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Line Log
003
D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D 어제 있었던 일이 꿈인지 생신지 구분이 잘 안 갔었거든.
꿈이 아니라니 다행인가?
H 우리가 두번째로 잔 사실? 걱정마 이제 세번 네번... 백번이 넘어갈거야.
D ⋯ 그거 말고, 이 멍청아.
H 에... 그럼, 네가 내걸 먹은 거?
D ⋯ 됐어. (한쪽 손으로 얼굴을 매만진다.)
H 나랑 연애 놀음 하는 게 꿈이 아니라 다행인가? (손을 잡아내서 손등에 키스해준다.)
D 눈치 하나는 빨라서 좋다니까. (손등에 키스를 해오는 너를 빤히 쳐다본다.)
H 왜 그렇게 보세요. 빌런씨? 키스해주려고? (생긋 웃으며 눈을 맞춘다.)
D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할 정도로 너와의 간격을 단숨에 좁힌 뒤에 묻는다.) 네가 원한다면.
H ...너는, 별로야? (마음이 욱신거려서 살짝 물러난다.)
D 아니, 지금 당장 하고 싶어. (네 뒤통수를 조심스러운 손길로 끌어당겨 그대로 입을 맞춘다.)
H (어째서인지 가만히 입술만 대고있는다.) ...또 해줘.
D ⋯ 너, 진짜 하고 싶은 거 맞는 거냐?
H 혀 섞는거만 키스냐? 입술끼리 닿으면 되는거지. 오늘은, 그냥 담백하게 이러고 싶은데. 너 또 달려들 생각이야?
D 난 머리에 든 게 별로 없어서 확실하게 해두지 않으면 잘 모르겠거든.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게. (아까보다 조금 더 길게 입술을 맞대고 있다 떼어낸다.) 그리고 오늘은 피곤해서 달려들 힘도 없어.
H 하긴 어제 많이 신나게 놀긴했다. 맞다. 그, ...너 담배 냄새 많이 싫어하냐?
D 신난 정도가 아니지 않나? 아무튼. 담배 냄새? 글쎄, 딱히 생각해본 적 없어. 그러고보니 너한테서 은근히 나던 거 같던데. (은근슬쩍 너를 눈으로 훑어본다.)
H 으음... 역시 옥상에서 피우고 냄새 빼고오는게 제일 낫겠구나. 왜 그렇게봐? 히어로는 담배 피우면 안돼?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더니 든걸 보고는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다.) 하, 또 몇 개 없네...
D 난 그런 말 안 했으니까 오해 그만 해. 고작 담배 하나 피우는 게 범죄 저지르는 거랑 똑같냐? 나 참. (일그러지는 너의 표정을 바라보다 말을 꺼낸다.) 몇 개 없으면 사러 가면 되잖아. 왜, 같이 가줄까? (자신이 말해놓고도 어이가 없는 말인지 픽 웃는다.)
H 뭐 5개도 적은 건 아니니까. (한 대 물고 옥상계단으로 도도도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서 현관문을 연다.) 다비, 불 빌려주라.
D (너를 빤히 쳐다보다 손가락을 튕겨 작은 불꽃을 만든다.) 뜨거우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H 감사. (가까이 다가가서 빠끔거리더니 현관문 바깥으로 연기를 내뱉는다.) 4개 남은 것도... 그냥 다 붙일까? 한 번에 피고오게?
D ⋯ 그러다가 일찍 뒈져도 난 모른다.
H 그렇게 걱정되면, 옥상에 올라오던가. (눈치보다가 한마디 툭 던지고는 시선을 피한다.) 라이터도 필요하고...
D 그럼 앞장서. 뒤따라갈테니까.
H 네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가서 난간에 기대어 있는다.)
D (계단을 올라가는 네 뒷모습을 눈으로 좇다 난간에 기대어 있는 네 모습을 빤히 쳐다보다 말했다.) 왜, 무슨 일이라도 있냐?
H 아니, 잠깐 어지러워서. (도리질을 하더니 옥상문을 연다.) 오... 오늘 별 보이네? 많다.
