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별이 그를 불렀기 때문에
원제: 星が彼を呼んだから | 작가님: mitei
원본 링크:
작가 코멘트:
포이피쿠에 올리던 만화(https://www.pixiv.net/artworks/101586651) 의 보완 소설. 패배 루트의 그 후. 크라마호가 커비를 데리고 지배행각을 하다가 커비가 병으로 쓰러져 여러 가지 결심을 하는 마버로아의 이야기. 시리어스 풍이지만 라스트엔 와글와글합니다.
#크라마호커비 #마호카비
"네가 나의 것이 되어준다면, 팝스타나 동료들에게는 앞으로 절대 손대지 않을게. 어떻게 할래? 커비."
마스터 크라운으로 『무한의 힘』을 얻은 나는 사투 끝에 쓰러진 커비 일행을 내려다보며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카피 능력을 잃은 무방비한 상태의 커비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그 옆에는 바닥에 검을 꽂고 간신히 두 발로 서 있는 메타 나이트.
안쪽에는 부상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된 반다나 웨이들 디.
그리고 그를 감싸듯 엎드려 있는 디디디 대왕 가운의 뒷면은 나의 마력구를 고스란히 받은 탓에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승리의 광경.
모두 한 방에 끝장낼 수도 있었지만, 마음에 드는 커비를 곁에 둘 때 미움을 받게 되는 것은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이 나에게 있어 최대한의 양보.
나의 제안에 대해 역시나라고 할까, 메타 나이트가 굉장한 형상으로 나를 노려보며 열화와 같이 분노를 드러냈다.
"웃기는 소리!! 그렇게도 커비를 속이고, 이용하고, 상처입혀놓고, 이제는 그 몸까지도 유린하겠다는 것인가!! 그런 일이 용서될 거라 생각하지 마라!!"
만신창이의 몸을 누르고 검을 겨누는 메타 나이트.
그 부상으로 아직도 그렇게 움직일 수 있다니 놀랍네. 전치 몇 개월인가? 하지만 역시 한계는 이미 넘어선 듯, 검 끝도 발밑도 휘청거리고 있다.
"끈질긴 남자는 미움받는다구?"
"입 닥쳐!! 네놈에게 커비를 넘겨줄 것 같으냐!!"
"잠깐만! 그만해 메타 나이트."
거친 메타나이트를 멈춘 것은 커비의 일성이었다. 방금 전까지 멍한 얼굴을 하고 있던 그는 이제 뭔가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마버로아. 나는 마음대로 해도 돼. 그러니 팝스타와 동료들에게 손대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켜."
"커비, 넌 가만 있어라!"
"메타 나이트. 모처럼 이렇게까지 노력해 주었는데 미안해. 웨이들 디와 대왕을 부탁할게."
"그런 부탁은 듣지 않겠다!!"
메타 나이트는 완전히 화가 나서 커비의 말에조차 귀를 기울이지 않는 상태였다.
그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서더니, 내가 커비에게 보내는 시선을 끊으려는 듯 그와의 사이에 자리 잡고는 칼을 겨누었다.
"이 목숨을 다할지언정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메타 나이트가 땅을 박차고 나에게 달려들려던 그 순간. 구석에서 디디디 대왕에게 매달려 울고 있던 웨이들 디가 소리쳤다.
"메타 나이트 님……안 돼요. 지금, 당신을 잃을 수는 없어요. 참아주세요…… 지금은 살아야 해요. 지금은……지금만은……"
웨이들 디는 흐느끼며 울었지만 그 눈빛에 포기의 빛은 없었다.
「지금만은」이네. 역시 이 녀석들은 지금 당장 처리해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커비가 슬퍼하겠지만, 일단 내가 양보했으니 납득시킬 수밖에 없지.
머리 위로 치켜든 양손에 마력구를 발생시켜 커비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을 조준했다.
"그만해 마버로아! 메타 나이트와 웨이들 디도 부탁이니까 반격하지 마! ……모두와 헤어지는 것은 쓸쓸하지만, 그래도 살아 있으면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꼭 다시 팝스타에 놀러갈게. 그러니까 모두들 제발 살 길을 선택해줘. 사랑하는 그 별을 지키면서 기다려줘."
커비도 심한 말을 하네. 이 내가 쉽게 손을 뗄 리가 없다는 건 둘 다 알고 있을 텐데.
그럼에도 커비가 말하면 어떻게든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에, 정말 신기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메타 나이트도 대꾸할 말이 나오지 않는지, 마침내는 소중히 여기는 검을 내던지고 땅을 힘껏 내리쳤다.
"자, 슬슬 끝난 분위기인가? 만약 반격한다면 다음이야말로 용서는 없을테니 잘 부탁해."
그들에게 쐐기를 박으며 발밑에 우두커니 떨어져 있는 커비를 손으로 건져 올렸다.
"나를 선택해줘서 기뻐, 커비!"
