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

[아스타브] 정오의 정원

승천아스타리온 x 타브 짧은 글 리퀘!

망상기관차 by 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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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둘님 리퀘인 승천아스x타브가 정원에서 산책하는... 연성입니다.

*리퀘주신 타브의 외형 묘사가 있습니다.

*너무 늦게 드려서 죄송...

*재밌게 읽어주세요.



"...이거 참, 의외에 제안인데."


그것도 식사 시간에 이야기를 할 줄이야. 가장 상석에 앉아있던 남자가 냅킨으로 자신의 입가를 닦아내고는 말한다. 승천을 한 이후로 다시 음식 섭취에 재미를 붙인 그이기 때문에 기다란 식탁엔 유능한 셰프가 고급 식재료로 만들어낸 요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처음엔 발더스 게이트를 비롯한 소드 코스트의 향토 음식을 시작으로 최근 들어서는 위치를 점차 북부로 옮기고 있었다. 아, 오늘 식탁에 올라온 것은 워터딥 근처에 자생하는 바닷가재 같은데... 스텔라는 멍하니 고급 자기 위에 토막난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리곤 남자의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한다.


"...정원에 장미가 예쁘게 피어있는 걸 봤어."


스텔라는 그 말을 하고는 창 밖으로 시선을 던진다. 남자도 그에 맞춰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 커튼 틈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따사로워 보인다. 과거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남자는 햇빛 아래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수 많은 스폰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밖을 돌아다니는 것이 얼마나 그의 기분을 고양되게 만드는지! 초월한 뱀파이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저택의 주인으로써 스폰들에게 저들의 주제를 깊이 깨닫게 만들 수 있는 완벽한 기회가 아닌가. 남자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간다. 그가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낄 때만 나오는 미소였다. 뭐, 물론 자신의 배우자에게는 종종 보여주고는 했지만... 적어도 스폰들에겐 그가 저런 미소를 짓는 것은 낯선 일이었다.


"오, 내 반려가 하는 말이라면 뭔들 못하겠어. 오후엔 정해진 일정이 없으니, 같이 외출하도록 하지."


그의 미소를 힐끗 쳐다본 스텔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기분이 좋은 걸 보니 오늘 그의 앞에 놓인 음식이 줄어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타박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한 동안은 요리사가 그의 직업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스텔라는 내심 안도를 하고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난다. 저택의 주인 앞에서 감히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건, 당연하게도 그가 유일했다. 나갈 때까지 남자의 시선은 그에게 고정되어 있다. 그것이 신경이 쓰였지만 굳이 불만을 표출할 생각은 없었다. 괜한 부스럼을 만드는 행동은 어차피 그를 피곤하게 만들 뿐이었으니까. 스텔라는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시중을 확인하고는 안주인의 방으로 걸음을 옮긴다.



**



자르 저택을 차지하고 그 이름을 계승한 이후로, 아스타리온의 주된 취미 중 하나는 바로 자신의 반려를 감상하는 것이었다. 아, 물론 그가 선물한 옷을 입고, 그가 골라준 장신구를 착용한,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쩌면 그 내용물까지 전부... 자신의 것으로 채운 상태의 스텔라.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고 만족스러운지 포만감이 들 정도였다. 비록 그의 태도는 썩 협조적이지 않았으나 아예 그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니까. 아직은 그가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단계였다. 뭐, 그 이상으로 반항을 한다면 아무리 사랑하는 반려라고 해도 벌을 주는 수 밖에 없지만.


"아아, 내 보물 그 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언제봐도 질리지가 않아."


아스타리온이 스텔라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입을 맞춘다. 스텔라는 그의 말을 듣고 살짝 인상을 굳혔지만 이내 평소에 덤덤한 얼굴로 돌아왔다. 이제는 익숙해진 에스코트를 받으며 스텔라는 정원으로 가는 통로에 들어선다. 저택 내부에 있는 정원인데도 그는 스텔라가 완벽한 상태로 나가기를 원했다. 입고 있는 드레스, 손가락에 끼운 반지하며 모든 것이 그가 스텔라를 위해 선물한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의사를 묻지 않고 채워진 것들이기 때문에 그의 호불호는 반영되지 않았다. 아스타리온의 미적 감각은 높은 편이다 보니, 작은 손수건 하나까지도 그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었지만. 아무래도 뱃속에 자리잡은 묘한 불쾌한 감각까지 손을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커튼이 쳐진 통로를 지나 문을 열고 나가면 그 곳엔 자르 저택 내부에 있는 정원이 펼쳐진다. 낮의 정원. 그것은 스폰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공간이다. 햇빛이 그 여느 때보다 따사롭게 쏟아져 내린다. 싱그러운 장미 덤불과 대리석을 깎아 만든 분수가 자리를 잡고 있다. 요즘 하이 홀에서 유행하는 정원 양식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화려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주는 공간이었다. 아스타리온이 스텔라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긴다. 그는 이 장미의 모종이 어디에서 난 것인지, 또 어떤 유명한 조각가에게 분수의 수주를 맡겼는지 등을 설명했다. 그의 말투는 자신감이 넘쳤고 이제는 익숙해진 오만함이 귓가를 타고 흘러 들어왔다.


"...솜씨가 좋긴 한가보네."


