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유이] 사랑하게 만들○○

[짧막한 연성 주제] http://me2.do/FxZxHgl5 진단 시리즈 - 아야유이 편 (2022-12-22) 순서 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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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나를 사랑하게 만들 거야.

 내 눈빛, 내 미소 하나에 애가 타 속이 들끓고, 나의 사소한 말 한 마디에도 전전긍긍하게 만들 거야.


 그것은 추악한 욕심이었다. 또한 초라한 욕망이었다.

 무엇이든 평범함에서 지나치지 못하는, 못난 이의 처절한 발악.

 아사히 아야메는 늘 누군가의 사랑을 갈망했다. 그 사랑의 이름은 다양했다. 애정, 호의, 호감, 관심, 주의, 걱정, 공감......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먼저 알아봐주길 바랐다. 누군가와 싸움이 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신의 편을 들어주길 바랐다. 어린 시절부터 쭉, 아야메는 자신이 대단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몇 번이나, 그래, 이제까지 계속.

 아무도 자신의 달라진 점을 눈치채주지 않았다.

 아무도 자신을 두둔해주지 않았다.

 자신을 아껴주지도, 좋아해주지도, 소중히 해주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바라던 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고 누리는 것은 다른 사람.


 왜? 대체 왜?

 나와 쟤가 뭐가 그렇게 달라서?


 막연한 의문은 곧 열등감으로, 그리고 분노로, 또한 억울함으로.


 이기적인 인간들. 더럽고, 치사하고, 추악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

 아사히 아야메는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 모든 이들을 증오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증오할 대상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자기 자신뿐이 될 것이었으므로.

 끝없는 《갈망》 끝에 마침내 특별한 '힘'을 손에 넣었을 때, 아사히 아야메는 다짐했다. '누구든 날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 거야.'

 그것은 일종의 보상심리였다. 자신이 당연히 받고 누렸어야 할 것들. 그것을 이제라도 가지고 말겠다고.


 '아사히 양은 참 분위기가 좋은 것 같아요.'

 '친절하고 상냥하기도 하시지.'

 '그 귀걸이 못 보던 건데, 새로 산 건가요? 잘 어울려요!'

 '아야메 씨, 혹시 오늘 시간이 되신다면......'

 '있잖아요 아사히 양, 만약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아사히 씨, 제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황홀했다. 자신의 호감을 사기 위해 부탁하지 않은 것을 가져다 바치고, 자신의 반응 하나하나에 긴장하며 집중하는 모습에 큰 쾌감이 밀려왔다. 무리의 중심에서, 아니, 그들의 우위에 서서 거역할 수 없는 중요한 존재로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그건 어쩌면 마약보다도 중독성 있는 일일지도 몰랐다.


 "좀 건실하게 살지 그래. 철 좀 들어."


 시끄러워. 닥쳐. 너보다는 건실하게 살고 있거든.

 남동생의 한심스러운 시선도, 옛날이었으면 짜증이 났을 텐데 이젠 별로 그렇지 않았다. 시덥잖은 불행 하나 엿보겠다고 남의 뒷꽁무늬나 캐고 다니는 녀석이 그런 말을 해봤자 별로 타격도 충고도 되지 않았다. 그저 자신 또한 상대를 한심스러워할 뿐.

 난 지금 인생에서 가장 기분이 좋은걸. 예전 같았으면 난 배제되고, 무시당했겠지.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모두가 날 사랑해!


 고작해야 제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향을 은은히 풀었을 뿐. 지독히도 쉽게 얻은, 줄곧 바라던 결과. 그마저도 오버드가 아닌 일반인에게나 통하는 편법. 얄팍한 애정. 사탕껍질 같은 호의.

 만들어낸 호의 안에 담긴 달콤한 보상을 이 사이에서 으스러뜨린다. 인위적이고 꾸며졌으면 뭐 어떤가. 결국 단 맛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데. 아사히 아야메는 자신의 행동, 행실을 보고 누군가 비난한다 해도 전혀 상관 없었다. 제가 가지지 못하는 것을 탐내고 질투하는 얼간이들의 외침일 뿐일 테니까!