아, 이 얼마나 자그맣고 귀여운 커비인지. 앞으로의 나날을 상상하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져.
나는 곧바로 디멘션 홀을 열어 로아를 불러들였다.
팝스타의 지배는 보류되었으니, 우선은 예정대로 할캔드라를 무너트리러 가야지. 일단락되면 둘이서 조촐한 축하 행사를 하자.
"너희들이 돌아가는 길은 랜디아가 어떻게든 해줄 거라고 생각해. 이제 만날 일도 없겠지만 잘 지내. 커비도 모두에게 바이바이하고."
커비는 눈물을 꾹 참으며 살짝 미소를 짓더니 작고 동그란 손을 느슨하게 흔들며 동료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나는 돌아와서 할캔드라의 지배에 착수했는데, 그 결말은 실로 어이없고 지루한 것이었다.
쌓인 원한의 아픔을 되새기며 비원을 달성하는――그런 드라마틱한 전개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큰 보람도 없이 깔끔하게 지배 완료해 버린 것.
마스터 크라운의 힘이 역시 굉장하다는 건 새삼 실감할 수 있었지만 말이야.
할캔드라측에서는 약자에게 인권은 없고, 굳이 지배하지 않더라도 머지않아 스스로 붕괴될 것 같은 별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번창하고 있는 별도, 악랄한 일에 손을 대며 출세한 무리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별들을 손아귀에 넣고 마음대로 하는 것은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팝스타 이상으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별 같은 건 이곳에는 하나도 없는 것이 현실이었지만, 나의 옆에는 언제나 커비가 있다.
이왕이면 그도 웃는 얼굴을 해주길 바랐기 때문에 별을 지배할 때마다 슬픈 표정을 짓는 그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작은 별을 통째로 테마파크로 바꿔 놀아주기도 했다.
별을 통째로 쓰는 규모의 테마파크는 어떻게 만드냐고?
물론 이 마버로아 님의 어엄청난 마술에 더해, 지배한 원주민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켜 만들게 하는 거야.
쓰러지지 않도록 적당히 쉬게 하고 최소한의 의식주를 주면서, 적재적소에 부려먹는다. 화려한 테마파크 직원들이 너덜너덜한 복장을 하면 말이 안 되니까, 전원 옷차림을 정돈시키고 의상을 입히고.
그리고 커비가 "나랑 마버로아 둘이서만 놀면, 활기찬 분위기가 나지 않아."라고 했기 때문에, 주변의 별에서도 엑스트라를 대거 연행해 와 파크의 어트랙션을 풀가동.
부르지 않았는데도 찾아온 무리들도 많이 있었지만, 모으는 수고를 덜었으니 좋다고 생각했다.
슬픈 얼굴만 하고 있던 커비도 차츰 미소를 지어주었으니까, 정말 기뻤어.
그렇게 개인적인 복수를 끝내고 마음이 풀린 지금은 테마파크 개조 계획을 짜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각 별의 운영이니 개량이니 하면서 여기저기 손을 대다 보니 커비가 나에게 "지배자보다 지배인이 더 잘 어울리네"라는 짓궂은 소리를 했기 때문에, 듬뿍 처벌해서 『착한 아이』로 훈육해 준 것은 또 다른 이야기.
그런 오만방자한 지배 라이프를 보내던 어느 날.
커비가 갑자기 열이 나서 몸져 눕고 말았다.
노느라 피곤했나, 하고 처음에는 생각했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열은 내려가지 않았다.
위기감을 느낀 나는 닥치는 대로 의사를 데려와 철저하게 조사하게 했지만, 이 녀석도 저 녀석도 머리를 싸매고는 "원인을 모르겠습니다." 그게 다였다.
커비는 날이 갈수록 약해지더니, ……마침내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게 되었다…….
"빌어먹을. 이 놈이고 저 놈이고 뭐가 명의라는 거야. 고열이 계속되는 원인도 병명도 모르다니. 이 근처 별에는 돌팔이 의사밖에 없는 거냐……!"
은하 내의 의사를 모조리 찾았지만 성과는 없었다.
나는 더 우수한 의사를 찾기 위해 미뤄두었던 다른 은하계에 대한 지배를 재개하기로 했다.
분명, 옆의 은하계에는 과학과 마술 연구로 번창하고 있는 별이 있었을 것이다. 현 통치자가 한 두 버릇 하고, 게다가 새까만 이면도 있는 인물이라고 소문나 있지만 그런 것은 지배해 버리면 그만이다.
이리하여 목적의 별을 어렵지 않게 지배한 나는 현지의 의사와 연구자를 총동원하여 커비를 괴롭히고 있는 원인을 조사하게 했다.
역시 우수한 인재들만 모아놓은 별인 만큼 보고가 올라오는 데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풍토병이라니?"