스텔라는 섬세하게 조각된 분수의 끝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차가울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하늘 높게 떠오른 태양이 달군 탓에 적잖은 온기가 맴돌았다. 스텔라의 반응이 나쁘지 않자 아스타리온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오, 당신 마음에 들다니 다음에 내 흉상을 조각할 때도 그 장인에게 맡겨야겠어. 스텔라는 자신의 말 한마디에 새로운 일감을 얻게 된 이름 모를 조각가에 대해 생각했다. 마냥 기뻐하기엔 말에 담겨진 무게추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그가 원하든 그러지 않든 간에 말이다.


"왜, 뭐가 불만스러워."


스텔라의 표정이 잠시 굳어진 것을 놓치지 않은 그가 그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는 가볍게 자신의 쪽으로 당긴다. 갑작스러운 이끌림에 드레스 자락이 순간적으로 펄럭이고, 그의 눈이 크게 떠진다. 자신의 반려를 내려다보는 남자의 눈에선 장난기가 묻어난다. 아스타리온의 손이 그의 얼굴에 닿았다. 기다란 손가락은 천천히 그의 뺨을 쓸다가 말 안듣는 아이를 대하듯이 그의 콧잔등을 가볍게 스치고는 돌아간다.


"흠, 자기. 그거 알아? 태양 아래에서 보는 당신의 얼굴이 얼마나 유혹적인지."


"...무슨 뜻이야?"


"뭐, 우리가 모험을 하던 시절이... 그렇게 그립지는 않지만. 그 때도 이런 모습을 즐기기는 했어."


"내가 자제한 거지."


아스타리온은 그의 당황하는 표정을 보고는 즐겁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다. 아아, 스텔라가 자신으로 인해 동요하는 모습을 보는 것. 그것은 어느 순간이든 그의 마음을 만족스럽게 만든다. 처음으로 지성체의 피를 마셨던 그 때처럼. 그는 스텔라의 뺨을 손으로 덮듯이 부드럽게 쥔다. 그의 취미 중 하나인 유화 그림에 등장하는 연인처럼. 살짝 틀어진 고개에 비단같은 은색 머리카락이 수직으로 떨어진다. 평소보다 붉어진 뺨은 그 감정의 원천이 어떻든 간에 사랑스러움을 더해준다. 그의 얼굴이 점점 더 가까워진다. 아스타리온의 낮은 목소리가 스텔라의 귓가를 간지럽힌다.


"눈 감아."


행동 하나하나는 상냥하기 그지없었지만 저택의 주인이 원하는 것은 복종이었다. 그 대상이 자신의 반려라고 해도... 오히려 그가 가장 아끼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는 스텔라가 완전히 자신만을 따르길 바랬다. 은빛 눈썹이 천천히 내려간다. 눈꺼풀이 시야를 가리고 아스타리온의 팔이 스텔라의 몸을 고스란히 지탱한다. 부드러운 입술이 맞닿는다. 화려한 정원의 분수 앞에서 두 사람은 빈틈없이 몸을 붙이고 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그의 입술을 잘근잘근 깨문다. 그러면 그제서야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입술을 벌린다. 작은 틈으로 들어온 붉은 혀가 스텔라의 것을 괴롭힌다. 츄읍. 그것은 상대방을 유린하듯이 핥고 간지럽히고 건드리다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떨어져 나간다. 두 사람의 타액이 섞여 은실을 만들어낸다. 그는 스텔라의 뺨을 쓰다듬다가 그의 눈가를 쓸어내린다. 스텔라는 뱀파이어가 되어서 숨이 찰 일이 없음에도 그와 키스를 하고 나면 어딘가 몽롱한 표정을 짓곤 했다. 그리고 그건 아스타리온이 가장 사랑하는 장면 중 하나였다.


"아, 내 사랑. 당신만큼 내 심장을 들끓게 만드는 존재는 없을 거야. 지금 당장이라도 한 입 베어물고 싶을 정도로..."


"...야외에서 하는 건 썩 청결치 못하지만... 우리 모험했을 때를 떠올리면 이 정도는 별것도 아니지. 안 그래?"


그의 말에 스텔라의 눈동자가 커지고 뭐라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아스타리온의 입술 사이로 그의 비명은 사라지고 말았다. 뱀파이어 로드의 손길은 점점 노골적이게 변한다. 그의 곡선을 더듬고 비단천 사이로 기다란 손가락이 들어온다. 그는 스텔라를 살짝 안아들고는 분수대의 끝에 앉힌다. 하이 홀에서 유행하는 복식은 손이 많이 간다. 단추와 리본이 어찌나 많이 달려있는지, 갈아입을 때 시중을 드는 이가 필수적이었으니까. 오, 하지만 이 뱀파이어 로드의 손재주가 발더스 게이트 내에서도 수준급이라는 점은 그의 반려가 너무나도 잘 아는 사실이었다. 그의 붉은 눈은 탐욕과 흥분으로 번들거린다. 마치 선물 포장지를 뜯는 어린 아이처럼. 자신에게만 허락되는 유일한 존재를 탐하기에 그가 만든 정원은 그림을 끼워넣는 네모난 액자틀과 같이 알맞기 그지 없었다. 스텔라에겐 안타깝게도 정오의 정원에서 그를 방해하는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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