D 그런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어⋯. 많네.
H 어쩐지 비행할때보다 많이 보이네. (하늘을 올려다보며 연기를 뱉다가 너를 본다.) 북두칠성이 어디있더라...
D (시선을 마주보다 하늘에 떠있는 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손가락을 뻗는다.) 저거 아냐? 밝은 거 일곱 개 말이야.
H 어... 어, 맞다. 맞는거같아. 뭐야? 의외로 이런거에 관심이 많나본데? (한 대를 다 태우고는 어디서 주운건지 모를 양철통에 꽁초를 툭 던져넣는다.) 다– 비, 불 땡겨줘.
D 맞으면 맞는 거지 맞는 거 같다는 말은 뭐야. (나지막한 목소리로 투덜거린다.) 뭐야, 언제 다 태운 거야? 거기다가 그건 또 뭐고. (처음 보는 양철통을 쳐다보다 너를 바라본다.)
H 지하실 따고 들어갔는데 잡동사니 천국이더라고. 재떨이로 쓸겸 거기서 굴러다니는거 주워왔어. (입에 새 것을 물고 위아래로 까딱거리며 재촉한다.)
D ⋯ 개척자 납셨군. (재촉하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잠자코 불을 붙여준다.)
H 신기한거 보여줄까? (연기를 바로 뱉지않고 머금고있다가 도넛 몇개를 만든다.) 응, 내가 호기심이 많아서 말야.
D (하늘에 떠다니는 담배 연기로 만들어진 도넛을 눈으로 좇는다.) 뭐, 신기하긴 하네.
H 아... 내일부터 또 바쁠텐데 너 보고싶어서 우는거 아닌가 몰라.
D 나도 마찬가지야. 울긴 왜 울어, 바보 같이.
H 보고싶다, 하면서 눈물방울 또르르 흘리는 웬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말이지. 다음엔 어디서 만날까? 또 그 골목길? 연합본부? 아니면 여기?
D 허. 너한텐 그런 거 안 어울려. (힐끔, 너를 보면서 말한다.) 여기가 낫지 않나? 조용하고. 아님, 네가 아는 장소라도 있냐?
H 예전에 공안임무 수행하면서 많이 다쳤거든? 근데 사택까지 가기엔 멀고 방 잡으려해도 출혈이 심해서 이목끌까봐 혼자 치료도하고 잠깐 먹고자고할 원룸을 구해놨어. 불법이긴한데... 내가 먼저 죽겠다 싶어서. 주소줄까? 가끔 너도 쉬다가도 돼. 난 요즘 거의 안 써서.
D 주인 없는 집에 아무렇지 않게 들락날락 할 정도로 염치없는 인간은 아냐.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말한다.) 뭐, 네가 그 집에 있으면 모르겠지만.
H ...내가 집 열쇠주고, 나도 거기 가끔 간다면 어때? 수도도 안 나오는 여기보다는 나을거아냐? (벌써 세번째 담배를 꺼내들고 널 바라본다.) 응?
D 뭐, 그런 거라면 한 번 정도는 생각해볼게. (담배를 꺼내든 너를 쳐다보다 미간을 찌푸린다.) 너, 일부러 라이터 안 사고 버티고 있는 건 아니겠지?
H …비행하다 잃어버렸어. (눈치)
D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라니까. 뭐, 오늘은 휴대용 라이터 노릇해줄테니까 나머지도 다 피우든가 해.
H 고마워 자기야. (또다시 불을 빌리고는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너를 잡아끌고는 입술을 맞대 연기를 불어넣는다.)
D 너, 뭐하는⋯. (갑자기 들이마시게 된 연기 때문에 콜록콜록,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쉴 새 없이 기침을 토해내다 겨우 멈췄고 너를 노려봤다.) 솔직히 말해. 너 지금 나 죽이려고 한 거냐?
H 아니거든? 암살 시도하려면 너랑뜰 때 진즉에 경추에 깃털 꽂았을걸? ...그게 아니라 그냥, 꼴려서 그런건데. 무방비하게 당하는게 꼴린다고. (시선을 회피하고 새침하게 뒤돈다.) 귀엽기도하고.
