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초엽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20240318~20240319

3월 말에 성수에서 전시가 열린다. SF소설을 기반으로 했다고 해서 흥미가 생겼다. 내가 007 스카이폴을 보게 했던 여 여인과 함께 전시회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그 전에 기반이 되었다는 소설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았고, SF라는 낯선 장르가 궁금하기도 해서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SF라는 장르만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단편집이였다. 무슨무슨 상도 받은 작품들도 같이 실렸다고 한다. 제목은 수록된 단편 중 하나였고, 그래서 당연하게도 제일 먼저 읽어보게 됐다.

먼 미래, 우주 정거장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고, 새로운 기술의 발견으로 가족이 있는 행성?에 갈 방법이 없어진 과학자가 백 몇 십 년이 넘도록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며 그곳에 갈 순간을 기다리는 내용이다. SF라는 장르만 생각해서 그런지 과학적인 요소가 이야기에 큰 영향을 주긴 하지만 그냥 문학 소설이랑 크게 다르진 않구나 싶었다. 플라즈마 총으로 남자를 겨누던, 결국은 작고 초라한 우주선을 타고 떠나버린 할머니의 모습이 어쩐지 유쾌하게 상상됐다. 살짝 미쳤지만 멋쟁이 할머니 같은 느낌이랄까…? 쿨하다는 말이 그야말로 잘 어울리는 노인이였다.

전시의 기반이 된 작품은 ‘공생가설’이라는 소설이였는데, 소설을 읽고 나서 전시 페이지를 다시 보니 어떤 식으로 기반이 되었다는 건지 이해가 됐다. 원래라면 소설이든 미술 작품 같이 단순히 보고 느끼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뭔가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까지 이해해야 할 것 같은 예술은 어렵게 느껴지기만 하고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책 좀 읽었더니 두루뭉술한 전시회 소개글도 이해가 좀 되는 것 같고? 스스로가 좀 똑똑(ㅋㅋ)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 외에도 거의 모든 작품들이 흥미로운 주제를 담고 있었고, 배경이 다 제각각이라는 점도 재미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장르문학이라고 하면 왠지 순문학보다 작품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내가 직접 그렇게 느꼈다기 보단(워낙 책을 안 읽고 살아서 작품성을 가늠할 수가 없음) 어쩌다 그런 단어들을 접할 때 느껴지는 뉘앙스가 그랬는데, 막상 읽어보니까 순문학보다 넓고 다양한 세계를 다루고 있는 것 같았다. 뭐가 더 좋고 나쁘고는 잘 모르겠지만 순문학이 고전주의 미술작품이라면 SF는 인상파라고 해야 하나… 비교하는 게 무의미하다 싶었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여성 주인공들이 많고, 그만큼 여성 간의 다양한 관계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동양인이자 여성이라 겪는 차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고, 실제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과 유사한 정서를 느끼는 관계라던지, 어떻게 보면 진보적인 키워드가 많았다는 점도 좋았다.

지난 주에 썼던 독후감들을 다시 읽어보니까 뭔가… 점점 진지해지는 것 같아서 좀 웃겼다. 본 영화, 읽었던 책들 까먹지 않게 남겨놓고, 나중에 쌓이면 쌓이는 대로 뿌듯하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건데 하루 동안 거의 만 자를 쓰질 않나… 아무래도 너무 오래 글을 써서 그랬던 것 같다. 앞으로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써봐야겠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