 "아야메 씨. 피곤해보이시는데... 눈 좀 붙이시는 게 어떻습니까?"


 지기 직전의 장미처럼 짙붉은 색채가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다정다감한 눈빛. 무리하는 건 좋지 않아요, 라고 나긋나긋하게 말해오는 목소리. 혹여 큰 소리에 머리가 아프지는 않을까, 그런 염려와 배려가 녹아들어 있는, 평소보다 더 작고 낮은 그 말소리에 목 안쪽이 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

 자신의 안색을 찬찬히 살피는 남자의 속눈썹이 길었다. 짙붉은 휘장에 쌓인 눈동자에 걱정이 배어나온다. 흐트러진 머릿결을 정리해주려 무심코 손을 들었다가 멈칫, 머뭇거리곤 이내 다시 거두어버린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못 박힌 듯 제게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온몸으로 상대를 걱정하여 어서 쉬어주길 바라는데도, 제 감정 하나만으로 행동을 강제하게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는 것이. 그 진심이, 산뜻하면서도 노골적일 만큼 쉽게 읽힌다.

 자신에게 호의를 가진 누군가가, 피곤해보이니 얼른 쉬라고 지나가면서 말하는 것과는, 그 밀도가 완전히 달랐다.

 아, 도망치고 싶어. 당장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 자신의 심장과 머릿속을 모두 어지럽게 하는 남자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랬다가 다신 이래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모순적인 고민이 휘돈다. 아야메는 입 안쪽으로 입술을 보이지 않게 깨물었다. 볼에 홧홧한 기운이 돌았다. 부디 짙은 화장이 자신의 볼이 그리 빨갛게 보이지 않게 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당신이 그렇게까지 간절히 부탁하니까 어쩔 수 없네. 들어주도록 할까."


 짐짓 젠체하는 태도로, 태연을 가장한 목소리로 답한다. 저 남자가 일부러 말해오지 않았어도 이미 피곤했으니까. 응, 사실 아까부터 쉬려고 했었으니까. 딱히 저 남자가 부탁한 것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니니까. 언제나 관계의 우위를 점하고 싶어한 비겁자의 마음 속 변명이 얼마나 길게 이어지든, 남자, 유이토는 아야메의 답에 근사한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띄웠다. 조금만 기다려주시죠, 바로 편한 휴식처를 만들겠습니다! 저 스스로를 위한 일도 아닌데 완전히 들떠 레니게이드를 다루기 시작한 그를 보며 아야메는 턱을 괴었다.


 당신은 참 나를, 힘들게 만들어.

 자신이 휘두르고 자신에게 휘둘리는 그저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면 좋았을까. 그랬더라면, 혹시라도 날 싫어하거나 미워하게 될까봐 불안해할 일도 없었을 텐데.

 아아, 정말이지.


 "음, 조금 더 공을 들이고 싶지만 피곤하실 아야메 씨를 더 기다리게 할 수도 없으니...... 어떻습니까? 담요와 저의 레니게이드를 조합해 완성한 무중력 침대입니다."

 "내 눈엔 담요만 떠 있는 걸로 보이는데. 누우려 하면 훅 꺼지는 거 아니야? 그게 아니어도 조금만 뒤척여도 밑으로 떨어질 것 같고."

 "아야메 씨께서 쉬실 자리인데, 그렇게 허술하게 처리해서야 되나요. 아야메 씨에겐 보이지 않겠지만 담요로 덮여 있는 부분보다 더 많은 영역이 레니게이드로......."


 남자가 열심히 설명하는 것을 가만 바라본다. 사실 알고 있어. 나도 오버드니까. 그렇지만 당신은 이 사실을 모르고, 그러니까 난 당신에게 또 한 가지를 속이고 있는 게 되는 거지. 아, 의식의 흐름이 상대가 알면 미움받게 될 자신의 모습으로 흘러가는 것은 정말로 짜증나는 일이다. 아야메는 남자의 말을 따라 레니게이드 인자로 구성된 임시 침대를 손으로 눌러보다가, 그대로 누워버렸다. 왠지 지친 기분이다. 아마도 정신적으로.