D (너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진 것인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네 뒷모습만 한참 쳐다보다 겨우 말을 꺼낸다.) 몇 번이나 얘기하지만 너, 진짜 짜증나. 알아? (얼굴로 손을 가리고 짧은 탄식을 내뱉는다.)
H 그래서, 나한테 귀여움 받는거 싫어? (귀가 홧홧해서 날개로 살짝 바람을 일으킨다.) 나쁜 남친으로만 대하라는 건가...
D ⋯ 귀여움 받는 걸 왜 싫어하겠어. (눈을 다른 곳으로 두면서 말한다.) 미리 귀띔이라도 해주던가.
H 그럼, 별로 안... 놀라잖아. 나는 이렇게 확 놀라고 뭐라하는게 재밌는건데. (왜 싫어하겠냐는 말에 부끄러워서 날개속으로 숨는다.)
D (뒷통수를 벅벅 긁적거리면서 말한다.) 그럼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 뭐, 잘나신 히어로 호크스 님께서 이 미천한 빌런을 놀려먹고 싶으시다는데 어쩌겠어. (입가에 웃음을 걸친다.)
H 너, 그런 말투 짜증나... 지금 웃고있지? 안 봐도 다 보여. (투덜거리다가 빨리 태워버린걸 버리고 네번째 담배를 꺼내물며 뒤돌아본다.) 와서 직접 붙여줘.
D 너, 나에 대해서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너에게 걸어갔다. 거리를 좁힌 다음 네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손으로 낚아채 내 입에 물고 불을 붙여 한 모금 들이마셨다가 네 입에 다시 물려준다.)
H 어? 에? 아, 뭐? (갑자기 담배를 뺏겨서 당황하다가 그걸 물고 불을 땡겨놓고는 다시 물려준 이 일련의 과정을 눈 뜨고 본게 맞나 싶어 고장나버린다.) 너 이게 뭔...
D (고장난 너의 표정을 보자마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하하하! 이제 네 기분을 알 거 같네. 뭐야,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어? 귀여워라.
H 안 귀여워! 시커먼 성인 남자한테 뭐라는거야 진짜! 입 닫아! (같은 남자 입에서 귀엽다는 말이 나오자 소름이 쫙 돋아서 날개까지 파닥거리며 그만두라 한다.) 그런 표정이 뭔데! 아, 저리가...
D 시커먼 건 나라며. 아닌가? (너의 반응에 웃음이 입가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표정? 지금 네가 짓고 있는 표정이지. 그리고 내가 네 말을 듣고 진짜로 가버리면, 너 안 서운해 할 자신 있어?
H 내가 말하는 '저리 가'의 의미는 아예 자리를 뜨는게 아니라! 조금만 기다렸다가 오라는 뜻이거든? ...진짜 가 버리면 완전, 서운해할거야.
D 그 정도는 나도 알거든? (머리카락을 손으로 거칠게 쓸어넘긴다.) 난 그냥 네 반응을 떠본 것 뿐이야. 나 때문에 서운해하다니, 참 많이 물러졌구나 너도.
H 너도 마찬가지거든? 운다고 달래주기는커녕 비웃기만 할거같던 놈이... 안아주고, 토닥여주는거 보니까 완전 물러터졌더만. (마지막 한 개비를 물고 너를 쳐다본다.) ...그래서, 네 진짜 이름은 뭔데? 끝나고 말해준다며.
D (손가락 끝에 조그마한 푸른 빛의 불꽃을 만들어 네가 물고 있는 마지막 담배 끝에 붙여준 다음, 너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한다.) 토도로키 토우야, 이게 내 진짜 이름이야.
H ...뭐?
D (당혹스러운 너의 표정을 보자 한쪽 입꼬리가 비뚜름하게 올라간다.) 아—. 알 거 같아 그 반응. 왜, 그 이름이 내 입에서 튀어나온 건지 궁금한 거겠지? 안 그래?
