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

[타브아스] 밤의 연인

소금님 연교

*소금님 연교입니다.

*타브 x 아스(비승천)

*언더다크로 향하는 길목에서 있었던 일... 같은 느낌입니다

*오타有



가끔 잠이 잘 오지 않는 때가 있다. 모험을 금방 끝내고 돌아온 때에는 기절하듯 자는 것이 일상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생각에 잠겨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게 되는 날이. 설리번은 침낭에 몸을 뉘여 뒤척거린다. 발더스 게이트를 향한 모험이 끝난 이후로 두 사람은 언더다크로 행선지를 변경했다. 자르 저택에서 스폰들을 해방시키고 나서, 아스타리온은 그들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듯 싶었다. 평소 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놀랄만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설리번은 확신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는 기꺼이 아스타리온의 뜻에 함께하기로 했다. 설리번은 아스타리온을 걱정했고, 그가 계획하는 일이 잘 진행되기를 바랐으니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지 않나?


둘 만의 여행은 전보다 복작거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마냥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 언더다크에 도착했을 스폰들의 상황이나 기존에 남아있는 세력이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그리고 7000에 달하는 -아스타리온은 그들이 모두 성하게 도착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에 예상치는 아마 더 낮을 것이다- 스폰들을 납득시켜야 한다는 것도 문제가 컸다. 그렇기에 아스타리온은 발더스 게이트에서의 법조문과 언더다크에서 상용되는 관습법을 연구하는 중이었고, 굉장히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는 것도 멋있다고 생각했지만, 설리번의 입장에서는 조금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조금 외로울지도.


그래, 그게 바로 설리번이 잠을 설치는 이유였다. 그는 비어있는 그의 옆자리를 멍하니 손으로 쓸어보았다. 지금도 아마 서적을 쌓아 놓고 고민을 하고 있겠지? 이런 분야는 그의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보다 울적하게 만들었다. 하아. 그는 한숨을 짧게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능하면 그를 데리고 오고 싶었지만, 어렵다면 오늘은 곁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담요를 들고는 텐트의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스타리온?"


설리번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보통은 그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알아차리고는 했는데... 주변이 고요하기만 했다. 그는 다시 아스타리온의 이름을 부르며 주변을 둘러본다. 야영지에 물건들이 쌓여있는 공간이나 그가 서적을 살펴보는 자리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어서. 설리번은 빠르게 바닥에 놓인 검을 들고는 그의 흔적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담요를 망토처럼 두른 그는 정신없이 발을 놀린다. 아스타리온이 암습을 당할 위인은 아니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지 않나. 잘 준비를 하느라 정돈되지 못한 머리카락이 시야를 어지럽혔지만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



창백해보이는 인상을 한 엘프가 야영지 인근에 위치한 연못가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근처엔 흰 들꽃이 돋아났고, 생각보다 맑은 물에 금방이라도 발을 담그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 정도로 청명한 모습이었다. 연못에 비친 달의 생김새는 또 어떠한가. 반정도 차오른 그것은 적당히 어둡지 않게 남자를 비추고 있었다. 그는 대충 나무둥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한다. 자신이 원하는 일이긴 했지만, 그를 또 다시 자신의 문제에 끌어들이게 되는 것만 같아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지금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호위를 자처하고 있지 않나. 그것이 싫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전처럼 마냥 그를 이용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도 마땅한 보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고민을 하던 참이었다. 설리번이 갑자기 뛰어와 그를 껴안지만 않았다면.


"...자기야? 왜, 여기있어?"


"...하아, 하. 한참 찾아다녔어. 네가 말도 없이 자리를 비워서 무슨 큰 일이라도 난 줄 알고..."


그 말에 아스타리온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는 여전히 설리번이 자신에게 약하게 구는 것이 기쁘게만 느껴져서... 자신의 등을 덥히는 따스함이, 어깨를 감싸는 단단한 두 팔이, 그의 목덜미에 닿는 뜨거운 숨결이. 그와 연관된 모든 것들이 아스타리온의 말라붙은 심장을 다시금 움직이게 만든다. 아, 물론 그의 위장도.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잠깐 나온 건데. 신경쓰이게 만들었나보네. 미안해라."


그는 그리 중얼거리고는 자신에게 몸을 붙여오는 남자를 마주 안아준다. 그러자, 설리번이 빠르게 두르고 있던 담요로 그를 덮어주고는 그의 얼굴을 자신에게 기대게 만들었다. 허리에 감기는 팔에 아스타리온은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그를 진정시키듯 등을 토닥였다. 나 여기 있어, 자기. 조금만 있다가 들어가자. 어때? ...좋아.


그들은 서로를 껴안고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었다. 흰 들꽃이 달빛에 비추어 밝게 빛났고 투명한 연못에 뜬 달은 물결에 부서졌다 합쳐지기를 반복했다. 어딘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바람에 날리는 나뭇가지가 부딪치는 소리와 어울려 마치 자연의 한복판에 서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 그 안에서 연인끼리 입을 맞추는 소리가 들린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었으리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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