"네,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만……. 이 별에는 은하 내의 온갖 질병과 저주의 정보가 모여듭니다. 하지만 이분이 살았던 그 『팝스타』라는 이름의 별은 저희 의사들 사이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즉 이분이 앓고 있는 것은, 저희가 사는 은하계 밖에 있는 별 특유의 미지의 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이 『팝스타』의 이름을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곳은 이공간 로드를 사이에 둔 『이세계』에 있는 별로, 게다가 『시골 촌구석』이다.
그런 별에만 존재하는 병이라면 이쪽의 의사들이 속수무책이었던 이유도 납득이 간다.
그래도 드디어 유력한 단서를 얻어냈다!
나는 기대를 품고 의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눈앞의 의사는 얼굴색 한번 바뀌지 않고 그대로 설명을 이어간다.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병을 처음부터 연구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분의 체력이 유지될지 어떨지……. 현시점에서 가장 희망적인 방법은 그 『팝스타』의 의사에게 의지하는 것입니다. 치료법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런 변방의 별이라면 제대로 된 의사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디디디 대왕의 전속 의사라면 좀 나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문득 어떤 기억이 되살아났다. 커비 일행에게 로아의 부품과 스피어를 모으게 하던 시절의 기억이다.
뛰어다니던 커비에게 디디디 대왕이 자꾸 타이르던 말이 떠올랐다.
"어이 커비. 약은 제대로 다 먹었냐?"
"응, 이제 나았어!"
"이게 진짜! 『나았다』가 아니라 받은 분량은 전부 마셔라 전부. 절대로 잊지 마라? 알았겠지!?"
"네~에!"
그때 분명 커비가 몸이 안 좋아서 3일 정도 부품 모으기를 쉬었던 것이다.
커비는 이전부터 어떤 병을 앓고 있었나?
사정을 안다면 디디디 대왕이지.
하지만 큰일이다……. 팝스타로 돌아가면 그들과의 전투는 불가피하다.
전투가 벌어지면 나도 무저항일 수는 없다. 소중한 커비를 빼앗기는 싫은걸.
자, 어떻게 할 것인가.
입을 다물고 있는 나를 의사가 재촉했다.
"도항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결단을 내리신다면 부디 빨리."
"……아, 그렇네. 가볼 가치는 있을 것 같아. 고마워. 단서를 찾아서 겨우 살았어. 그리고 만에 하나."
나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위협했다.
"이것이 만약 나를 별에서 멀어지게 하기 위한 『단순한 구실』이라면…… 알고 있겠지?"
"……저에게도 의사로서의 긍지가 있습니다. 환자를 무책임하게 보내지는 않습니다."
이야. 틀림없이 겁먹고 도망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간이 크다.
의사는 말을 이어갔다.
"일반 주민들이 갑자기 나타난 당신에게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 의사와 연구자들에게는 『이전의 통치야말로 지옥』이었습니다. 당신도 보셨겠지요…… 전 통치자가 힘을 얻기 위해 벌이던 소행을요. 원치 않는 실험을 강요받는 나날들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동료들의 마음이 망가져 갔는지. 당신의 지배에 의해 구원받은 자도 있습니다. 저도 그 중의 한 명입니다."
멋대로 이야기를 꺼냈던 의사는 고개를 깊게 숙이고는 방을 나갔다.
그들의 사정 따위 알 바는 아니지만, 뭐 신용의 재료가 될 순 있을 것 같다.
더 이상 우왕좌왕할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커비의 붉게 달아오른 뺨을 만지자 비정상적인 체온이 손끝을 지그시 태운다.
"……팝스타……인가."
디디디 대왕도, 웨이들 디도, 메타 나이트도, 내가 나타나면 말할 필요도 없이 곧장 맞서올 게 틀림없다.
싸울 의사는 없다고 전해도, 배신자인 나의 말 따위는 믿어 주지 않을 것이다.
힘으로 굴복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약속을 어기고 모두에게 상처를 준다면 커비는 분명 더는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해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이 손안에서 커비가 숨을 거두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거라면, 나는――.
나는 커비를 안고 저택을 나와 그 길로 곧장 로아에게로 향했다.
문득 올려다본 밤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소원 같은 건 한 번도 들어준 적이 없는 별똥별들.
갖고 싶은 것은 모두 내 손으로, 『무한의 힘』으로 얻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고 마침내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이상하지…….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었을 텐데, 가장 갖고 싶은 것은 조금도 뜻대로 되지 않아. 알고 있니? ……너 말이야, 커비."
나만 바라봐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마스터 크라운의 힘을 가지고도 지배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계속 계속 함께 있자.
그러나 그 소망조차도 위태롭다.
『무한의 힘』은 『만능의 힘』이 될 수 없었다.
나는 계속 잠들어 있는 커비에게 살며시 키스를 떨어뜨렸다.
정사 때는 끈적하고 뜨겁게 뒤엉켜 왔던 입안은 열에 잠긴 입김 때문에 금세 말라 버렸다.