H 거짓말. 그... 사람은 죽은,지 11년이나 됐어. 시신도 뭣도 발견... 된 적 없다고. (심장이 요동치듯 빠르게뛰고 어지러워서 말도 제대로 못 한다.)
D 발견된 적은 없었지. 세간에 발견되기 전에 시신이 될 뻔한 날 구한 사람이 있었으니까. 뭐, 그때는 나도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어. 3년이란 시간 동안 혼수 상태에 빠져있다 눈을 뜨기 전까지는 말이야.
H 지금, 그걸 나더러 믿으라고? 장난까지마! 나 놀려먹는 짓 작작해. 하나도 재미없거든? 게다가 넌 검은머리... 아, 설마 그거, 새치가 아니라... 아니 그럴리가.
D 아, 이 머리? 내 정체를 숨기기 위해 현대 문물을 좀 사용했지. (여전히 웃는 낯으로 말하고 있지만 입가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뭐야, 그 표정? 하긴,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너는 믿기 힘들겠지. 하지만 내가 말하는 건 거짓 하나 없는 진실이야.
H 당연히, 안 믿지. 아니 못 믿지. 네가 토도로키 토우야라는 증거도 없는데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야? 편집증도 정도가있지... 이따위로 말해서 얻는게 뭔데? 어? 내 멘탈 흔들기? 진짜?
D 증거라⋯. 내 말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알고 싶다면 지금 당장 엔데버한테 가서 전해. 11년 전에 세코토 언덕에서 개성의 폭주로 불에 타서 실종된 첫째 아들이 돌아왔다고. 그럼 너도 내 말을 믿게 될 걸?
H ...꺼져. (너를 힘껏 밀쳐보지만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는다.) 개소리 지껄이지마.
D 내 말을 믿든지 말든지 그건 네 선택이야. 난 네가 내 진짜 이름을 알고 싶다고 해서 그에 대한 진실을 알려준 것 뿐이니까. (뒤를 돌아 너를 등진 채로 말한다.) 지금의 너로선 내가 꼴도 보기 싫을테니까 사라져줄게.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나중에 네가 날 봐야할 일이 생긴다면 미리 연락해.
H 이걸 나 말고 또 누가 알고 있는 거지? ...정신차려 너 지금 놀아나는 거야. 아니야, 진짜... 거짓말이야 거짓말. 원래부터 헛소리도 많이하던 놈이었잖아? 그런, 그럴리가...
H 토도로키 쇼토도, 엔데, 버... 씨도 빨간불꽃인데, 어떻게 가능하겠어?
H 영정 사진이랑도 전혀 다른 모습인데... 11년 전 화재사고, 화재사고 목록... 세코토, 하아... 왜 정보가 없지? 그때있던 소방서는 다른곳이랑 합쳐서 없을텐데 자료 이관이 됐으려나? 갑자기 이거 찾으면 의심 받을텐데 뭘 어떻게...
H 아, 진짜 이 방법 쓰기 싫었는데... 19년도, 19년도 하드웨어가... 와씨 먼지, 악... 안 되겠다 통으로 복사해야겠어. ...네에? 아, 아하핫 저예요 저. 걱정마세요 정리 잘 하고 갈게요. ...수고하세요! ...쫄려서 미치겠네 진짜.
H 디스캣이란거, 진짜 고대 유물인줄 알았는데 이런데에서 쓸모있다니... 어디보자 히어로-탑텐-엔데버... 뭐가 나오려, 나... 오네? 진짜? 아 비밀번호 쯥, 2019... 뭐려나 2019... ... 설마 이딴 허술한 방법일리가
[2019-1985-0808]
[ACCESS DE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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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roki Enji]
[ACCESS DE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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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9850808]
[19850808]
[1919850808]
[TODOROKI ENJI]
[todoroki enji]
/
[ACCESS DENY]
[ACCESS DENY]
[ACCESS DENY]
[ACCESS DENY]
[ACCESS DENY]
...19년도 암호작성법이, 지금이랑 다를리가 없는데 이상하다?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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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roki Toya-2006-0118-2019]
[ACCESS]
아, 됐다.
