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욕망
욕망이란 어려운 것. 입 밖으로 내는 것도, 실현하는 것도 무엇하나 쉬운 게 없기에 사람들은 그것을 원한다. 굳이 찾지 않아도 아무렇게나 손에 들어오는 것을 사람들은 '욕망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만 손을 뻗으면 닿지 않는 그런 것들, 하여금 어느 순간 '갖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
비스바나는 틈을 벌린다. 풍랑 없는 눈썹, 목소리를 꺼내는 출입구 외의 쓰임 하나 없던 입술 새를 보란 듯이 내보인다. 단순한 변덕, 어쩌면 심술이었다. 진실로 속내를 쥐여줄 생각도 없는 주제에 무엇이라도 해줄 것처럼 은근하게 구는 꼴을 보면 보고 말 것도 없이 후자라고 단언해도 어쩔 수 없을 텐데.
내려다본 이, 품에 안긴 몸은 여리지 않다. 십수 년 전보다 훌쩍 줄어든 몸집이래도 여전히 비스바나보다 큰데다 그것이 단련의 미흡함이나 힘의 감소를 뜻하는 것도 아니었다. 계급을 차치하고 당장에 비스바나를 밀쳐 떨어뜨릴 힘이 있음에도 바바토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옷자락을 쥐어 잡은 손의 떨림이 얇은 천을 꿰뚫고 그 긴장감을 고스란히 비스바나에게 전했다. 바바토에게 ‘무엇을 느끼고 있느냐?’ 물을 필요도 없을 만큼 노골적이었고, 비스바나는 더는 새로운 감정이란 찾아볼 수 없을만큼 오래도록 살아오며 수많은 것을 경험해 온 노련한 괴물이었다.
“바바토.”
꽃망울이 틔듯 가볍게 흐른 목소리에, 이름의 주인이 흠칫거렸다. 목소리는 낮고 무던했으나 그 뜻은 명백히 재촉이다. 너의 욕망을 내게 내보이라는, 복숭아의 얇은 껍질을 손톱으로 긁어 벗기듯 아무렇지 않게 약점을 끄집어내는.
바바토는 마른 침을 삼킨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것은 없다. 숨조차도 제대로 폐 속으로 들여보내고 있는 건지 모를 만큼 눈앞의 비스바나의 존재감은 강렬하다.
바바토는 생각한다. 이것은, 단지 명령일 뿐이라고. 그렇다면 그의 부하된 자로서 대답하면 되는 일이라고.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닌가?
“저는-”
그리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라고 소리치듯 비스바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초점이 잡히지 않아 흐릿해진 시야에는 보랏빛만이 가득하다. 그리고 비스바나는,
“믿었나?”
한마디를 남기고 바바토의 무방비해진 입을 단번에 삼켰다.
바바토의 기억을 모조리 끄집어내 뒤져보면 비스바나는 늘 그랬다.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데다 변덕스럽지. 그러니 바바토의 대답을 기다려줄 것처럼 말한 주제에 막상 입을 여니 목소리를 지운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이것이 목적이었는지도 모른다. 굳게 닫힌 방벽을 느슨하게 풀어내는 것. 그리하여 바바토가 자신의 침입을 허락하고, 제멋대로 헤집을 수 있게 만드는 것.
“딴생각도 하고, 제법이야.”
아니면 내 실력이 떨어졌나. 농담 같은 문장이 바바토의 먹먹한 귓가를 맴돌았다. 언제 떨어졌지? 라는 의문이 가시기도 전에 비스바나는 다시금 바바토의 숨을 빨아들인다.
바바토는 자신이 숨을 쉬고 있었는지조차 그제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비스바나는 이제 그마저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토록 농밀함에도 조용했고, 비스바나가 바바토의 뒷목을 감싸 쥐며 옷깃을 스치는 소리는 천둥처럼 요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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