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하에 대하여
장재하가 이상해졌다.
장재하가 이상해졌다. 적어도 내가 아는 장재하는 꽤 유쾌하고, 동기들과도 두루두루 잘 어울리며 다정했던 거 같은데. 어느 순간, 정확히는 강현섭의 갑작스러운 실종 이후부터 정신을 놓은 것 같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 소식이 들려왔을 땐 동기들 모두가 장재하를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경찰행정 모두가 장재하와 강현섭의 사이를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장재하는 모두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처음 실종과 달리 오히려 2주 정도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한 사람처럼 학교에 다니다가 딱 2주가 지나는 날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를 두른 채 모두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동기들이 먼저 다가가 직접적으로 대화를 걸면 예전처럼 받아주었지만, 날이 갈수록 혼자 무어라 중얼거리며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는 빛이 죽은 안광에 이젠 아무도 먼저 장재하에게 다가가는 법이 없었다. 오죽하면 저런 상태에서 학교에 다니는 것보다 진지하게 휴학을 권유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왔으니. 지금의 장재하는 우리가 아는 장재하가 아니었다.
장재하의 다정함을 아는 모든 이들이 걱정했으나, 장재하는 학기 마지막 수업까지 빠짐없이 들으며 자신의 일상생활을 유지했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살이 빠지는 게 눈에 보였지만 모두의 시선 앞에서도 꿋꿋하게 종강을 맞이한 장재하는 아주 오랜만에 먼저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번 학기도 고생 많았고 걱정해줘서 고마워, 한유리."
지금까지의 음울한 광기는 모두의 착각이었던 것마냥, 예전처럼 밝고 다정하게 웃으며 건네는 인사에 나도 모르게 당황해서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아무렇게나 지껄였다.
"너야말로 고생 많았지, 강현섭 일도 있었잖아."
순간 실수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표정이 굳으리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장재하는 '아, 현섭이.' 하면서 픽 웃고 말았다.
"괜찮아, 내 눈치 안 봐도 돼."
"야 그래도 어떻게 그래."
순간 아무리 실수라지만 화내야 할 부분엔 화를 내야 한다고 말을 덧붙이려던 찰나, 장재하는 정말 아무렇지 않다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
"진짜 괜찮아, 이제 현섭이 찾으러 갈 거거든."
그 순간 광기가 번들거리는 안광에 나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섰다. 장재하는, 정말 이상해졌다. 그 순간 내 표정이 어땠는지 나도 알 수 없지만, 그저 웃고 말았던 마지막 장재하의 표정을 생각했을 때 좋지는 못했으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때의 인사를 끝으로 장재하는 그 이후로도, 졸업한 뒤에도 한 번도 마주친 적 없었다. 장재하는, 그렇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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