H 개성 방화 추정... 시신 발견못함, 유골까지 손상? ...산불 진화 후 잔열로 반경 1km 일주일간 통제, 하악골 발견...? 화재당시 온도 2000도 이상인 것으로 추정...
H 그 새끼 나보다 두 살 많다했, 지? ...하악만 발견된게 수상하긴하네 보통 화장할 때 온도가 천 까지 올라가는걸 감안하면, 이건 누가 일부러 떨어트리거나... 하, 젠장 진짜면 어떡하지? 아니 그전에 누가 이런 의심을 안 해봤겠어? 신빙성이 없으니까 사망판단을 내린거지...
H 머리카락 뽑아서 확인할 수도 없고 미치겠네. 아니, 해... 봐?
H [✉️ 저번에 주소 알려준 곳으로 와.]
H [몸이나 섞게.]
D [✉️ 날 여기로 잘도 불러놓고 정작 부른 사람은 왜 없지?]
D [지금 장난 칠 기분 아니니까 당장 튀어나와.]
H (문자를 보낸지 40여분이 지나고나서야 나타난다.) 튀어왔다. 이... 새끼야. (매섭게 노려보며 방에 들어서더니 벽을짚고 주저 앉아버린다.) ...하, 망할.
D 오랜만에 보는 건데 인사말이 꽤나 거치네? (주저앉은 너를 빤히 쳐다본다.) 그래서 용건이 뭔데.
H 섹스나 하자고, 불렀는데 말이지... 하하, 가는 날이 장날이랬나? 읏... (겨우 일어나 오른쪽 옆구리를 부여잡고는 욕실로 향하는데 피가 마루에 흥건하게 고이며 길을 만든다.) 못 하게 됐으니, 까. 그냥 가던지.
D (바닥에 흥건하게 고인 피를 바라보다 옆구리를 부여잡는 네 손 위로 피가 울컥 쏟아지는 것을 보고 발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뭐야, 너. 어쩌다가 그렇게 다친 거야.
H 오다가, 기습당했어. 낯짝보니까 제거목록에 있길래 처리했, 는데... 그새끼가 자기 팔을 뜯어내더니 던져서 박혔어. 재질, 모르겠는데 아무튼 딱딱한거... 돌, 같은... (출혈이 심해서 그런지 횡설수설 하면서 욕실에 들어가 거즈를 상처에 쑤셔넣는다.) 으... 미친, 아...
D (욕실 문에 기대어 삐딱하게 서서 너를 빤히 쳐다보다 결국 참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가 상처 부위를 강하게 압박한 다음, 붕대를 감으며 말했다.) 겨우 이딴 모습을 보여주려고 날 부른 거냐? 적당히 해. 난 이러려고 네 부름 따위에 응한 게 아니니까.
H 나라고, 이딴거 보여주고 싶었겠냐고... (아파서 눈물이 흐르려는걸 애써 참아내며 이를 꽉 깨문다. 역겹다 그런말은 잘도하면서 도와주는 손길이 너무 역겨워서 한참 붕대를 감고있던 너를 제지한다.) ...됐어, 내가 할거야. 뭣 때문에 응한건진 몰라도 이러려고 온 거 아니라며? 왜 도와주는데?
D (짧은 순간이지만 머릿속에서 지나간 너의 말을 떠올렸다. 걱정하는 사람도 생겼으니 몸을 사리겠다던 말을. 생각을 그만두고 너를 가만히 쳐다보다 말을 꺼냈다.) 네가 이렇게 죽어버리면 아쉬우니까.
H 아... 내가 좀, 네걸 잘 받아먹긴했지. (겨우 지혈만 된 상처를 부여잡고 덜덜 떨면서 스스로 붕대를 감아보지만 손에 힘이 없어 허술하게 압박되어 오히려 피가 새어나온다.) ...짜증나게. (결국 몸을 잔뜩 웅크리고서라도 지혈을 하려는지 양손에 무게를실어 꾹꾹 내리누른다.)
