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리마
두레 사람들이 나간 지 오래 되어서 마리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 짓는 연기가 아침에 나지 않았으니 병영에 가야했다. 문가에서 소리가 나자 마리한은 멈췄다. 손님들이 마당을 뜨지 않았다. 손님들이 마당을 떠날 때까지 형산은 문 앞에서 기다렸다. 두레에서 논의할 사항을 이야기하는 줄 알았더니 두레 간부들은 아슬라와 수리모가 만난다고 행도를 볶았다. 저들의
아슬라는 원래 하슬란 저택에서 남아있는 사람들을 지키려했다. 두레 간부들은 제출할 서류를 챙기고 동해가 꺼내준 사브랑 전도를 폈다. 귀가하면서 하나씩 내려주다보면 살인범 눈을 피해서 안전하게 집까지 올 수 있지만 한 사람이 끝에 꼭 남았다. 간부들은 행도를 돌아보았다. 마니는 사람들 집을 짚어가며 가장 짧은 길을 찾다가 마지막에 지도 위 하슬란 저택에 손을
고모부에게 물어본 후로 아슬라는 수리모가 자신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다. 아슬라가 갑자기 20년 전 일을 묻고 다니는 이유가 궁금했던 사람은 아슬라가 질문할 낌새도 보이지 않자 이해했다. 아슬라는 누가 한 말을 의심하거나 꼬아듣지 않았다. 정말로 아무 일이 없었다고 여겨서 다행이지만 동해는 아슬라가 질문을 시작하자 마음이 쓰였다. 홧김에
잠들기 전에 동해는 할 일이 많았다. 하슬라도 공문을 받아보았겠지만 동해는 조카가 염려되었다. 수영에 부칠 편지를 쓰고 동해는 덕우에게도 편지를 썼다. 원래 마리한의 부군은 부대를 데리고 나라 바깥에서 오는 위험을 감지하러 돌아다녀야 했다. 이전 마리한인 보문은 부군을 두지 않아 궁에 딸린 병영에서 교대로 나라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20년 전 해적들이 침입
마니는 이불을 안아든 채로 멍하니 큰방을 향해 걸었다. 아슬라는 마니 품에서 이불을 빼내어 자기 어깨에 걸쳤다. 남은 순례객은 이제 두 손으로 셀 수 있었다. 마니와 아슬라 뒤를 따라서 순례객들은 자기 짐을 들고 큰방으로 이동했다. 큰방 문가에 자신과 고모부 자리를 이불로 잡아두고 아슬라는 고모부를 불렀다. 20년간 마니는 아슬라가 갈 수 있었던 좋은 길을
아슬라와 헤어진 뒤에 수리모는 누나를 따라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누구도 아슬라의 혼담 상대를 알아보지 못했거나 수리모가 아슬라의 혼담 상대라는 사실을 신경쓰지 않나보다. 오늘 저녁을 맡은 당번들은 입다실 것으로 삶은 고구마조각을 담은 작은 그릇들을 밖에 놔두고 오면서 오늘 저녁 처음으로 목격한 아슬라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식사당번이 아닌 사람들은 식
아슬라를 깨우러 가는 길은 형산이 나정과 함께 부엌에 들르면서 조금 늦춰졌다. 마리한이 부엌에 오기 전까지 수리모는 정성들여 누룽지를 끓였다. 아슬라는 궁에서 지낸 후로 가족이 아닌 사람 중에서는 두 번째 손님이었다. 곱게 풀어질 만큼 누룽지를 잘게 부수고 그늘에 말려둔 버섯과 채소 자투리를 달여 육수를 냈다. 누룽지 남은 것은 다시 보자기로 싸서 시렁에
아들들의 향후 미래를 책임져주실 분께서는 문 앞에 놓인 문구를 보고 우두커니 서 계셨다. 하슬란에 올 순례객들과 그 가족들은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어르신께 말 많은 사람으로 기억에 남을까봐 침묵을 지켰다. 문구도 황당했지만 동해는 벽돌틀이 놓인 위치가 더 어이없었다. 오늘 수레 타고 나간 사람은 문을 막아두면 날아서 들어가나? 먼 옛날에는 하늘을 날며
40년 전 돌잔치때는 몰라도 지금 아슬라는 하슬라 밑에서 해적들을 퇴치하며 군공을 쌓아 나라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군인이었다. 공식적으로는 서기로서 마리한께서 내린 일을 다루는 수리모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혼사때문이 아니더라도 수리모는 그간 아슬라가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했다. 40년간 끊긴 집안 관계때문에 해적을 소탕하고 다닌 일 외에 수리
복숭아가 물러서 녹기 직전이 되면 가장 달콤하다고 즐기는 이들이 있듯이 사람도 그런 모양이다. 아슬라가 수리모랑 혼인한다는 소식이 퍼질 때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반기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고 신경쓰지도 않았다. 예순을 넘기면서 수리모는 순례로 다른 집에 장가들든 누구랑 혼인하리라는 생각은 아예 접었다. 때문에 수리모는 마리한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