서서 주변을 살핀다. 호크스는 갈 길 가는 사람인 척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서로가 분명히 서로를 의식하고 있었다. 앞서 걷던 남자에게서는 탄내가 풍긴다. 이 사람이 맞다. 붙잡을까, 말까. 한 번 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호크스가 자신의 노란 눈을 치켜뜬 순간.
독니에 숨겨둔 독을 적에게 뿜어내고 자리를 피하는 뱀처럼 다비는 정확하게 호크스를 향해 고온의 불을 확 내뿜었다. 불이 몸에 닿는 것 보다 먼저 호크스가 강익을 불러들여 날개를 갖추는 게 조금 더 빨랐다. 번지는 불을 피해 몸을 띄웠다. 공기 중에 은은하게 남아있던 악취와 찬 기운은 금세 사라져 버린다. 호크스는 허공에서 건물 사이로 사라지는 다비를 내려다보았다. 아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걸음걸이에 살짝 짜증스러움이 느껴졌다. 역시나.
빌런연합의 다비.
실제 인물을 눈으로 직접 본 건 처음이다. 오사카에서 머무르고 있었던가. 귀로 몇 번 들었던 이름과 사진으로 대강 훑어본 노이즈 가득한 남자의 CCTV사진이 호크스의 머릿속에서 겹쳐졌다. 혼자 허공에 남은 호크스는 날개를 크게 펄럭인다. 미래의 큰 그림을 위해 다비를 보내준다. 나중에 만나게 된다면 오늘의 일을 기억하려나. 호크스는 입안이 씁쓸했다. 어깨에 힘이 툭 빠졌다. 마침 핸드폰으로 다른 히어로들에게 연락이 왔다. 방화 피해자 및 사망자가 0명. 호크스는 ‘죄송해요. 저는 범인을 중간에 놓쳤습니다~ 밤 눈이 어두워서요!’ 이모티콘과 함께 거짓말도 살짝 섞어둔다. 고개를 들어 흘깃 건물 아래를 살폈을 때 다비는 보이지 않았다. 이럴 거면 저 건물은 왜 불지르고 간 거야? 어디 화풀이 할 데가 필요했던 건가. 호크스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방화가 일어났던 건물을 향해 몸을 돌려 날아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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