로아에 태운 뒤에는 몸을 닦아주고 물을 많이 먹여야지.
들리니, 커비. 괜찮아. 이제 곧 건강해질 수 있을지도 몰라.
지배하는 일에만 눈을 돌렸던 이 내가, 자애심과 고뇌를 알아 버린 것은——커비, 너 때문이야.
팝스타는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역시 로아야!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이네! 그럼 나는 디디디 대왕에게 이야기를 듣고 올 테니까, 할버드의 감시망에 걸리지 않도록 잘 숨어 있어. 메타나이트에게 들키면 더는 대화가 아니게 되어버려."
나는 커비를 로아에게 맡긴 뒤, 전이 마법의 좌표를 디디디 대왕의 성에 맞추고 날아갔다.
잠시 뒤 넓고 호사스러운 복도에 내린 내가 마주친 것은 『작고 빨간 동그라미』였다.
――웨이들 디!?
갑자기 전투 발발인가 하고 자세를 취했지만, 아무래도 이 아이는 반다나 웨이들 디와는 다른 사람인 것 같다.
느긋하게 경비를 서고 있던 곳에 갑자기 침입자가 나타났으니 당연히 놀랄 만도 하지. 낯선 웨이들 디는 구르듯 도망치더니 그 작은 몸을 옥좌 사이로 이어지는 문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며 소리쳤다.
"대왕님! 대왕님 큰일났습니다아! 어쩐지 무섭게 생긴 사람이 성안에 갑자기 나타났습니——와앗!"
탁 하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넘어진 건가?
그 아이가 들어간 문을 밀어 젖히자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났고, 그 안쪽에서 옥좌에 앉아 있던 인물과 눈이 마주쳤다.
——오랜만이네. 디디디 대왕.
그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대담한 미소를 짓고는 "어, 오랜만이야." 하며 나를 응시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쪽의 붉은 그림자가 힘차게 땅을 박차고 나에게 급접근했다.
"마버로아아아아!!!"
아, 이 창 솜씨——그가 바로 반다나 웨이들 디다.
포동포동한 동족과 만난 직후에 이런 온도차를 보여주는 건 반칙이지.
반응이 늦은 나의 미간에 전광석화의 마찰로 불꽃을 두른 창 끝이 다가왔다.
이전에 싸웠을 때보다 한 단계씩 실력이 늘었다는 것은 무술파가 아닌 나도 알 수 있었다.
많이 수행했을 것이다. 소중한 『친구』를 되찾기 위해서.
그의 수련의 결정이 나에게 닿기 직전——.
"스톱!!"
디디디 대왕이 큰 소리로 제지했다.
주인의 명에 따라 걸음을 멈춘 웨이들 디는 창과 살의를 내게 겨눈 채 흥분으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커비가 향수병이라도 일으키며 칭얼거렸냐? 이야기 정도는 들어주마."
농담조로 나에게 묻는 디디디 대왕.
커비에게 휘둘리는 모습만 눈에 띄었지만, 유사시에 보여주는 여유롭고 당당한 태도는 같은 왕으로서 존경할 만하다.
그러면서도 제대로 경계도 하고 있는 것이 먹을 수 없는 것이지만.
내가 천천히 손을 올리자 대왕은 즉시 망치에 손을 뻗어 반격 태세를 취했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싸울 생각은 없어.
나는 머리 위에 올라앉아있는 마스터 크라운을 쥐어 잡고, 그 녀석을 벗어 던지기 위해 천장을 향해 끌어올렸다.
이에 마스터 크라운은 왕관에서 뻗어 나온 흉측한 발톱으로 "소원의 대가를 떼어내서야 되겠느냐"며 점점 더 강하게 나의 머리에 엉겨붙어왔다.
이게 있으면 안 돼.
『허언의 마술사』의 말을 믿게 하려면 눈앞에서 맨몸이 되어서라도 증명해 보여야 한다.
더욱더 매달리는 마스터 크라운을 힘껏 잡아당긴다.
아파, 아파! 머리가 깨질 것 같아!
황금의 날카로운 발톱이 파고들어 피가 솟구쳐 나왔다.
아픔을 참고 손에 힘을 주어 나는 마침내 내 머리에서 마스터 크라운을 뜯어냈다.
손에서 떨어진 왕관이 새빨간 카펫 위를 굴러갔다.
마스터 크라운의 힘으로 크게 변해 있었던 나의 몸은 순식간에 움츠러들어 원래의 작은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마력량의 급격한 변화로 시야가 흔들린다. 숨쉬기 힘들어. 나는 바닥에 손을 짚은 채 잠시 동안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바로 옆에서 대왕과 웨이들 디가 눈치를 보는 기색이 느껴졌다.
이것으로 나에게 적의는 없다는 것이 전해졌을까?
그럼 여기서부터가 본론.