 "어떻습니까? 편하신가요?"

 "음... 그럭저럭."

 "다행이군요."

 "그렇지만 잠이 올진 모르겠네. 이런... 공중부양 마술 같은 침대는 처음이라."

 "그런가요. 그렇다면 아야메 씨께서 깊이 주무실 수 있도록...... 세레나데를 불러드려야."

 "바보 같은 소리."


 웃음이 비져나왔다. 저 남자 때문에 가슴이 주먹으로 쳐도 어떻게 안 될 만큼 답답한데, 또 웃는 것도 저 남자에 의해서다. 아야메는 제 눈 위로 팔을 올렸다. 그렇게 주무시면 일어났을 때 팔이 저리지 않겠습니까? 남자의 말에 일부러 반응하지 않고 무시했다. 저 바보 같은 남자는 자신이 바라지 않는 일은 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 예상을 빗겨나가지 않고, 유이토는 몇 마디 말만을 건네다가 이내 아야메에게 새 담요를 덮어주었다.


 "아직 일이 남아있다고 하셨죠. 두 시간... 아니, 세 시간 뒤에 깨우러 오겠습니다."


 그러니 걱정은 하지 말고. 편히 잠드시길.

 낮은 웃음소리가 섞인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아야메는 귀를 박박 긁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잠시 숨을 멈췄다. 문이 열렸다 닫히고, 곁에 맴돌던 인기척이 사라진 후에도 십 몇 초를 더 숨을 가두고 있던 아야메는, 푸하-! 하고 다소 너절하게 숨을 뱉고는 곧게 누워있던 자세를 치우고 옆으로 드러누웠다.


 어느새부턴가 저 남자, 츠카사 유이토를 상대하고 있으면 몹시 피로했다. 정신적으로인지 심적으로인지. 그것이 짜증나고 싫다고, 계속 계속 되뇌이고는 있지만. 그리고 은연중에 알고 있고 절대 인정하지는 않을 거지만. 사실 아야메는 유이토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무언가를 하거나 나누는 일이 싫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이제껏 손아귀에서 쥐락펴락하며 즐겨왔다 생각한 속이 텅 빈 유리구슬 같은 관계가 아니라 누군가의 '진심'으로 가득한 깊이 어린 유대와 감정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야메는 알고 있었다.


 누구든 나를 사랑하게 만들 거야.

 애정, 호의, 호감, 관심, 주의, 걱정, 공감......

 사랑의 대상은, 자신의 바람을 충족해주기만 한다면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어쩌면 무의식 중에는 계속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은 스스로 만들어낸 이 모형 같은, 흔든 직후에는 아름답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런 게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스노우볼 같은 불확실하고 짧막한 애정과 관계만을 답습하며- 줄곧 품어온 인간에 대한 불신을 지우지 못한 채 고이고이 썩어갈 것이라고. 언젠가는 인위적으로 끌어낸 관심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추악한 일을 하게 될 거라고......


 그런데 지금은. 현재는.

 그저 한 사람에게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초라하고 추악한 내면과 진실을 보이면 어떻게 될지.

 한없이 생각하고 사고하고 고민하고 불안하고 초조해져서...

 

츠카사 유이토, 그 남자는, 그 남자가.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을 하도록 만들어서.


 사랑하게 만들어버려서.......

 

 아사히 아야메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통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이런 모순된 감정도 복잡한 생각도 처음이었으니까. 한없이 멀리 도망치고 싶으면서 영영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도, 다채로운 진심을 가득 안은 채 영원히 즐거울 것만 같은데 그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도, 처음 겪는 것이었으니까. 다른 사람이 제게 전전긍긍하는 모습만을 생각했지 그 반대의 입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으니까.


 아, 모르겠다. 이제는, 적어도 지금은 한계였다.

 일단 자자.

 아사히 아야메는 그렇게 생각한 지 몇 분도 되지 않아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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