D 하. 네가 그딴 말을 해도 난 아무렇지 않아. 웃기지도 않거든.(눈을 찌푸린 채로 네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다 치밀어오르는 답답함에 의지와는 상관없이 손을 뻗었다.) 지혈은 이렇게 하는 거야. 아플 거니까 잘 참아보던가. (손끝에서 나온 작은 불꽃으로 네 상처를 지지기 시작했다.)
H 뭐... 아! 야, 이... 미친새끼가! 악! (갑자기 참지 못 할 통증이 일자 발버둥치고 날개까지 퍼덕이며 벗어나려 하지만 그럴수록 저를 꽉 붙잡고 지져대서 고통에 겨워하다가 축 늘어지며 기절한다.)
D (네가 기절한 틈을 타 얼기설기 감겨있던 붕대를 풀어 제대로 감은 다음 축 늘어진 너를 들어올려 욕실에서 빠져나왔다. 마음 같아선 너를 침대 위로 내동댕이쳐버리고 싶었지만 침대 위에 너를 조심스레 누이고 밖으로 나가 한참을 서성거렸다.)
H (밤새 깊이 잠들었다깨니 어느새 침대 위 였고 너는 없어서 천장만 바라보다가 눈물이나서 잔뜩 웅크리고 날개로 자신을 감싸안는다.) ...다비. ...토우, 야.
D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다시 찾아온 곳은 조용했다. 너를 눕혔던 방으로 들어가자 웅크린채로 날개로 몸을 감싸안고 있는 네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야, 안 죽었으면 그만 하고 일어나.
H (많이 아픈건지 땀에 흠뻑 젖은채로 일어나 앉아서 한참 상처난곳을 부여잡고 있는다.) 또 왜 왔어? 간거 아니었냐? ...조금만 더 쉬면 되니까 가도 돼. 안 죽어. (시선을 마주쳤다가 청록색 눈동자를 보고 녀석의 영정사진이 떠올라 눈을 질끈감는다.) 가, 라고.
D 가지 말라고 애원해도 갈 거니까 조용히 해. (상처를 부여잡고 눈을 질끈 감고 있는 네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손에 쥐고 있던 무언가를 침대 근처에 있는 탁자에 던지듯이 놓고 뒤돌아 걸어나가버린다.)
H (애원해도 갈거란말에 가슴이 욱신거린다. 네가 떠나고도 한참 지나고나서야 탁자에 놓인걸 바라보니 진통제인걸 알고는 일단 몇 알 먹고 다시 자리에 눕는다.) ...이게 무슨일이람. 하필, 어제 그래서는. (지져진 상처를 손으로 어루만지다가 또 울컥한다. 잠깐 닿은것도 아파 죽겠는데 너는...)
D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와버렸지만 혼자 놔뒀다가 죽어버리면 어떡하냐는 걱정인지, 아니면 불과 몇 주 전까지 서로 사랑을 속삭이던 이에 대한 미련인지. 건물 밖을 맴도는 자신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제대로 물러터졌구나, 다비.
H (몇시간을 내리자다가 약효가 다 떨어진탓에 깨버린다. 다시 먹어보지만 소용없어지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찬장을뒤져 싸구려 보드카를 꺼내 물컵에 담아 마신다. 병원에 가는게 맞겠지만 아마 제가 죽인녀석의 시신이 발견됐을테니 움직이는건 곤란했다.) 아, 존나... 아프네...
D [✉️ 병원은 갔냐? 치료는 제대로 받아.]
D [그래야지 나한테⋯
D (뒤에 이어지는 문장을 쓰다 그대로 지워버리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H (취기가 올라서 아까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아파서 한 잔 더 따라 마시려다 문자를 읽고는 전화를 건다.)
H [📞 ...다, 비]
H [너무 아파... 죽을거같아]
H [안 올거 아는데, 빌기라도 하게 해줘라]
H [내가 죽인, 놈... 아직 처리가 안 되어서 대기명령 내려졌어]
H [그래서 외부로 못 나가]
H [살려줘]
D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네 목소리에 미간을 주물렀다. 더이상 신경 쓰지 않으려했다. 그런데⋯.)
D [⋯ 내가 뭘 어떻게 해줬으면 하는 거지? 똑바로 얘기해.]
