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케이카
[자경대] 비스바나 & 레흐긴·마니마레·바바토 [용병들] 하신 & 아이나르
욕망이란 어려운 것. 입 밖으로 내는 것도, 실현하는 것도 무엇하나 쉬운 게 없기에 사람들은 그것을 원한다. 굳이 찾지 않아도 아무렇게나 손에 들어오는 것을 사람들은 '욕망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만 손을 뻗으면 닿지 않는 그런 것들, 하여금 어느 순간 '갖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 비스바나는
최근,이라고 할까. 요 몇 년 새 생긴 취미 중 기묘한 것을 꼽자면 넬슨 대륙에 풀려있는 이종족에 관한 책을 수집하여 읽는 일이었다. 독서라는 행위 자체는 그다지 이상한 게 아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지하에 틀어박혀서 자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달리 있었을까. 하지만 특정 소재에 집착하는 일 없이 손에 집히는 대로 읽는 타입이었다는 것이 지금과 다
하신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슬금슬금 고개가 내려가더니 푹 꺾이기 직전 다시 번뜩 올라온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정도의 소설책을 한 손에 든 채 가만히 읽고 있던 아이나르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하신을 쳐다보았다. 왜 이렇게 불편한 자세로 졸고 있는 건지. 원래 성질같아선 그 답답한 꼴을 못보고 당장에 깨워 들어가서 자라고 등을 떠밀었을 아이나르였으나 오늘
신이 떠나갔을 때 나는 그를 위해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내가 울던 것은 분한 탓이요, 비참하기 때문이었으며, 그 누구도 우리 두 사람을 구원하지 못함을 알았지만, 오직 너만이 나를 나만이 너를 구원할 수 있음은 모르는 무지한 사람이었던 까닭이다. 그 어느 날. 하늘은 어땠고, 계절이 어땠고. 모든 것이 잿가루로 문댄 것처럼 검고 흐릿했으나
기나긴 세월 속에 제일 먼저 무뎌지는 것이 바로 시간 감각이 아닐까. 어차피 나이 차이 따위 아무짝에도 소용없어질 것을 알면서도 아이나르는 늘 하신에게서 형이라 불리고 싶어 했다. 하신은 작은 아이였다. 아이나르도 작은 아이였던 시절이 있었으나, 그때에도 하신은 그보다 더 작고 여렸다. 고작 한 살 차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막내라는 위치와 자그마한 몸은 아
추억이란 사실 별거 없다는 사실을, 아이나르는 꽤나 뒤늦게 깨달았다.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을 좋아 하... 기보다는 움직이는 것을 내켜 하지 않는 그에게 굳이 돌이켜 곱씹어 보고 싶을 만한 기억이 없는 탓이었다. 이제는 제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오랜 옛날에 떠나버린 부모. 자신의 자식과도 같은 종족이 아닌 생판 남에 이기적이기까지 한 인간들을
온종일 비가 내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흙먼지가 훌훌 날릴 만큼 메말랐는데. 또 트로비가 무슨 심술을 부린 건지…. 아니, 어쩌면 기분이 좋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뭐든. 사실 트로비가 기분이 좋든 싫든 노래하며 춤을 추든 그것은 까맣고 작은 드래곤이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비가 하루 종일 내린다’라는 것은 그에게 꽤나 큰 심각성을 안겨주었다
어쩐지 눈이 시리다 했지. 아이나르가 차가워진 모래 속에서 머리를 드러내고 몸을 추켜세우자 새까만 산이 불쑥 솟아오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몸 위에 쌓여있던 모래더미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모래찜질하며 잠깐 잔다는 것이 한나절이 지나버린 모양이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옆에 있어야 할 하신이 보이지 않았다. 아이나르는 온몸이 경직되는 것
“화이트데이가 뭔데.” “와, 그거 진짜 상처받는 발언이네요.” 아이나르의 싸늘한 시선이 하신에게 닿았다. 말이 '싸늘하다'지, 애초부터 눈매가 사납고 더러운 아이나르였으므로 지극히 덤덤하고 일상적인 눈빛이었다. 아이나르는 받지도 않은 상처에 가슴을 움켜쥐는 하신을 보며 정말로 싸늘해지려는 시선을 다잡았다. 이 호들갑스러운 드래곤같으니. “상처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