나는 고개를 들어 대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간청했다.
"나는 갈기갈기 찢겨도 상관없으니까. 부탁이야. 커비를 도와줘……."
말로 꺼내는 순간 눈물이 제멋대로 흘러나와 시야가 일그러졌다. 계속 혼자 불안을 쌓아두고 있어 폭발 직전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울음을 터뜨리는 것은 간신히 버텼지만, 정말이지 촌스럽기 짝이 없네.
내가 부탁 같은 걸 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커비를 내버려둘 리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눈앞에서 힘을 내려놓은 것은, 커비가 건강해지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
지배자인 채로는 다른 이들도 나 자신도, 안심하고 커비에게 붙어있을 수 없잖아. 잠자다가 목을 베이는 일이 적장에게는 으레 있는 법이다.
커비가 건강해져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웃어준다면 여한이 없다. 그러니까 적어도 그때까지는 가만히 놔두어줬으면 했다.
"더 이상 열이 내려가질 않아……. 은하 내의 의사에게 진찰받았지만……치유 마술도 수없이 많이 써보았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아……. 팝스타의 풍토병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지만, 나는 이 별에 대해 그렇게 잘 알고 있지도 않아. 대왕이라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이곳에 돌아온 거야. 이대로 계속 약해진다면……커비가 죽을지도 몰라. 부탁이야……커비를 도와줘……!"
디디디 대왕은 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묵묵히 들어준 뒤 험상궂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커비는 지금 어디에 있어?"
"로아 안이야. 메타 나이트에게 들키면 말도 못 꺼내고 바로 전투하게 될 것 같아서, 떨어진 곳에 숨어 있어."
"그 녀석은 수행의 여행을 떠나서 지금은 부재중이다. 지금 당장 로아를 이 몸의 성으로 불러들여라."
"……믿어주는 거야?"
"우리들을 처치하러 왔다면 마스터 크라운의 힘으로 성 전체를 날려버렸겠지. 하지만 너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왕관을 내팽개치고, 대화하려고 했어. 그거면 충분하잖아?"
"……고마워. 디디디 대왕."
나는 로아에게 신호를 보냈다. 곧 성으로 올 것이다.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던 마스터 크라운은 이제 반다나 웨이들 디 손에 들려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이것은 일이 끝날 때까지 숨겨두겠습니다. 마버로아…… 무슨 생각으로 힘을 포기한 건지 모르겠지만, 만약 이상한 속셈이라도 가진다면 이번에야말로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요."
"안심해. 난 그저, 커비가 건강해지는 것을 지켜볼 때까지 살려 주기를 바랐을 뿐이야. 그 후에는 삶든지 굽든지 좋을대로 해."
"……대왕님. 정말 믿어도 괜찮을까요? 너무 석연해서 왠지 기분이 찜찜하네요."
반다나 웨이들 디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듯 디디디 대왕을 올려다보았다.
"걱정하지 마라. 그것보다 커비가 중요하다. 의사 불러오고, 방 준비도 부탁하마."
"알겠습니다."
웨이들 디가 나가자 응접실에는 나와 디디디 대왕 둘만이 남았다.
"그건 그렇고 도착한 타이밍이 좋았구나 너. 네 말대로 메타 나이트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문답무용으로 덤벼들었을 거야. 수행으로 더욱 강해졌을 것이고, 지금이라면 일대일로도 좋은 승부가 되었을지도 모르지."
"지금의 나로서는 순식간에 반토막날걸."
"와하하하하! 아니야!"
디디디 대왕은 호탕하게 웃으며 내 등을 탁탁 두드렸다.
"참고로 이 몸은 너를 추적하기 위해 이공간 로드를 건너는 방법을 조사하고 있었지. 랜디아에게 부탁하고 싶었지만, 연락할 수단이 없어서 솔직히 답답했어. 그쪽에서 와 줘서 살았네."
"그런 것까지 얘기해도 되는 거야? 내가 선수쳐서 방해해버리면 어쩌려고?"
『타도 마호로아의 계책』을 본인에게 밝혀 버려도 되는 것인지, 반대로 내가 걱정이 든다. 그러자 디디디 대왕은 "이젠 안 그럴 거지?"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단언했다.
"……응. 안 할 거야. 믿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지금까지 정말로 미안했어."
"이 몸이 어찌하든, 문제는 메타 나이트다. 각오해 둬라."
"……역시 반토막나는 운명은 피할 수 없을지도."
무심코 시선을 먼 곳으로 돌려 하늘을 바라보니, 마침 성 상공에 로아가 도착한 참이었다.
그리고 나서 곧바로 커비는 성으로 옮겨져 의사의 진찰을 받았다.
그 결과.
고열의 원인은 역시 팝스타의 『풍토병』이었다.
기가 막힐 정도로 평화로운 이 별에 설마 이런 무서운 병이 존재하고 있었다니.
