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취중진담.
어쩌면 취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2024.04.28
감옥의 대부분의 인원이 잠든 새벽, 카즈이와의 취중진담잡담에서 이어지는 글. 키리사키 시도우의 내면 및 과거사에 대한 날조 다수 포함. 카즈이와 시도우의 취중 만담, NCP.
공미포 1625자.
- 자아, 이제 그만하고 잘까. 내일 숙취 때문에 고생할 수도 있으니···.
- 그렇네요. 내일도 있으니까요. ···슬슬 정리할까요.
함께 술을 마시고도 각자 청승 떨기를 한참, 감옥의 밖이었다면 해가 밝아올 시간이 되어, 이만 술자리를 파하자는 말이 나왔다. 어째 말을 이어갈수록 서로 상처 뿐이라서 울적해지던 참이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이젠 쓰레기가 된 것들 챙기는 것으로 대답 대신했다. 하나, 둘 , 셋··· 혼자서 몇 캔이나 마신 건지, 제법 수가 된다. 말하는 내내 저처럼 침몰해있던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의 태도를 찾아가고 있었다. 곧 아침이고, 잠에서 깬 이들에게 새벽 내내 소모된 맥주캔이나 너덜너덜해진 정신 상태를 보이는 건 좋은 일이 아니므로, 저도 동참해 평소같은 억양으로 말을 이었다.
- 간만에 마셔서 그런가, 즐겁네요.
- 그랬나? 시도우 군, 꽤나 침울한 얼굴이었는데 말이야~...
- 저야 그랬지만, 그건 무쿠하라 씨도 마찬가지 아니셨나요?
- ······있지, 시도우 군. 이런 얘기는 그만 두는 걸로 할까?
- ···네. 그런 걸로 합시다.
분주하게 정리되어가는 탁자 위로, 캔과 캔이 부딪혀 나는 쨍그랑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실없는 농담이 두어 마디 오간다. 서로가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닐 지라도, 그저 괜찮은 듯이 웃어보인다. 얄팍하게 언 웃음 위로 농담이 지나가고, 캔은 쓰레기통으로 분리된다. 자그만 농담이라도 이어가던 것 멈추고 분리수거를 하다 보면, 이윽고 다시 농담이 새어나온다. 그에 장단을 맞춰 몇 마디 말을 이어가면 금세 잠에 들 시간이고, 손을 잽싸게 움직이면서 기억을 되짚어 보면, 때로는 지금이 웃기기도 한다. 세상의 우울을 다 짊어진 듯이 굴 때는 언제고, 헛소리 같은 농담이나 주고 받는지. 그러나 저에겐 이것은 이것대로 나름의 친밀함과 즐거움을 주기에, 재주껏 상대의 철 지난 농담은 무시도 해가며 받아준다. 남들이 보기에 바보같으면 어떤가. 타인에게 피해 입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단순한 농담일 뿐인데.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놀랍도록 증오스러워져서 얼굴을 굳히기도 했다. 이미 버린 줄로만 알았던 자기혐오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면, 그때는 다시 술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비단 방금의 일 뿐만 아니라, 이 감옥에 오기 전에도, 그런 상황에 함께해 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다가 개인실로 돌아가던 발이 멈춘다. 친구이자 스승, 반려였던 그가 그런 존재였으면서, 죽은지 얼마나 됐다고 잊었나. 괜히 마음 속에서 속삭이는 목소리에 화가 나, ‘잊을리가 없잖아.’ 라던가, ‘그 사람이 내 전부였는데···.’ 같은, 오래된 소설같은 말이나 해본다. 알고 있어. 이렇게 미련하게 굴어봤자 죽은 이는 돌아오지 않고, 자신은 살인자일 뿐이란 걸. 그럼에도 가끔은 바라고 만다. ‘원숭이 손이라도 좋으니까, 소원을 들어줘.’ 라고. 한때의 저는 뒷감당은 미래의 자신 몫으로 밀어두곤 태평히 바라기만 하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했으면서. 잡은 손을 놓아버리면 될 것을, 여태까지 놓지도 못하고 잡고만 있는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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