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

[타브칼] 거부할 수 없는 제안

꿀잎님 리퀘입니다

*저번 편하고 약간 이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안보셔도 괜찮아요

*타브와 칼라크가 윌을 식사자리에 초대해서 자신들이 입양할 아이의 대부가 되어달라고 제안합니다!!!

*오타有



"...잠깐, 뭐라고?"



덜컹- 윌이 의자를 박차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당시보다 길어진 머리카락은 이젠 어깨까지 내려왔고 흉터도 몇 개 늘었지만 그의 두 눈은 여전히 사람들을 괴롭히는 적의 뒤를 쫓고 있었다. 최근 타락한 마법사가 부리는 고블린 부락을 찾아낸 통에 당분간 도시로 돌아올 생각은 없었는데. 이렇게 그가 발더스 게이트를 찾아오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푸른 눈동자의 기사들의 -윌과 의지를 함께하는 모험가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단체이다- 규모가 점점 커지다 보니 이에 대해 의견을 구하려 온 것인데. 레이븐가드 대공과 플로릭, 하퍼 자헤이라, 지금은 길드를 -"바른" 길로 이끄는 중인 - 돌보고 있는 민스크 등에게 한참 조언을 구하고 나서 도착한 곳이 바로 여기였다. 윌 레이븐가드의 영원한 친우이자, 동맹. 발더스 게이트의 영웅들. 타브와 칼라크의 집이었다.


그러니까, 윌이 두 사람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 것은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같이 발더스 게이트를 향한 모험을 했을 때에도, 칼라크의 인페르널 엔진을 고치기 위해서 지옥을 헤집고 다녔을 때도, 먹어야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니까. 그들은 야영을 했고 주로 칼라크랑 윌이, 가끔 타브가 음식을 만들고는 했다. 아, 물론 우리의 모든 친구들이 함께 있던 시절엔 워터딥의 위저드께서 조미료의 마법을 보여주고는 했었지. 가끔 그도 거들고 싶었지만 게일이 자신의 영역이라 생각한 것에선 단호한 편이다 보니... 아무튼. 그는 오랜만에 발더스 게이트에 방문한 김에 자신의 친우들에게 편지를 썼고, 그들은 그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둘의 집에 방문을 하는 것이 처음도 아니었지만 -별로 놀랍지 않은 사실이지만 윌은 둘이 신혼집을 구할 때도 같이 있었다- 그래도 빈 손으로 가는 것은 예절이 아니라고 생각한 탓에 그는 저번 토벌에서 잡은 오르쏜이 지니고 있던 마법 아티팩트와 근처 상점에서 구매한 화분을 들고, 클리프게이트의 명패가 달린 주택의 문을 두드렸다.



"헤이!!! 이게 누구야! 푸른 눈동자의 기사님 아니야?!"


"윌! 정말 오랜만이다! 어후, 뭘 이런 걸 다..."



문이 열리자 마자 그의 짐을 받아준 반가운 얼굴을 보니 윌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오, 타브는 여전히 반짝이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그가 가져온 목걸이형 아티팩트 가운데에 박힌 보석을 아주 유심히 보고 있다- 칼라크는 어떻게 지냈냐며 그의 등을 팍팍 치고 있었다. 정겨운 상황에 어깨를 으쓱한 윌은 특유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하고는 말했다. 그래, 뭐부터 이야기 할까? 오르쏜을 해치운 거? 아니면 랜드샤크 무리를 박살낸 거? 그는 분명 자신의 친우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그에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말할 줄 알았다. 아니면 자신들이 보낸 일상을 공유해주거나... 하지만 둘은 잠시 서로 시선을 공유하더니 말없이 그를 식탁으로 잡아 끌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윌의 팔뚝을 칼라크가 잡았고, 타브가 뒤에서 그를 밀었다. (심지어 목걸이도 테이블에 내려놓고!!!)


윌은 식탁 앞에 의자에 앉혀졌고, 위에 편지가 놓여진 것을 보았다. 그가 멀뚱히 눈을 깜박였다. 흰색의 의안과 붉은 눈동자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한 눈에 보일 정도였다. 타브가 키득거리더니 칼라크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이제 말해야하지 않아? 그건 그렇지.



"윌! 그거 한 번 열어봐."


"이거?"



윌은 자신의 친우들이 무슨 사악한 계략을 꾸미고 있을지 상상도 해봤지만, 제대로 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결국 편지로 손을 뻗었다. 그것은 발더스 게이트에서 흔하게 돌아다니는 아주 평범한 편지지였다. 지금 당장 우체국 판매대에 올라있는 것 중 가장 싼 것을 선택하면 아마 똑같은 재질이리라. 물론, 중요한 것은 내용이지 포장지가 아니다. 윌은 모두와 모험을 하며 얻게 된 지혜를 되새기며 편지의 내용을 차분히 읽어 내렸다.



"...보호가 필요한 아이... ...현재 9살 추정... ...보육원에 자리가 없어..."


"설마, 너네 입양하기로 한 거야?!"



