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바토 & 하신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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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카OC by 케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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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떠나갔을 때 나는 그를 위해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내가 울던 것은 분한 탓이요, 비참하기 때문이었으며, 그 누구도 우리 두 사람을 구원하지 못함을 알았지만, 오직 너만이 나를 나만이 너를 구원할 수 있음은 모르는 무지한 사람이었던 까닭이다.

그 어느 날. 하늘은 어땠고, 계절이 어땠고. 모든 것이 잿가루로 문댄 것처럼 검고 흐릿했으나 오직 네 붉은 눈동자만이 선명했던 그 어느 날. 나는 너를 가만히 바라보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주 잠시 동안 너를 외면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의 나는 네가 아주 조금 미웠고, 그 미움이 서린 눈동자에 너를 담을 수는 없었으므로.

-라고, 나는 핑계를 대었다. 사람이 후회한 후 좀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없다면, 그 이유는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때문일 것이다. 후회할 만한 일을 한 이유 뒤에는 그것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변명이 따라붙기 마련이었다.

나는 너를 잡지 못했어.

네가 떠나고자 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나는 비겁하게 너를 탓했고, 나의 행동을 정당화시켰다. 그랬기에 나는 혹시라도 내가 너를 잡았다면, 네가 곁에 남아있었을까- 하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한 상상은 과거를 되짚어보았을 때 '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 라며 작게나마 희망을 보았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한 줌의 가능성조차 찾지 못했다. 수많은 변명이 내 머릿속의 불씨를 꺼뜨렸다.

사실 떠난 것은 네가 아니라 나였는지도 모른다. 그때는 정말로, 내가 네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그 흔한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네 등을 떠밀어 버린 것이다. 얼른 가버리라고. 모든 것이 악몽이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늘 바랐다. 모든 것이 나쁜 꿈이었다며 식은땀을 훔치는 아침이 찾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미 지나간 과거는 되돌릴 수 없고 되돌아가고자 있는 힘껏 땅을 박차도 우린 언제나 현재에 머물러 있다. 바로잡고 싶은 것이 있어도 비틀려있는 내가 옳은 것을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아침 따위 찾아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영원히 잠을 잔다면 괴로운 현실을 보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러나 나는 꿈속에서조차 그 어떤 방법으로도 네 발목을 붙잡지 못했다. 그 어디에서도 악몽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러한 반복되는 악몽 속에서도, 가끔은 다른 꿈을 꾸고는 했다. 네가 나를 두 팔로 안아주는 꿈. 그 꿈속에서 너는 조금 더 환하게 웃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나는 울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금 깨달았다. 이 또한 악몽이라고. 더욱 지독한. 그것은 네가 볼품없이 스러지는 것보다도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내가 모르는 나의 얼굴. 내가 모르는 너의 얼굴. 나는 무심코 생각했다. 저런 얼굴을 한 너를 볼 수 있다면, 꿈에서 깨어도 좋을 텐데.

사실 나는, 태양이 뜨기를 바랐어.

그 태양은 그토록 쉽게 져버릴 빛이 아니었으니까.

온 세상이 어두워지는 기분을 뼈저리게 안다. 나의 태양. 가장 소중하다 말만 그럴싸하게 내뱉고는, 허망하게 떠나보낸 멍청한 내가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발 디딜 곳 없어 한없이 추락하며 숨을 쉬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한 채 살아있는 모든 것에게 버림받은 듯한 감각. 그러한 절망을 두 눈 깊게 새긴 후로 수 세기의 세월이 지났다. 희망을 찾을 방법도, 나아갈 방법도 알지 못한 채 찾으려고 하지 않은 채 시간은 흘러만 갔다. 내가 좀 더 고집을 부려 너를 붙잡았었다면, 자존심 따위 내팽개치고 함께 해달라 매달렸다면. 이 끔찍한 무력함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까.

나는 후회했다. '혹시라도' 바꿀 수 있었을지 모르는 과거를 회상하며.

“형, 금방 돌아올게. 기다려 줄거지?”

사실은, 싫었어. 기다림 따위 내 성미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차라리 너와 함께 떠돌고야 말았을 것이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내가 기다리고자 한 것은, 스스로 새장에 기어들어간 날개 잘린 새마냥 굴었던 것은 내가 너의 구속이 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머무르는 것을 견디지 못할 네가 언젠가 돌아와 쉬고자 할 때 떠올릴 것이 단 하나라도 남았으면 하는- 그것이 나였으면 하는 나의 이기심이었다. 꾹꾹 눌러 담아 막아버린 이야기는 다시 열 기회가 오지 않을 거라는 불안과도 같은 확신이 들었지만 나는 결국 말하지 못했다.

나는 널 평생을 기다렸고

너는 날 평생을 찾지 않았어.

원망하지는 않았다. 그건 아직 네가 준비가 되지 않았고, 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니까. 하지만 한곳에 머물러 잠드는 것이 익숙해졌다 한들 때때로 지루하고 쓸쓸해졌기에. 네가 돌아오면 실컷 화내고 몇 대 정도는 때려주겠다는 상상을 하며 수 천년 동안 자리를 지켰다.

난 여기에 있어, 하신.

네가 기다리던 그 절벽 끝에서. 들리지 않을 소망을 속삭이고, 흘리고, 울음과 함께 삼켰다가, 다시 입을 열어, 네 이름을 토해냈다. 단 하루도 기억 속에서 밀어내지 못한 지겨운 이름을. 네가 없는 곳에서야 원 없이 불러볼 수 있었던 이름이다. 닳기도 전에 더욱 깊게 새기고 또 새겨 더욱 짙고 선명해진 것을 보면, 너는 어떤 생각을 할까.

미안해하지 마. 얼마든지 어리광 부려도 돼. 너는 내가 그토록 기다렸던 동생이자, 하신이니까.

사랑해. 그러니까, 이제 나는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네게 기대어야 할 만큼 나약한 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 물론 아주 가끔씩은 네 등을 빌리겠지만 그렇다면 모른척해 줘. 너의 앞에서는 한없이 강해지고 싶은 나야. 아무것도 주지 않아. 나는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사람이라, 너의 것까지 모두 내가 가질테니까.

날개를 잘린 적 없는 새가 날 수 있음을 깨닫기까지 수 천년이 걸렸어. 이제야 그날 하지 못했던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지. 좋은 것과 나쁜 것, 그 모든 것들. 너는 나의 그 모든 것이야. 네가 무엇일지라도 나의 전부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이제는 절대로 놓을 수 없어. 그러니 나는 네게 말한다.

너와 함께 있을 거야.

네가 나의 사람이라, 사랑이라 말해.

반드시 옳은 길만을 걸을 수는 없어. 신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사람은. 그러니 틀렸다 말아.

착각한 거야.

아주, 잠깐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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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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