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유이] 식은 커피

[짧막한 연성 주제] http://me2.do/FxZxHgl5 진단 시리즈 - 아야유이 편 (202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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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피곤해.

거울을 보지 않아도 얼굴이 퀭할 게 뻔히 보였다. 피부 위로 덧칠한 화장품이 건조한 공기로 버석해진 것 같았다.

어쩐지 짜증이 치밀었다. 자신은 왜 이런 곳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를 실험과 연구를 붙잡고 이 고생을 하고 있단 말인가?

사람들이 자신을 그저 귀히 여기고 아끼고 사랑해주길 바라는 그로서는 참으로 화가 나는 일이었다. 지금 진행 중인 연구도, 실험도, 모두 그 스스로 선택한 것임에도 말이다.

아야메는 데이터를 입력 중이던 컴퓨터 화면을 노려보다가 이내 고개를 거칠게 돌렸다.

아무도 없는 만큼 짜증으로 완전히 일그러진 얼굴을 펴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제 책상 한 켠에 놓아두었던, 다 식었을 커피를 다소 신경질적인 손길로 쥐었다.

아야메의 눈이 동그랗게 뜨이며 커피를 입가로 가져가려는 행동을 멈춘 것은 그 직후였다.

분명 산 지 몇 시간은 되어 다 식은 것도 모자라 쓰고 떫은 맛만 남았을 커피가- 온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게다가 커피가 담긴 일회용 용기컵을 다시 보니, 평소 자신이 사 먹는 번지르르함 탓에 값은 비싸지만 맛은 그럭저럭인 커피의 브랜드가 아니라 처음 보는 상표였다.

그럼에도 그곳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깊은 향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보아 무척 좋은 원두를 쓴 듯했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새 커피가 다른 것으로 바꿔치기 되다니, 사람에 따라 어쩌면 불쾌할 수도 있었지만.

아야메는 반쯤은 의문스러움을 담아서, 그리고, 그래, 남은 절반은 확신으로 가득차 아직도 따뜻한 커피컵의 표면을 훑었다. 아니나 다를까. 붉은 장미꽃이 참으로 수려하게 그곳에 피어 있는 것이 아닌가. 아야메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이제 집에 더이상 꽃을 꽂을 화분도 안 남았다고 지나가듯 말하는 것을, 분명 그 남자는 제 머릿속에 새겨놓았을 것이다. 어느새 짜증이나 화는 볕 아래 놓인 눈처럼 녹아내리고 말았으니, 참으로 곤란한 일이다. 일그러졌던 얼굴에 피어난 미소가 아무래도 영 가라앉지 않을 듯하니.

그러니, 그 남자가 자신을 정말 곤란하게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야메는 제 손을 따스히 데워주던 커피를 입에 머금고 향을 느끼다, 목 너머로 넘겼다.

조금 아쉽게도 완전히 자신의 취향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무척 맛있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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