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멘

渙示

2024.05.30

약속 by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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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쿠하라 씨처럼, 부인도 경찰이시니까··· 아마 웬만한 잡범들은 전부 이기지 않을까요? 세상 모두가 경찰은 그리 쉽게 지지 않는다고, 꼭 히어로인 양 떠들어대잖아요. 무어, 저는 경찰도 그 가족도 아니니 잘 모르겠습니다만, 가끔 본 적은 있습니다. 기실은, 전부 범인 체포 중에 생긴 부상을 치료한다며 잠깐 들렸던 것입니다. 나름 신기하더군요, 경찰은. 아무래도 의사도 쉬이 만날 직업은 아니니까요. 자주 만나보려면, 아마, 의사보다는 법의학자인 쪽이 더 쉬울 겁니다. (정말로 기쁘다는 얼굴을 하고 이야기 늘어놓는 당신 보며 슬쩍 헛웃음 뱉는다. 걸핏하면 가족들을 걸고 넘어지며 청승 떨던 저는 당장은 조용하면서도. 사실은 지금 언급하면 꼴사납게 울어버릴까봐, 그래서 일부러 다른 얘기만 하는 중이다. 의식적으로 주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며 놓았던 빈 잔을 다시 쥐어본다. 손에 닿는 미지근한 온도가 얼핏 느끼기에 마지막의 체온과도 닮아있어서, 형편없이 얼굴 일그러뜨리고 만다.) ···저는, 어릴 적에, 그때부터 바라던 대로 의사가 되었지만, 이제 와서는 그게 정답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의사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였으면, 그럼 나 때문에 죽은 그들은 살 수 있었던 걸까? 나의 가족은, 어쩌면 살아있을 수도 있었던 게 아닌가? 하고요. 그런 기분이 한 번 들면, 걷잡을 수 없이 우울해지고 맙니다. 아마, 아집도 그래서였을 겁니다. 우울은 마치 물과 같아서, 순식간에 그 사람을 휩쓸어버리곤 하니까요. 역시, 인간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갈라내고 들춰보아도, 그렇게 인체를 알게 되어도. 고깃덩이에 불과한 것을 지성체라고 느끼게 하는, 이 뇌는,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말하는 와중에 오른손 들어 검지로 제 옆머리 툭 친다. 맞은 것은 머리인데도 손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통증에 얼굴 찡그리다 가방에서 꺼낸 진통제 입에 털어 넣고 그대로 삼킨다.) ······. 어쩌면, 인간은 그것을 모르기에 인간일지도 모릅니다. 저번에 얘기했던 판도라를, ···무쿠하라 씨는 기억하십니까? 저는 그것과 슈뢰딩거의 상자, 그 사이 어딘가의 것이 인간의 뇌라고 생각합니다. ···. 희망을 품은 채 상자에 존재할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르는 그 보고 말입니다. 그것을 알았다면, 그런, 기적이란 게··· 정말 있었으면, 나는··········. (아까보다도 배는 더 흐려진 눈이 정면의 허공을 응시한다. 무언가가 그 자리에 있기라도 한 건지, 빤히 보다가 끈이 떨어진 인형처럼 고개 푹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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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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