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

[레지레이] 관리자 권한 / 붕괴

오로지 문자열로만 남은, 오래된 인코딩으로 된 비명

* 글리프 백업이 아직이었다는 것을 깨닫고서 옮김.

* 레지레이 조각글 2개~ 이전에 썼던 것을 가필수정했습니다.

* 보통 인칭대명사에 성별구분을 안 하는 편이지만, 어드미니스터는 작중의 표기를 따라 ‘그녀’라고 표기합니다.

* 각 조각글에 안내문을 표기합니다

* 오탈자와 비문은 미래의 제가 어케든 하겠죠...* 레지레이 조각글 2개~ 이전에 썼던 것을 가필수정했습니다.

* 보통 인칭대명사에 성별구분을 안 하는 편이지만, 어드미니스터는 작중의 표기를 따라 ‘그녀’라고 표기합니다.

* 각 조각글에 안내문을 표기합니다

* 오탈자와 비문은 미래의 제가 어케든 하겠죠...


#01 관리자 권한(레이츠+루디)

* 키아나 캐릭터 스토리에 나온 내용이 포함됩니다. 여기에 레지스 개인 스토리 살짝 끼얹어서 날조.

* 설정을 넘겨짚은 게 다수일 수도 있음

* 어드미니스터 = 관리자, 그러면 컴퓨터의 관리자권한?이라는 게 팍 꽂혀서 휘갈긴 레지레이입니다.

 

어드미니스터. 그 이름 그대로 관리자인 그녀에게는 포인터 정보를 잃거나 그 값이 파괴되지 않는 한 모든 데이터를 열람할 권한이 있었다. 반면 그녀의 수족인 TYPE-R8(알에이트)에게는 읽기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전달되는 데이터 블럭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또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어드미니스터가 자신에게 전달된 패킷을 집어 드는 동작에도, 때때로 거대한 탑에 플러그인하여 무언가 중얼거리는 모습에도 별다른 감흥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타입 알에이트는 그랬다는 거다. 레이츠는 어느 쪽이냐면 조금은 신경 쓰이는 것 같다. 스스로 조금 혼란스러운 지점이긴 하다.

이 연산 혼돈이 어디서 시작했느냐고 묻는다면, 꿈이다. 어드미니스터로부터 분할되어 별개의 개체로 존재하게 된 레이츠는 꿈을 꾼다. 아니, 그건 실은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적어도 루디는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레지스와 레지스탕스 시절부터 연이 이어져 온, 새까만 바디를 가진 그는 절전모드로 들어가기 직전 그 찰나의 영상을 불완전한 재생의 결과라고 칭했고, 레이츠는 제가 목격한 환시와 환청에 그런 이름을 붙이는 데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레지스의 오랜 친구답게, 혹은 여느 안드로이드처럼 루디는 홍차를 마시면서 그것을 분석하면서 레이츠의 이야기를 듣는다. 두 스레드의 연산은 제각기 바쁘게 움직이며 양쪽의 데이터를 손쉽게 다뤄낸다. 스텔라가 다른 세상에서 가져왔다는 홍차의 향은 산뜻한 풀 내음이 났다. 겉보기에는 디어처럼 새로운 세상의 안드로이드지만 알맹이는 저나 그처럼 과거에 발을 걸친 유물은 마침내 긴 이야기를 끝냈고, 레이츠가 어느 정도 식어버린 본인 몫의 홍차를 집어 들었을 즈음에 루디는 아웃풋 장치-발성기관을 울렸다.

“당신의 모체는 ‘그녀’라고 했었지요? 어쩌면 당신에겐 ‘그녀’의 권한이 불완전하게나마 남았을지도 모르죠. 그러니 풀려난 데이터에 접근권한이 생긴 걸 거예요. 우리들은 권한이 없이는 그게 제아무리 단순한 데이터여도 접속할 수 없으니까요.”