나는 놀라움과 공포로 벌벌 떨게 되었지만, 애초에 이렇게까지 중증화되어 버린 것은 커비의 『깜빡』이 주된 원인이었다는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아니아니아니! 뭘 어떻게 『깜빡』하면 죽을 지경까지 가는 거야!?"
납득이 가지 않는 나에게 디디디 대왕은 정말로 기가 막힌다는 듯 일의 경위를 말하기 시작했다.
"이 풍토병은 말이다, 발병하는 원인도 불분명하고 정도도 사람마다 제각각이지만 팝스타에 오래 살다보면 가끔 앓는 사람이 나온다. 그렇지만 고치는 건 어렵지 않아. 이 숲에 무더기로 자라는 약초를 『꿈의 샘물』로 달여 먹으면 낫고, 아니면 맛도 없고 시간도 곱절 걸리지만 약초를 먹으면 낫는다. 그렇게 완치되고 나면 두 번 다시 안 걸리지."
대왕은 간단히 말했지만, 도감에서 보여준 『약초』는 약학 지식이 있는 나로서도 처음 보는 『팝스타의 고유 식물』이었다.
"커비는 전에도 열이 난 적이 있었잖아?"
"그래, 그거. 그 녀석 그때 『나았다』고 생각해서, 받은 약을 제대로 다 먹지 않은 거야. 그것 때문에 도진 거지. 정말 멍청한 이야기에도 정도가 있지."
이번에 제대로 치료하면 이제 안심이다.
그렇게 말하고 디디디 대왕은 지친 얼굴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뭐야. 고유종 약초가 필요했다고는 하지만 팝스타 주민이라면 감기보다 낮은 수준의 병으로 죽을 뻔한 건가. 그러니까, 내가 데리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그런 괴로운 경험을 겪지 않아도 됐을 거야.
안도감과 허탈함과 미안함으로 온몸의 힘이 빠졌다.
"뭐 그래도. 병이 도진 덕분에 팝스타에 돌아올 수 있었던 셈이다. 어쩐지 무서울 정도로 강운의 소유자야, 커비는."
『——살아 있으면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나에게 끌려가면서 했던 그 말을, 커비는 본의 아니게 실현시킨 것이다.
커비에게 팝스타의 약초를 달여 먹이자 그렇게 내려가지 않던 열이 순식간에 내려갔다.
그렇다고는 해도 곧바로 완전하게 회복된 것은 아니었고, 커비가 눈을 뜬 것은 그로부터 며칠이 더 지난 뒤였다.
"……커비! 커비, 나야! 알아 보겠어?"
"마버, 로아? ……어라? 여긴 어디?"
"어이, 잠꾸러기. 이 몸의 얼굴을 잊어버리진 않았겠지?"
"……디디디 대왕? 웨이들 디도? 뭐야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커비는 멍한 눈으로, 자신을 둘러싸고 지켜보는 얼굴들과 창밖으로 보이는 그리운 경치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며 "뭐야? 뭐야?" 하고 대혼란에 빠져 있었다.
"마버로아도 왜 옛날 모습으로 돌아와있는 거야? 마스터 크라운은? 아, 나 열 내리고 있네! 야호! 아 근데 뭐야 배고프다아아아아……"
커비는 배고픔에 주의를 돌리고 다시 침대에 가라앉았다.
디디디 대왕은 표정을 이리저리 바꾸는 커비를 반갑고 그리운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웨이들 디는 커비에게 다가가 손을 만지더니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응, 커비라면 전혀 변하지 않아서 안심했어. 지금 밥 준비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어서 와 커비. 나……나는 그때……. 아니, 다시 건강한 너를 만날 수 있어서 기뻐. 정말로 기뻐……!"
웨이들 디는 커비를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커비도 그를 껴안고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걱정 많이 했지. 나도, 계속 계속 만나고 싶었어. 꿈이 아니구나. 나 정말로 돌아왔구나. ……마버로아, 고마워. 다시 여기로 데려와줘서."
"……응."
커비는 진심으로 기쁜 얼굴로 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들을 괴롭힌 장본인인 나는 감사받을 자격이 없다.
재회를 기뻐하는 셋을 남겨두고 나는 슬그머니 방을 빠져나왔다.
갈 곳도 없이 디디디 성의 복도를 어슬렁거렸다.
도중 몇 명의 웨이들 디와 마주쳤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이쪽을 전혀 경계하지 않는 모습으로 스쳐 지나갔다.
경비가 너무 허술해서 솔직히 좀 걱정된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팝스타가 평화롭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커비라는 영웅이 귀환한 지금, 나라는 이색분자가 없어지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이제 어떻게 할까?
아니, 어떻게 될까.
벌을 받고 감옥에 들어가게 될까, 아니면 극형일까.
내가 지배한 별들도 『무한의 힘』을 내려놓은 지금에 와서는 어찌할 수도 없고, 지배자가 사라졌으니 자기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힘을 써서 커비를 수중에 두는 것도 더 이상 이루어질 수 없다.