윌이 순간 떨어뜨릴 뻔한 종이를 쥐고는 둘에게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두 사람의 얼굴에서 미소가 더욱 깊어진다. 타브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칼라크는 식탁을 쾅! 치며 호탕하게 웃는다. 두 사람의 결혼식에서 누군가 운을 띄운 것은 기억했지만 둘 다 아직 그럴 여유가 나지 않는다며 에둘러 말하던 것이 어제 같은데... 아니지. 유황 냄새를 질리게 맡아서 몸에서 냄새가 빠지지 않는다며 신경질 부리던 타브가 떠올랐다. 칼라크도 자신도 고개를 끄덕였더랬지... 시간이 갈 수록 윌의 정신은 점점 더 과거의 일을 추억하기 시작했다. 처음 둘을 만났을 때. 미조라의 개로 생활하며 칼라크를 적이라 여기고 목숨을 빼앗을 뻔한 것을 타브가 말려주었던 때, 에메랄드 그로브의 영웅이 되었을 때, 언더다크에서의 모험, 달오름탑을 구하고 신의 선택받은 자를 쓰러뜨리고... 결국 발더스 게이트의 영웅이 되기까지 그들이 겪은 모든 일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연속해 지나가고 있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 지금 윌의 눈에선 눈물이 글썽거리기 직전이었다. 그 순간 타브와 칼라크가 시선을 교환한다. 지금 말할까? 좋아.



"크흠, 그래서 말인데. 윌."



칼라크가 헛기침을 하고는 윌의 시선을 끈다. 흉터 많은 남자가 고개를 든다. 소드코스트를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사람이었다.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말이지. 그리고 타브와 칼라크의 둘도 없는 친구이기도 했다. 언제든 등을 맞길 수 있는, 목숨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윌이 그 자격에 걸맞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그들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될 아이에게 그의 이름을 주고 싶었다. 뭐, 윌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어쩌면 다음 세대에서도 친구의 흔적을 발견하고 싶은 욕심일 수도 있다. 둘은 잠시 침묵했다가 말한다.



"우리 아이에게 너의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 그리고... 네가 그 애의, 윌리엄의 대부가 되어주지 않을래?"



익숙한 목소리가 결국 남자의 눈 앞을 흐리게 만든다. 투명하고 뜨끈한 무언가가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만다. 윌은 자신이 어떤 반응을 해야 하는 건지 머리가 순간 멍해졌다. 둘이 아이를 키운다는 것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어떤 삼촌이 되어주는 게 좋을까? 하는 것에 생각이 미치기도 전에 대부가 되어달라는 말을 듣다니. 이건, 이건 너무한 것 아닌가? 물방울이 식탁에 툭, 툭. 떨어지고 시야가 다시 밝아진다. 타브와 칼라크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굳어 있었다. 타브가 칼라크를 쿡쿡 찌르며 뭐라 중얼거리는 것 같았지만 지금 윌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놀라 구겨버린 편지를 천천히 피고는 다시 읽어본다. 집중해서 편지를 읽자 눈에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들어온다. 아무래도 그의 피후견인은 수줍고 또 호기심이 많은 편인 것 같았다.



"...저기 윌, 괜찮아...?"


"부담스러우면 말해, 일단 대모 자리는 다 차서 말이야."



칼라크가 걱정스러운 듯 그의 어깨를 짚자, 타브가 장난기 섞인 말투로 어깨를 으쓱이며 중얼거린다. 아, 워터딥은 좀 멀긴 하지. 민스크도 나쁘진 않겠어- 그러자 윌이 고개를 휙 들고는 큰 소리를 낸다.



"윌리엄의 대부는 나야!"


"이런, 벌써 윌리엄이 되버렸네."



아하하하하!! 타브의 말에 칼라크가 웃음을 터뜨리자, 그에 전염이라도 된 듯 타브가 키득거리고 윌이 실실 웃기 시작한다. 영웅이면서 이렇게 울다가 웃어도 되는 거냐는 말에 윌은 그런 적 없다며 눈을 벅벅 닦아낸다. 그러면서도 편지를 쥔 손에서 힘을 풀지 않는 것이 웃겨서 타브는 배가 아파 바닥에 주저 앉을 정도였다. 결국 칼라크의 손에 끌려 자리에 앉은 세 사람은 준비된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서, 우리 감시하는 기사들이 뭘 해치웠다고? 아 혹시 손수건 빌려줄까? 하아, 평생을 놀림당하겠군... 그리고, 정정하자면 푸른 눈동자의 기사들이야.


그렇게 클리프게이트의 집은 밤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지 않아도 되는 tmi

윌의 푸른 눈동자 기사들은 포가튼 렐름의 신인 헬름의 상징 -주시하는 푸른 눈동자가 그려진 위로 향한 건틀렛- 에서 따왔습니다. 윌의 외관과 다른 부분들이 많아 적들이 자주 비꼬는데 사용되지만 소드코스트의 영웅이 휘두르는 검에 보통 잘게 부서지고는 합니다.

랜드샤크는 볼레트의 별명입니다. 언더다크에서 땅꿀 파고다니는 몬스터 맞습니다.

윌리엄이 입양되고 난 후에, 윌은 윌리엄의 대부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히 다몬과 마주치고 둘이 기싸움을 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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