물론 내 오랜 친구는 원한다면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서 얼마든지 접속할 테지만. 마지막에 덧붙여진 말에는 어쩐지 웃음기가 스며들어있었고, 그건 퍽 인간다웠다. 그녀가 때로 자신을 망가졌다고 표현하는 것과는 달리(별개로 루디는 굳이 그 말을 레지스 앞에서 하기를 즐겼는데, 그때마다 레지스의 반응이, 상당히, 꽤, 유쾌하기 때문이다). 레이츠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루디의 말을 빠르게 흡수하고 납득했다.

“그건 확실히 그렇네.”

“그렇죠? 어쨌든, 누군가는 알아야죠. 의무는 한 개체에만 주어지기에 무겁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기록도 마찬가지겠죠.”

레이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꿈으로 보았고 자동으로 저장되었던 그 장면을 속으로만 되감았다.

― 도망쳤다. 미안해.

― 배신했다. 미안해.

― 두고 갔다. 미안해.

― 제발, 제발…! 나를, 용서하지 말아 줘…!

오로지 문자열로만 남은, 오래된 인코딩으로 된 비명. 감정이라는 데이터는 남아있지 않으나, 그것은 틀림없이 절규다.

그리고 저 절망 어린 탄식을 토해낸 기체는 레지스가 맞지 않을까. 저의 온 벡터는 레지스를 향한다. 그러니 절전모드로 전환되기 직전에 감지된, 데이터 풍화 직전의 저런 희미한 데이터 쪼가리가 자동 저장 기능이 있는 메모리 슬롯에 남은 걸 테다.

저곳에 남아있는 흐린 데이터와 제가 보아온 레지스는 어딘가 약간 다른 것도 같다. 제 몸의 이곳저곳을 확장하고 변조하는 그가 과연 자신의 기억 메모리에 손을 댔을까.

‘신경 쓰여. 그렇지만 물어봤자 대답해주지 않겠지.’

정면으로 물어봤자 암약의 대명사인 안드로이드는 어물쩍 빠져나갈 것이다. 제가 직구를 던지는 편이긴 해도, 언제나 당신을 알고 싶다는 것을 이유로 많은 질문을 던져대도, 가끔은 레지스가 답해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 물을 때가 있다.

아주 조금, 정말로 온전한 관리자권한이 주어졌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삭제시켰다. 그것은 그 누구의 바람도 못 될 것이므로.


#02. 붕괴 (레지레이)

* 남의 드림 캐해하기~ 글 아래에 촉발된 썰타래?해석?있음.

드물게도, 아니, 어쩌면 처음으로 레지스가 양손으로 제 시각센서를 가리며 무릎 꿇었다. 평소 능란하게 인간의 그것처럼 발성되던 음성은 오버플로로 인해서 기능 저하가 일어났는지 영 밋밋하다. 메모리 장비 외에는 아주 많은 파츠를 바꿨을 테지만 그가 상당히 초기 안드로이드였으리라는 확증을 이런 곳에서 알게 된다. 레이츠는 약간의 당혹스러움과 이렇게 되리란 걸 알았다는 초연함을 입고서 저보다 낮아진 그의 헤드기어를 내려다본다.

“자네는 그녀가 날 괴롭히려고 남긴 존재가 아닌 걸 아는데도, 난 지금 내가 누굴 보는 건지 가끔 알 수가 없어. 이런 건 자네와 그녀 모두에게 실례겠지. 그래서, 그래서, 지금 자네를 똑바로 못 보겠네.”

이 괴로움은 벌인가, 하며 자조하는 목소리에 레이츠는 아무렇지도 않게 레지스의 손위로 제 손을 겹쳐 쥐며 답했다.

“나는 그녀의 연장선에서 출발했지만, 그녀가 아니야.”

목소리는 다정하나 내용은 현실 그대로의 삭막함이 자리한다. 그녀도 꽤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아니지, 그녀에게서 비롯했기에 레이츠가 그녀를 닮았다고 해야 하나. 레지스는 곧 속으로만 고개를 가로젓고 문장을 지운다. 방금, 레이츠 본인에게 고백하기가 무섭게 연산 오류 한가운데에서 볼썽사납게 허우적거리고 있다니. 암약자의 이름이 울겠군. 그는 자조하며 대답한다.