"전부 다 사라져 버렸네."
『허언』과 『힘』으로 손에 넣은 것은 무엇 하나도 이 손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대로 달아나면 목숨만은 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하하……"
"허. 그런 일을 저질러 놓고 아직도 목숨이 아까운가? 더럽구나 마버로아!!"
갑자기 등 뒤에 나타난 기척.
깜짝 놀라 돌아본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가면의 기사——메타 나이트의 노기에 찬 얼굴이었다.
——아, 죽었다.
다가오는 메타 나이트가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는 한편, 머릿속에는 주마등이 어지럽게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그 무렵 커비는 웨이들 디들이 만든 식사를 싹싹 먹어치우는 중이었다.
병을 앓고 난 직후에도 여전한 먹성으로, 테이블 옆에는 차례차례 빈 식기가 쌓여갔다.
"음~! 확실히 엄마의 손맛이란 이런 맛을 말하는 거구나! 한 그릇 더 부탁할게!"
반다나 웨이들 디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수프를 한 접시 더 퍼서 커비에게 내밀었다.
"계속 잠자고 있느라,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겠구나. 그전에도 밥은 잘 챙겨줬어?"
"응! 맛있는 것도 신기한 것도 많이 먹게 해줬어 마버로아……가, 어라? 마버로아 어디 갔어?"
"그 녀석이라면 밥이 오기 조금 전에 나갔다."
디디디 대왕은 추가 식사를 들고 방에 들어온 웨이들 디에게 마버로아의 행방을 물었다.
"마버로아 씨라면 복도 바로 앞에서 스쳐 지나갔습니다. 성안을 산책하고 계시는 것이 아닐까요? 아! 그리고 메타 나이트님도 슬슬 오실지도 모릅니다. 아까 바다 저편에 할버드가 날아가는 게 보였으니까요."
"메타 나이트라고오!? 예정보다 3일이나 빠르잖아! 마버로아랑 마주치기라도 하면 큰일이야!"
디디디 대왕이 황급히 방을 뛰쳐나가려 하던, 바로 그때.
방문이 힘차게 열림과 동시에 동그란 물체가 굴러 들어와 맞은편 벽에 "크엑!" 소리를 내며 충돌했다.
그 바로 뒤에 얼굴을 내비친 것은 한 사람의 가면 기사.
"방금 돌아왔다."
"메타 나이트!?"
방금 굴러온 물체는 그래, 나——마버로아.
만나자마자 처형당하는 신세을 겨우 면한 나는 메타 나이트에게 붙잡혀 커비 일행이 있는 방으로 다시 끌려갔다.
디디디 대왕이 조심조심 말을 걸어왔다.
"어이, 목과 몸통은 연결되어 있나……?"
"현재로서는……"
"거 참 다행이군. 메타 나이트 너 말이다, 빨리 도착하면 연락을 주라고."
"일찍 도착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커비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마버로아가 도망을 획책하고 있었기에. 붙잡아 데려왔다."
메타 나이트는 곁눈질로 희번덕하게 나를 노려보았다.
"아니야! 도망갈 생각 없어! 농담 삼아 내뱉었는데, 우연히 들려 버렸을 뿐이라구!"
나는 다급하게 변명했지만, 디디디 대왕은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뭐, 상관없어. 나가는 건 네 자유니까. 메타 나이트가 섣부른 짓을 한 건 아닌가 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대왕으로부터 커비의 무사함을 듣지 못했다면 즉시 베었을 텐데. 지금 이 녀석에게 제재를 내릴 권리는 커비에게 있다. 내가 나설 때가 아니다."
메타 나이트는 방 안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조용히 말했다.
"잘 돌아와 주었다. 커비."
"응, 다녀왔어 메타 나이트!"
가면에 감춰져 표정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살짝 드러난 눈매가 기쁨을 말해주고 있었다.
"자, 커비. 본론으로 들어가서 마버로아의 처우를 결정해주지 않겠나?"
"너 말이야……"
"『무한의 힘』을 잃었다고 해도 1초라도 방심할 수는 없다. 필요하다면 내가 대신 하겠다."
"그건 안 돼!!"
메타나이트의 말을 들은 커비는 혈색을 바꾸더니 나를 감쌌다.
"나는 마버로아에게 원망을 품지도 화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마버로아는 이제 푸푸푸랜드의 동료야!"
"잊었는가. 네가 마버로아의 배신에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게다가 이대로라면, 마버로아가 지배한 별들은 무슨 죄인가."
"확실히 지배한 별에게는 많은 폐를 끼쳤지만, 하지만 누가 제일 나쁘다든가, 나로서는 말할 수 없어. 무엇보다 마버로아는 항상 나를 아껴줬고, 병을 고치기 위해 팝스타에도 데려와줬어. 원망하거나 화를 낼 순 없어."
