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앨버트 오키프>카르마

첫 번째 잎은 믿음을,

두 번째 잎은 소망을,

세 번째 잎은 사랑을,

그리고 네 번째 잎은….


나는 모든 것에 그것이 실제로 가진 것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금화 초콜릿은 나에게 있어서는 갈레온이었으며, 말 인형은 나에게 있어서는 물을 마셔야 하는 생명체였다. 홀수 번째로 뜯는 꽃잎은 ‘나는 기사가 될 수 있다’였으며 짝수 번째로 뜯는 꽃잎은 ‘나는 기사가 될 수 없다’였다. 토끼풀의 첫 번째 잎은 믿음이고, 두 번째 잎은 소망이며, 세 번째 잎은 사랑을, 네 번째 잎은 행운을 뜻한다는 이야기를 믿어, 행운을 위해 녹색 풀밭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녔다. 나의 성인 오키프O‘keeffe는 다른 이들을 지키리라는keep 상징이었고, 언젠가 업보를 치르게 되리라는 뜻을 가진 네 이름은 마치 너에게 내려진 저주 같아 나는 너를 카르멘이라고 부르고 싶어 했다.


“그분은 말이야, 이 세상을 창조하신 분이야. 그리고 우리를 사랑하셔.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가 외롭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을 창조하셨지.”

눈앞에 있는 너는 믿음을 갖추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굳건한 믿음을. 네 모든 인생은 그 믿음 위에 세워졌다. 그 믿음이 없다면 지금의 너도 없다. 스스로가 영특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래번클로, 자신이 축하받을 날을 알지 못하는 아이, 네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까지 슬퍼지는, 그렇기에 내가 예상 못한 업보를 쌓게 만드는 친구, 카르마.

“꼭 그래야 해. 난 교황이 되고, 넌 기사가 되고…. 매년 화관을 만들어 줘야 해. 만약에 약속 어기면 단두대에 올릴 거야.”

너는 이제 소망을 가졌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외에 다른 이를 보아서는 안 된다는 두 눈도 눈물을 흘렸다. 초벌 한 도자기처럼 창백하고 맨들거리는 뺨도 눈물로 젖어 들었다. 높낮이 없이 평탄할 줄만 알았던 목소리도 울음으로 떨렸다. 너만의 생각을 가져서도, 다른 마음을 품어서도 안 된다고 하던 너. 감정이 없는 듯 보이던 너. 그런 네가 네 감정을 내비치는 모습이, 네가 가진 생각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 좋았다.

“난 교황이, 넌 기사가…. 생일, 교황관…. 난 카르마 오키프니까.”

나와 같은 키를 가진 소녀. 나와 같은 날을 생일로 가지기로 한 친구. 나와 같은 성을 가지게 된, 오늘 생긴 나의 형제. 그러나 나와 달리 사랑받지 못한 아이. 너는 생각 없이 멍하니 앉아 있는 누군가의 인형도, 신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제단에 오를 어린 양도 아닌데. 나처럼 화관을 엮는 법을 배우고, 이리저리 뛰고, 잠들 때 이마에 입을 맞춰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나와 같은 너에게는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가혹했다. 그 무엇도 너를 사랑해 주지 않는 것 같았다. 네 가족도, 네 목사님도, 그리고 너 자신도.

그렇다면 너는 어디에서 세 번째 잎을 찾아야 하는가?

믿음만을 가지고 있던 너에게는 이미 소망이 돋아났다. 적은 잎을 가진 지금의 균형이 익숙하다고 해서 평생 다른 잎 없이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네게 사랑을 준다면, 그리고 네가 그것을 흡수한다면….

“그대의 십계명을 설명해 주겠소? 그대의 목사님이, 그 십계명을 어떻게 해석하셨는지도 알고 싶소. … 그리고, 사람들에게 진리를 가르치는 교황이 되려면 그대 역시 진리에 대해 생각해야 하오.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하는 교황이 되려면 먼저 그대 자신을 위해 기도할 줄도 알아야 하고 말이오.”

네게 돌아가는 업보를 막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이제 오키프가 된 너를, 내가, 그리고 네가 지킬 수 있기를 소망한다. 설령 네가 내 사랑을 원하지 않더라도 7월이 되면 꼭 토끼풀로 화관을 만들 것이다. 교황의 명을 어길 수 있는 자는 없고, 친우의 소망을 등지는 기사도 없으니.

카르마의 첫 잎을 뜯어내도 네가 허전함을 느끼지 않도록, 우리의 토끼풀에 네 번째 잎이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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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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