“…알고 있네.”

“그러니까 ‘그녀’를 같이 추억하자.”

의외로운 말에 레지스가 고개를 들었고, 그의 시각센서에서 나온 빛을 정면으로 받은 레이츠가 방끗 웃었다. 고민이 허망할 정도로. 화를 낼 거로 생각했건만. 이 아가씨는 매번 연산 밖에서 튀어나온다. 사태를 받아들이느라 재연산을 거듭하며 빛을 달리하던 센서가 마침내 가라앉고, 레지스는 배시시 웃는 레이츠의 손을 한 차례 더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맞잡았다. 긴장으로 바짝 올랐던 전신의 전류가 정상치로 가라앉는다. 평안이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하여, 제게는 너무 먼 개념이었기에 낯설기만 하다. 그러니 말할 수밖엔 없다.

“…자네는 정말 신기한 안드로이드야.”

“난 레지스가 이런 ‘애도’를 모르는 게 더 신기한걸? 나도 아르크한테 들은 거야. 유기체들은 떠난 사람을 다 같이 추억하면서 남은 사람은 마음을 추스른대. 히히, 레지스한테 알려줄 수 있어서 기뻐!”

“…그렇군. 이거 한 방 먹었는걸?”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레이츠가 정말 온 기체를 통해서 기쁘다고 내뿜고 있어서 레지스는 그런 셈 치기로 했다. 어차피 그 개념을 실행한 건 홀로의 애도였고, 함께의 애도는 염두에 두지 않았으니 따지고 보면 레이츠가 제게 알려줬다는 말도 틀리지 않는다.

붕괴 후에 남는 것은 어쩌면 폐허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문자 그대로 붕괴와 폐허에서 재구축되어 지금을 사는 안드로이드가 여기 있지 않나.


(붕괴 쪽의 주저리) 뭣보다(남의 드림을 캐해하는 인간이 여기 있다!?) 레지스 해석에 있어서 어드민은 결단코 빼놓을 수가 없는데, 얘는...지금의 레지스한테는 심지어 누락된 기억도 있고, 'REC'의 이름에 걸맞게 어드민에 대한 감정과 기억은 레지스가 누굴 만나고 교류하더라도 계속 남을 거라고 보니까.

레지스는 이미 한 번, 본인이 연산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감정을 어드민에게 돌렸고 본인이 이제 정확히 기억을 하건말건 그 흔적은 틀림없이 레지스 본인에게 남아서 어떤 기준이나 표본처럼 작용하리라고 봐. 일종의 인지필터처럼?

그래서 나는 레지스가 디어를 볼 때도 그 애를 통해서 어드민의 흔적을 찾았다고도 생각하고, 레이츠에게도 마찬가지일건데 레이츠는 그 자신의 근원이 어드민이다보니 레지스는 이제 자기가 그러고 있다는 사실에서 절대 눈 돌릴 수 없는 거 아닐까나-도 싶음. 디어까진 어떻게 에두를 수 있어도 레이츠한텐 무리지. 무리겠지. 보통이면 꽤 능글맞게 넘겼을테지만 과거 진짜 어드민의 흔적을 토대로 구성된 레이츠? 그런데 이제 저를 졸졸 쫓아다니는?? 레지스에게 있어 이런 모순(이라고 불러도 좋다면)을 던지는 게 저는 참 좋아요.

언젠간 어떤 연산을 견디다 못해 붕괴해서 레이츠 앞에서 시각센서 가리고서(=기록자의 본분을 포기하고), 1) 자네를 똑바로 못 보겠다 2) 자네는 그녀가 날 괴롭히려고 남겨둔 존재가 아님을 아는데 3) 지금 내가 누굴 보고 있는 건지, 그게 자네와 그녀 둘 다에게 실례인 것 같다고 하는 걸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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