H [곁에 있어줘 부탁이야.]
H [내가, 미안해... 미안해... 그러니까 돌아와.]
H [비는걸 원하면 빌어줄게 아니면 뭐라도 해줄게...]
H [제발, 다비.]
D [⋯ 조금만 기다려.]
D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한참을 걸어 예의 그 건물로 향했다. 문을 열어젖히자 네 모습이 눈에 담겼다.)
H (보드카 한 병을 비워놓고 방바닥에 죽은듯이 잠들어있다. 무슨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침대에서부터 새로운 핏자국이 이어져있다.)
D (⋯ 생각이란 걸 할 시간조차 아까웠다. 약하지만 숨이 붙어있는 걸 확인하자마자 쓰러져있는 너를 들쳐업고 건물 밖을 뛰쳐나가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병원으로 향했고 한참 뒤, 마스크를 쓰고 있던 것을 다행이라고 여기며 수많은 인파 속에 섞여들여 모습을 감췄다.)
H (의식을 찾고 회복에 전념하니 마지막 만남으로부터 벌써 2주나 지나있었다. 전화를 걸어도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었기에 할 수 있는거라고는 반지하방과 자주 만나던 골목길, 자신의 원룸을 차례대로 돌아다니는 것 뿐이었다. 연합에서조차 네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는 답을 받은뒤로는 잠시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오늘도 골목길부터 들려본다. 고요함이 내려앉은 거리에 가스라이터가 틱틱 대는 소리와 연기냄새가 퍼지지만 너는 없어서, 바닥이 더럽건 축축하건 그냥 다리를 쭉 뻗고 주저앉는다.) 진짜, 끝난건가? ...그게 끝이야? 복수한다면서 사라지기나하고. ...병신새끼.
D ⋯ 병신새끼라, 이제는 그딴 호칭으로 날 부르기로 한 거냐? 이랬다가 저랬다가 제멋대로군. 한 가지로 통일해. 헷갈리니까.
H 뭐야? 드디어 나타나셨네. 어디 처박혀서 죽은줄 알았잖아. 연합도 모르게 잠적하고... 녀석들 상당히 당황하던데 말이야. (너를 올려다보다가 담배를 퉤, 뱉어버리고 일어난다.) 나 다 나았으니까 하러가자. 진짜 쌓였거든.
D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 난 너랑 할 생각으로 내가 뒤졌는지 살아있는지 아무도 모르게 처박혀있다가 나온 게 아냐. (혀를 찬다.) 말하는 꼬락서니가 참 가관이군. 그러려고 여기 나와서 청승맞게 담배나 태우고 있었나?
H 어. 그런데? (너를 빤히 바라보다가 픽 웃는다.) 그럼 왜 처박혀있었어? 누구 죽일 준비라도 열–심히하셨나? 응? ...내 집 가자. 네 반지하 너무 더워.
D 그건 네가 알 바 아니지 않나? 아니, 이미 너도 알고 있을텐데. (나를 빤히 바라보는 네 시선을 일부러 피한다.) 뭐, 나도 더운 건 싫어. 너 먼저 가. 뒤따라갈테니까.
H (한참 걷다가 뒤돌아본다.) ...저번에 병원에 던져놓고가서 고맙다. 덕분에 위에서 일처리도 빨리해줬어. 빌런끼리 싸우다가 죽임 당한걸로.
D 뭐 그런 거 가지고. 이럴 때는 정이라는 게 무섭다니까. 그대로 죽게 내버려둘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까 말이야. (고개를 홱 돌려버린다.) 그래? 그럼 된 거네.
H 내버려두기엔 아깝다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다.) 하아... 피냄새 다 빠졌네 다행이다. (침대에 걸터앉아서 에어컨을 켜놓고는 올려다본다.) 이제 뭐할까?
D (너를 흘겨보며 말한다.) 그 짓 하자고 부른 거 아니었나? 솔직히 말해. 네 장단에 헤실거리면서 맞춰줄 생각 없으니까.
H 이리와. 마음껏 소리지르게 해줘.
D 그 말 후회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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