"그럼 우리의 심정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정말! 내가 돌아온 걸 순수하게 기뻐해주지 않는 거야!?"
뺨을 부풀리며 화가 난 커비에게 메타 나이트는 주춤했다.
"그, 그런 것은 아니지만. 으음…… 그러나, 적어도 마버로아를 이 별에 내버려두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 불안한 요소가 너무 많다."
"그러니까 그런 건……!"
나는 무의미한 말다툼을 계속하는 그들을 보다 못해 참견했다.
"안심해 메타나이트. 앞으로 팝스타에는 결단코, 접근하지 않아. 잠자코 눈 감아준다면 오히려 행운이지!"
"마버로아……?"
커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악행을 저지른 내가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은 당연해.
"작별이네, 커비. 너와 우주를 날아다닐 수 있어서 즐거웠어."
——안녕.
그렇게 말하고 발길을 돌린 내 등에 커비는 울먹이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마버로아, 왜 날 두고 가는 거야? 나, 너의 『왕비님』 아니었어?"
반다나 웨이들 디의 손에서 빈 식기가 미끄러져 쨍그랑 소리를 냈다.
"왕비님?"
"뭐라고?"
"어떻게 된 일이냐, 마버로아 네놈."
"뭐라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꽂힌다.
"성에서, 사람들 앞에서 키스라고 했잖아! 다들 그러더라. 『지배자님은 질투심이 많네』라고. 『어지간히도 커비를 좋아하는구나』라고. 마버로아 날 좋아하니까 데려간 거지? 이런 일이나 저런 일도 결혼식도 했지? 근데 왜 나를 두고 가는 거야?"
"이런 일."
"저……런……일……?"
"결혼식……?"
"네놈 역시 살려둘 수 없다!!!"
결혼식. 아, 그거!
나는 테마파크의 별이 완성된 지 조금 지났을 무렵의 기억을 더듬었다.
커비가 파크의 출연진이나 엑스트라들에게 애교를 부리며 반쯤 아이돌처럼 되어 있었기 때문에, 주위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담아 성에서 파티를 열고, 그리고 키스를——.
"설마……. 설마, 나를 갖고 논 거야!?"
"아니야!! 갖고 논 건 아니지만, 하지만 나는 틀림없이……"
"틀림없이 뭔데!?"
얼굴을 붉히며 화내는 커비.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어서 그저 허둥대며 대답할 수밖에 없다.
"틀림없이…… 마지못해, 인질이니까 어쩔 수 없이 옆에 있어주는 것뿐일 거라고……"
"좋아하지 않았으면 해치웠겠지!!"
"좋아한다니 누구를?"
"내가 마버로아를!!"
"에. 거짓말."
아 그렇구나. 이건 그거다. 아까 복도에서 메타 나이트를 만난 시점에서 나는 확실히 처형당했고, 죽어가는 동안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현실 도피를 하는 나의 시야 끝에는 막 베려고 드는 메타 나이트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디디디 대왕과, 멍하니 서 있는 반다나 웨이들 디가 비치고 있었다.
"어이, 마버로아."
"무슨 일이야…… 대왕님."
"지금 여기서 결정해라. 책임질 것인가, 말 것인가. 책임을 지더라도 커비를 데리고 나가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책임은 물론 질 거야…… 그런데. 나 이 별에 있어도 되는 거야? 일 초만에 살해당할 것 같은데."
디디디 대왕이 억누르는 품 안에서는 메타 나이트가 귀신의 형상으로 날뛰고 있었다.
"커비 하기 나름이다."
"나는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고 있었잖아. 마버로아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지!"
커비와, 앞으로도 계속 함께 있어서 좋아.
모든 것을 잃은 이 손에 가장 큰 보물이 돌아와 주었다.
"용서 못한다 마버로아아아아아!!!"
"정말! 메타 나이트 고집불통이야!"
"……메타 나이트 님. 지금은……자제해 주세요. ……좀 이야기합시다. 같이 가시죠."
"놔라 웨이들 디! 내 손으로 당장 이 악인을, 놔라, 놓으라고 하지 않는가!"
메타 나이트는 웨이들 디에게 끌려가 문 너머로 사라졌다.
"이 몸은 피곤하니까 자야겠어."
디디디 대왕도 방을 나갔다. 연거푸 커비의 식사 뒷정리를 마친 식사 담당 웨이들 디들도 나가버려서, 방에 남아 있는 것은 나와 커비 단둘뿐이 되었다.
"흐아암. 배가 부르니 졸리기 시작했어. 우리도 같이 낮잠자자."
졸린 얼굴로 손짓하는 커비.
"이리 와, 마버로아."
머뭇거리며 서 있던 나는 이끌리듯 한 걸음 내디뎠다.
그것은 나를 부른 너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행복하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End
댓글 0
추천 포스트
サボテンミルク님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