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시 23분
#꽃집au #마피아au #23년 작성 추정
쿵.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눈 앞의 남자에게 다가간다.
흐릿해지는 눈을 애써 치켜뜨며 바닥에 누운 남자를 살핀다.
이것을 누웠다고 할 수 있을까.
저 높은 베란다에서 나를 보며 웃었지.
실로 오랜만에 보는 웃음이었다.
눈 앞의 남자의 맥을 짚어본다.
맥이 약해지며 온기가 빠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다.
이성은 이미 이 자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을 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가 흐르는 남자의 상처를 지혈한다.
혹시나 싶어서,
설마 싶어서.
"비에... 왜... 대체 왜..."
전해지지 않을 말을 되뇌인다.
얼핏 식은땀이 흐르는 것도 같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곧이어 119가 도착한다.
와서 상태를 살핀 구급대원들은 작은 한숨과 함께 남자를 옮기기 시작한다.
들것에 옮겨져서 구급차 안으로 들어가는 남자를 멍하니 보던 나는 홀린 듯 따라 들어간다.
구급대원의 시선에 반사적으로 대답한다.
"최초 목격자 입니다. ...아는 사이에요."
수하들을 물리고 혼자 구급차에 몸을 싣는다.
지옥같은 시간이 흐른다.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이 지옥같다.
병원에 도착하니 의사가 나와있다.
구급대원들이 들것 위에 누운 남자를 의사 앞으로 데려간다.
의사가 나를 부른다.
가까이 다가간다.
"환자분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오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나요?"
"아... 환자 이름은 비에 입니다. 저와 동거중이었습니다. 일... 아파트 고층에서 투신했습니다."
"...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현실감각이 사라진 느낌이다.
구급차 안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 같았지만 비에를 보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대화를 마친 의사가 들것에 누운 남자의 눈에 전등을 비추고, 맥박을 짚고, 가슴에 청진기를 대어본다.
의사는 사무적인 어조로 말한다.
"현재 시각 19시 23분입니다. 환자분 사망하셨습니다."
가슴 한 켠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다.
사람 일 한 치 앞도 모른다더니.
이런 방식으로 자유로워질 줄 알았더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당신은 무얼 원하냐고, 사랑이란 무엇이냐고.. 진작 물어볼 걸.
내가 미안했어요.
부디 자유롭게 날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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